【김선호의 時부렁調부렁 43】 섬섬옥수
섬섬옥수
김선호
한 날은 어무이가 손을 덥석 잡더니만
그동안 고생했데이 못난 어미 만난 죄레이 남들만큼 못 갈치고 못 멕여서 미안테이 그기 다 팔자라 치고 서운해 하지 말거레이 그 무렵엔 하루 다르게 기력이 쇠하시더니 예감 언뜻 하셨는지 무슨 대비를 하시는지 생전에 안 하던 얘길 뜬금없이 쏟는 기라 갑자기 잡는 손을 엉겁결에 쳐다보니 가뭄 든 논바닥처럼 쩍쩍 갈라져 패인 길에 당신의 지난 모습이 사진처럼 선명한 기라 얼음장 깨서 빨래한 길 자갈밭 일궈낸 길 시집살이 참아내며 흐르는 눈물 훔치던 길 철부지 투정 달래며 토닥토닥 다독인 길 곰보 친 벽면처럼 우둘투둘 까슬한 길을 맨손으로 긁어내며 이판사판 헤치면서 어무이 어무이 하고 목이 컥컥 메는디 그러지 마 그러지 마라며 쓰다듬는 그 손길이 백옥처럼 희디희고 비단처럼 부드럽고 봄볕에 아른거리는 아지랑이처럼 따스한 기라
피부 숍 모르시거늘 참말로 와 그리 곱노

다양한 가설이 있지만, 인류의 직립보행 시기를 대략 600만 년 전부터 400만 년 전 사이로 학자들은 추정한다. ‘사헬란트로푸스 차덴시스’는 약 600만 년 전 인류의 화석으로 추정되는데, 직립보행 가능성이 있지만 확실하지는 않다고 한다. 반면 약 400만 년 전으로 추정되는‘오스트랄로피테쿠스 아파렌시스’는 직립보행 징후가 농후하다고 주장한다.
어쨌든 직립보행을 하면서 인류의 손은 바빠졌겠다. 무언가를 만들고 사냥하고 먹는 일까지, 무슨 일에든 손은 쉴 새 없이 불려 다닌다. 글씨가 주목받던 종이 문화 시절이나 콩알만 한 자판을 두드리는 지금이나 역시 손이 한몫한다. 손맛이니, 손재주니 하는 말에서도 손의 중요성을 유추할 수도 있다.
우리나라 조선조를 비롯하여 동아시아에서는 손가락이 길어야 미인이라고 여겼었다. 손가락이 보드랍고 길고 가늘어야, 지혜와 총기가 있고 섬세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손가락 길이를 그다지 중시하지 않는 요즘에도 네일아트 등 피부관리업은 성행한다.
바깥 공기는 차고 실내가 따뜻한 겨울이면 손발이 자주 부르튼다. 건조해진 환경 때문일진대 방치하면 피부 탄력이 떨어지고 노화를 촉진한단다. 핸드크림 찾고 로션 듬뿍 바르며 호들갑을 떠는 요즘이다. 이럴 때면 심심찮게 어머니가 꿈에 오신다. 울퉁불퉁 우둘투둘 까칠까칠하던 손등, 어찌 가늘고 고운 손만이 섬섬옥수랴!
김선호 시인, 코리아아트뉴스 문학전문기자

조선일보 신춘문예(1996)에 당선하여 시조를 쓰고 있다. 시조를 알면서 우리 문화의 매력에 빠져 판소리도 공부하는 중이다. 직장에서 <우리 문화 사랑 운동>을 펼치기도 했다. 『으밀아밀』 『자유를 인수분해하다』등 다섯 권의 시조집을 냈다. 코리아아트뉴스 문학전문기자로 활동하며, 충청북도 지역 문화예술 분야를 맡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