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규 칼럼] AI 전환의 진짜 경쟁력, 흐름을 읽는 경영
AI 시대의 진짜 승부가 시작됐습니다. 일의 흐름을 읽고 기계를 심는 사람, 에이전트 설계자의 시대가 오고 있습니다. 도입이 아니라, 설계가 핵심입니다. CEO는 방향을 정하고, 실무자는 방식을 바꾸며, HR은 구조를 설계해야 합니다. 그 셋이 맞물릴 때, 조직은 단순히 빨라지는 것이 아니라 완전히 다른 존재로 다시 태어납니다.
CEO 대상 버전
AI 도입보다 더 중요한 것, 일을 다시 설계하는 경영자의 결단, 왜 많은 AI 투자가 아직 성과로 연결되지 않는가, 최근 기업 현장에서 생성형 AI는 빠르게 확산되고 있습니다.
이미 많은 조직이 문서 작성, 회의 요약, 검색, 고객 응대 보조 같은 방식으로 AI를 업무에 도입했습니다. 그러나 정작 경영진의 체감은 엇갈립니다. 이만큼 투자했는데 왜 생산성은 기대만큼 올라오지 않는가”라는 질문이 점점 더 자주 제기됩니다. 이 질문은 매우 정확합니다. 실제로 맥킨지의 조사에서도 전체 AI 도입률은 72% 생성형 AI의 정기 활용은 65%에 이르렀지만, 조직 EBIT에 의미 있는 기여를 하고 있다고 답한 기업은 일부에 그쳤습니다. 도입은 넓게 퍼졌지만, 성과는 여전히 좁게 나타나고 있다는 뜻입니다.
이 간극의 원인은 기술 부족이 아닙니다. 이제 대부분의 기업은 충분히 강력한 도구에 접근할 수 있습니다. 문제는 그 도구를 기존 업무 위에 얹기만 했다는 점입니다. 다시 말씀드리면, 많은 기업이 AI를 도입했지만 업무 운영체계 자체는 바꾸지 않았습니다. 보고서는 여전히 사람이 처음부터 끝까지 만들고, 승인 체계는 예전 그대로 느리며, 데이터는 여전히 여기저기 흩어져 있고, 회의는 여전히 같은 정보를 여러 번 옮기는 데 시간을 씁니다. 이런 구조에서는 AI가 들어와도 생산성은 부분 최적화에 머무를 수밖에 없습니다.

AI 시대의 진짜 경쟁은 모델 성능 경쟁이 아니라 조직 설계 경쟁입니다. 어느 회사가 더 좋은 모델을 쓰느냐보다, 어느 회사가 더 빨리 업무를 다시 분해하고, 역할별 에이전트를 배치하고, 병목을 제거하느냐가 성과를 가릅니다. 경영자의 과제는 기술을 구매하는 것이 아니라, 기술이 실질적 성과를 내도록 조직의 문법을 바꾸는 것입니다.
앞으로의 경쟁력은 사람 수’보다 흐름 설계’에서 갈립니다. 기업의 대부분의 업무는 겉으로 보기보다 훨씬 더 구조적입니다. 예를 들어 사업계획 수립, 영업 제안, 월말 결산, 채용 운영 같은 핵심 업무는 모두 반복, 판단, 생성, 예외 처리의 조합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문제는 많은 조직이 이 업무를 여전히 담당자 개인의 역량 으로만 관리한다는 점입니다. 그러나 AI 시대에는 이 접근이 한계에 부딪힙니다. 성과를 빠르게 내는 조직은 개인의 숙련도에만 의존하지 않고, 업무를 해체한 뒤 각 단계에 가장 적절한 인간과 기계를 배치합니다.
예를 들어 신규 거래처를 발굴하고 제안서를 작성하는 프로세스를 보겠습니다. 한 단계는 외부 정보 수집입니다. 또 한 단계는 해당 기업의 니즈와 리스크를 읽어내는 분석입니다. 그 다음은 문서 초안 작성이고, 마지막은 법무, 브랜드, 수치 검증입니다. 이 과정을 한 명의 영업 담당자가 모두 떠안는 구조에서는 시간이 오래 걸리고 편차도 큽니다.
반면 정보 수집 에이전트, 분석 에이전트, 작성 에이전트, 검증 에이전트를 연결하면 사람은 훨씬 더 고부가가치인 판단과 관계 형성에 집중할 수 있습니다. 딜로이트는 생성형 AI를 사용하는 기업의 25%가 2025년까지 AI 에이전트를 도입하고, 2027년에는 그 비율이 50%까지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이는 AI 활용이 단일 도구 중심에서 역할 기반 오케스트레이션으로 넘어가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이 변화는 단순한 생산성 개선을 넘어 경영 구조를 바꿉니다. 앞으로 우수한 기업은 사람을 더 많이 뽑는 기업이 아니라, 사람과 에이전트가 함께 일하는 운영 모델을 먼저 설계한 기업이 될 가능성이 큽니다. 이것은 비용 절감의 문제가 아니라 자원 배분의 문제입니다. 최고경영자의 시야에서 보면 AI는 IT 프로젝트가 아니라, 영업 시간을 늘리고, 의사결정 리드타임을 줄이며, 관리자의 판단 품질을 높이는 경영 시스템 재설계 과제입니다.
CEO가 지금 당장 봐야 할 것은 기술이 아니라 병목입니다. 경영자께서 AI를 검토하실 때 가장 자주 빠지는 함정은 어디에나 적용할 수 있다는 말입니다. 실제로는 반대입니다. 모든 곳에 적용하려 하면 아무 데도 깊게 바꾸지 못합니다. 먼저 봐야 할 것은 조직에서 가장 시간이 많이 묶이는 지점입니다. 대체로 병목은 세 군데에 집중됩니다. 첫째, 정보를 모으느라 기다리는 시간입니다. 둘째, 결재와 검토를 기다리는 시간입니다. 셋째, 같은 내용을 여러 채널에서 반복 전달하느라 낭비되는 시간입니다.
예를 들어 경영회의 자료가 늦어지는 이유는 보고서를 쓰는 속도가 느려서가 아니라, 여러 부서에서 숫자를 취합하고 맞추고 설명을 붙이는 과정이 길기 때문인 경우가 많습니다. 이때 AI의 첫 투입 지점은 문장을 잘 쓰는 모델이 아니라, 자료 취합·초안 구조화·이상치 플래그·사전 요약을 수행하는 에이전트여야 합니다. 마찬가지로 임원 승인 프로세스가 지연되는 이유도 결재권자가 게을러서가 아니라, 필요한 정보가 분산되어 있어 판단 준비 시간이 길기 때문인 경우가 많습니다. 이 경우에는 승인 전에 핵심 쟁점과 리스크를 1페이지로 압축해 주는 브리핑 에이전트가 가장 큰 효과를 냅니다.
중요한 것은, AI 프로젝트를 부서별 요청사항의 모음으로 보지 않는 것입니다. 경영진은 어디에 AI를 붙일까”보다 어디를 줄이면 조직 전체가 빨라지는가”를 먼저 물으셔야 합니다. 가장 좁은 병목을 찾아내고 그 지점에 에이전트를 심는 것, 바로 그것이 투자 대비 효과가 가장 높은 접근입니다.
앞으로 몸값이 오르는 사람, 그리고 살아남는 조직, 결국 AI 시대에 경쟁우위를 만드는 것은 최신 기술을 먼저 사는 기업이 아니라, 그 기술을 조직의 흐름 속에 배치할 수 있는 기업입니다. 경영자의 역할도 달라지고 있습니다. 예전처럼 시스템 구축을 승인하는 수준으로는 충분하지 않습니다. 이제는 어떤 업무가 반복이고, 어떤 업무가 판단이며, 어떤 업무가 인간의 책임으로 남아야 하는지를 구분하고, 그 위에 사람과 에이전트를 함께 배치하는 운영 철학이 필요합니다.
앞으로 가장 빠르게 가치가 올라갈 직군도 이 변화 속에서 선명해질 것입니다. 코드를 많이 아는 사람만이 아니라, 조직의 흐름을 읽고 그 위에 기계를 심을 줄 아는 사람, 다시 말해 에이전트 설계자가 핵심 인재로 부상할 가능성이 큽니다. 경영자가 이 역할을 일찍 이해하고 조직 안에서 키우는 회사는, 단순히 AI를 사용하는 회사를 넘어 AI로 운영 체계를 다시 짜는 회사가 될 것입니다.
AI 시대의 승부는 도입에서 나지 않습니다. 설계에서 납니다. 그리고 설계의 출발점은 늘 같습니다. 우리 회사에서 가장 느린 곳은 어디인가. 그리고 그곳에 어떤 기계를 먼저 심어야 하는가.
실무자 대상 버전
AI 시대에 몸값이 오르는 사람은 따로 있습니다. 이제 중요한 것은 AI를 쓰는가’가 아니라 어떻게 일에 심는가’입니다. 이제 직장인 가운데 생성형 AI를 한 번도 써보지 않은 분은 많지 않습니다. 회의록 정리, 메일 초안 작성, 자료 요약, 검색, 번역, 보고서 문장 다듬기까지 AI는 이미 실무의 주변이 아니라 중심 가까이 들어와 있습니다. 그럼에도 많은 실무자들은 여전히 불안합니다. 이걸 쓰면 편해지긴 하는데, 결국 내 일이 줄어드는 것 아닌가, 남들보다 조금 더 잘 쓰는 정도로 경쟁력이 될까” 같은 질문이 자연스럽게 따라옵니다.

그 불안은 이해할 만합니다. 다만 한 가지는 분명합니다. 앞으로의 차이는 AI를 아예 안 쓰는 사람과 쓰는 사람 사이에서만 벌어지지 않습니다. 더 큰 차이는 AI를 단순 보조도구로 쓰는 사람과, 일의 구조를 바꾸는 데 쓰는 사람 사이에서 벌어질 가능성이 큽니다. 맥킨지 조사에서도 AI 도입 자체는 빠르게 늘고 있지만, 실제로 의미 있는 경영 성과로 연결한 조직은 제한적이었습니다. 즉 도구를 아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고, 도구를 업무 흐름에 정확히 꽂아 넣는 감각이 중요해지고 있다는 뜻입니다.
그래서 실무자에게 필요한 질문도 바뀌어야 합니다. 어떤 프롬프트를 잘 쓰는가”만으로는 부족합니다. 더 중요한 질문은 이것입니다. 내가 맡은 일은 어떤 단계로 이루어져 있고, 그중 무엇은 AI에 맡기고 무엇은 내가 더 잘해야 하는가.
몸값이 오르는 사람은 일을 더 열심히 하는 사람이 아니라, 일을 더 잘 분해하는 사람입니다. 대부분의 실무는 한 덩어리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여러 층위로 나뉩니다. 예를 들어 보고서 작성 업무를 생각해 보겠습니다. 자료를 모으는 일, 숫자를 정리하는 일, 메시지를 잡는 일, 문장을 쓰는 일, 오류를 검토하는 일은 서로 다른 작업입니다. 그런데 많은 분들이 이것을 한 번에 보고서 쓴다고 묶어 생각합니다. 그러면 AI를 써도 결국 문장만 조금 빨라질 뿐 전체 속도는 크게 바뀌지 않습니다.
반대로 이 일을 단계별로 해체하면 상황이 달라집니다. 자료 수집은 AI와 자동화가 가장 먼저 도와줄 수 있습니다. 형식 정리와 초안 구조화도 충분히 기계가 맡을 수 있습니다. 문장 초안 작성 역시 AI가 잘합니다. 하지만 숫자의 의미를 읽고, 맥락을 잡고, 누가 무엇을 우려할지 판단하고, 최종 책임을 지는 일은 여전히 사람의 몫입니다. 결국 실무자의 경쟁력은 AI가 못 하는 걸 해야지가 아니라, AI가 잘하는 부분은 과감히 넘기고, 내가 해야 할 판단의 질을 높이는 방향으로 이동합니다.
이 지점에서 몸값이 오르는 사람이 보입니다. 그 사람은 밤늦게까지 반복 업무를 혼자 버티는 사람이 아닙니다. 같은 업무를 보더라도 이건 수집, 이건 분류, 이건 초안, 이건 검증 이라고 나눠 보고, 각 단계에 도구를 배치할 줄 아는 사람입니다. 다시 말해, 앞으로 중요한 것은 실행량보다 구조화 능력입니다.
실무자가 가장 먼저 가져야 할 능력은 ‘에이전트 감각’입니다. 이제 실무자에게 요구되는 능력은 단순히 AI를 잘 다루는 것이 아닙니다. 저는 이것을 ‘에이전트 감각 이라고 부르고 싶습니다. 에이전트 감각이란, 하나의 AI에게 모든 것을 시키는 것이 아니라 역할을 나누어 순서대로 일하게 하는 감각입니다.
예를 들어 영업 실무자라면 먼저 정보 수집용 AI로 고객사와 시장 상황을 정리하고, 그다음 요약용 AI로 핵심 포인트를 추리고, 작성용 AI로 제안서 초안을 만들고, 마지막으로 본인이 리스크와 설득 포인트를 다듬는 흐름을 설계할 수 있어야 합니다. 기획 실무자라면 데이터 정리, 가설 도출, 슬라이드 초안, 임원 질의 예상 답변을 분리해서 접근할 수 있어야 합니다. 인사 실무자라면 JD 분석, 이력서 1차 분류, 인터뷰 질문 초안, 후보자 커뮤니케이션 템플릿을 설계할 수 있어야 합니다.
딜로이트는 생성형 AI를 사용하는 기업 가운데 AI 에이전트를 도입하는 비율이 계속 높아질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이것은 곧 실무자의 역할도 바뀐다는 뜻입니다. 앞으로는 내가 직접 다 한다”는 태도보다 어떤 일을 어떤 순서로 누구와 어떤 도구에 나누어 맡길 것인가”를 설계하는 태도가 더 높은 평가를 받을 가능성이 큽니다. 이 변화는 불안의 대상이 아니라 기회의 대상입니다. 왜냐하면 이 능력은 특정 직군만의 전유물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개발자가 아니어도, 데이터 과학자가 아니어도, 현업의 흐름을 깊이 이해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든 먼저 확보할 수 있는 역량이기 때문입니다.
앞으로 살아남는 사람이 아니라, 더 비싸지는 사람이 되려면, 결국 실무자에게 AI 시대는 두 가지 길을 제시합니다. 하나는 기존 방식대로 일하면서 AI를 가끔 초안 도구로만 쓰는 길입니다. 이 경우 생산성은 조금 올라갈 수 있지만, 대체 가능성도 함께 높아질 수 있습니다. 다른 하나는 자신의 업무를 분해하고, 병목을 찾고, 에이전트를 배치해 일의 흐름 자체를 다시 설계하는 길입니다. 이 경우 AI는 경쟁자가 아니라 자신의 레버리지로 바뀝니다.
앞으로 몸값이 오르는 사람은 단순히 일을 빨리 처리하는 사람이 아닐 것입니다. 같은 시간 안에 더 큰 결과를 만들고, 더 적은 반복으로 더 높은 판단 가치를 만드는 사람일 것입니다. 그리고 그런 사람의 공통점은 하나입니다. 일을 잘하는 사람이 아니라, 일을 구조로 볼 줄 아는 사람이라는 점입니다.
지금부터 실무자께서 하셔야 할 일은 거창하지 않습니다. 이번 주에 내가 한 일을 단계별로 나눠 보시면 됩니다. 반복은 무엇인지, 판단은 무엇인지, 문서화는 무엇인지, 승인 대기는 어디서 발생하는지 적어 보시면 됩니다. 그다음 질문은 단순합니다. “이 중에서 무엇을 AI에게 넘기면, 나는 더 중요한 판단에 집중할 수 있는가. 바로 그 질문을 일찍 던진 사람이, AI 시대에 가장 먼저 앞서갈 것입니다.
HR 대상 버전
AI 시대의 인재전략, 이제는 ‘직무’보다 ‘업무 흐름’으로 다시 짜야 합니다. HR이 먼저 바뀌지 않으면 조직의 AI 전환은 오래가지 못합니다. 많은 기업이 AI를 기술 과제로 다루지만, 실제로 AI 전환의 성패는 사람과 조직의 문제에서 갈립니다. 도구는 빠르게 들어오는데 직무 체계는 그대로이고, 현업은 실험을 시작했는데 평가·보상 체계는 변하지 않으며, 일부 팀은 생산성이 올라가는데 전체 조직 운영 방식은 여전히 과거의 분업 구조에 머물러 있습니다. 이 상태에서는 AI 도입이 일시적 유행으로 끝나기 쉽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HR의 역할은 어느 때보다 중요해지고 있습니다. 이제 HR은 단지 교육 프로그램을 열고 활용 가이드를 배포하는 수준을 넘어, 어떤 역할이 사라지고 어떤 역할이 새로 생기며, 어떤 역량을 기준으로 인재를 재정의할 것인지를 먼저 설계해야 합니다. 맥킨지 조사에서 보이듯 기업들의 AI 도입은 이미 상당 수준에 이르렀지만, 의미 있는 성과는 일부 조직에 집중되어 있습니다. 그 차이는 단순 사용 여부보다, 조직이 얼마나 빠르게 역할과 프로세스를 다시 설계했는가에 가깝습니다.
AI는 인재를 대체하는 기술이라기보다, 인재의 정의를 다시 쓰게 만드는 기술입니다. HR이 이 변화의 언어를 먼저 만들지 못하면 현업은 각자도생식으로 움직이게 되고, 조직 전체는 생산성의 섬들만 남게 됩니다.
이제 HR이 봐야 할 것은 직무명보다 업무의 구성요소 입니다. 기존의 직무 체계는 대체로 역할 단위로 설계되어 왔습니다. 예를 들어 채용 담당자, 영업기획 담당자, 재무분석 담당자처럼 직무명 중심으로 역할을 나누고, 그 안의 업무는 경험적으로 운영해 왔습니다. 그러나 AI가 확산되는 환경에서는 이 접근만으로는 한계가 분명합니다. 같은 직무명 아래 있는 업무라도 어떤 것은 자동화하기 쉽고, 어떤 것은 인간의 고유 판단이 필수이며, 어떤 것은 사람과 AI가 함께 해야 더 좋은 결과가 나오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채용 업무를 보겠습니다. 공고 정리, 지원서 1차 분류, 일정 안내, 인터뷰 질문 초안, 지원자 FAQ 응대는 상당 부분 자동화와 에이전트 지원이 가능합니다. 반면 후보자의 잠재력 판단, 조직 적합성 판단, 면접의 미묘한 맥락 해석, 오퍼 협상, 입사 후 관계 형성은 인간의 책임이 훨씬 더 큽니다. 즉 하나의 직무 안에서도 업무는 자동화 영역, 증강 영역, 인간 책임 영역으로 나뉩니다.
이제 HR이 해야 할 일은 명확합니다. 직무를 유지한 채 사람 수만 조정하는 것이 아니라, 직무를 구성하는 업무 단위를 재분류하고 그 위에 새로운 역량 지도를 그리는 것입니다. 앞으로 필요한 인재는 단순 실행형 인재만이 아닙니다. 프로세스를 읽고, AI를 활용해 업무를 분해하고, 예외 상황을 관리하며, 사람과 기계의 협업 흐름을 설계할 수 있는 인재가 중요해질 것입니다.
HR이 가장 먼저 정의해야 할 새 직무는 에이전트 설계자 입니다. 현재 많은 조직에서 아직 이름 붙여지지 않았지만 실제로 필요가 급격히 커지고 있는 역할이 있습니다. 저는 이를 에이전트 설계자 라고 부르는 편이 가장 적절하다고 생각합니다. 이 역할은 개발자와 다릅니다. 또 일반적인 AI 활용자와도 다릅니다. 핵심은 코드를 많이 짜는 것이 아니라, 현업의 업무 흐름을 읽고 그 위에 적절한 역할의 에이전트를 배치하는 데 있습니다.
에이전트 설계자는 세 가지 능력을 갖춰야 합니다. 첫째, 프로세스 이해력입니다. 일이 어떤 단계로 흘러가고 어디서 병목이 생기는지 읽어야 합니다. 둘째, 문제 구조화 능력입니다. 복잡한 업무를 반복, 판단, 생성, 예외 처리로 나누고 우선순위를 정할 수 있어야 합니다. 셋째, 자동화 감각입니다. 어떤 단계는 AI에 맡기고, 어떤 단계는 사람이 책임져야 하는지 경계를 설계할 수 있어야 합니다.
이 역할은 HR에 중요한 시사점을 줍니다. 우선 채용 공고와 역량 모델을 다시 써야 합니다. ‘AI 활용 가능자’ 수준의 표현으로는 부족합니다. 이제는 업무 구조화 능력, 자동화 설계 경험, 협업 흐름 설계 역량, 책임 경계 판단 능력 같은 요소가 직무 기술서에 들어가야 합니다. 또한 리더십 육성 프로그램도 바뀌어야 합니다. 팀장과 파트장이 앞으로 해야 할 일은 사람의 업무를 단순히 배분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과 에이전트의 조합으로 운영하는 능력이기 때문입니다. 딜로이트가 전망한 대로 기업 내 AI 에이전트 활용이 빠르게 확대된다면, HR은 이 변화를 지원하는 부서가 아니라 직접 운영체계를 설계하는 중심 부서가 되어야 합니다.
인재전략의 기준은 누가 일을 하는가 에서 일이 어떻게 이루어지는가로 이동합니다. AI 시대의 HR 전략은 단순히 교육 시간을 늘리거나 디지털 역량 항목을 추가하는 것으로는 충분하지 않습니다. 더 근본적인 전환이 필요합니다. 이제 인재전략은 “이 직무에 몇 명이 필요한가”보다 “이 업무 흐름은 어떤 단계로 구성되고, 각 단계에는 사람과 에이전트를 어떻게 배치해야 하는가”라는 질문에서 출발해야 합니다.
이 변화는 HR의 위상을 오히려 높일 수 있습니다. 왜냐하면 이 전환은 기술 부서만으로는 완성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역할 정의, 역량 모델, 평가 기준, 책임 경계, 교육 체계, 리더십 개발, 조직문화 설계는 모두 HR의 언어로 번역되어야만 조직 안에서 실제로 작동합니다. HR이 이 작업을 먼저 시작한다면, AI는 구성원의 일자리를 위협하는 도구가 아니라 구성원의 판단 가치를 높이고 조직 속도를 끌어올리는 운영 인프라가 될 수 있습니다.
앞으로 가장 중요한 질문은 어떤 AI를 도입할 것인가”가 아닐 수 있습니다. 오히려 이 질문이 더 중요해질 것입니다. 우리 조직은 어떤 일을 사람에게 남기고, 어떤 일을 에이전트와 함께 다시 설계할 것인가. 그리고 바로 그 질문에 가장 먼저 답하는 HR이, AI 시대의 조직 경쟁력을 먼저 만들게 될 것입니다.
조선규 | 칼럼니스트

35여 년간 교육과 기업 경영, 그리고 지역 사회 발전의 현장에서 사람과 함께 성장해왔다. “삶의 문제는 결국 사람의 문제”라는 믿음을 바탕으로 교육을 통해 변화를 만들고, 기업을 통해 길을 열었으며, 현재는 사회 곳곳의 다양한 문제를 함께 풀어가며 더 따뜻하고 공정한 미래를 그려가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