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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K-pop을 넘어 K-컬처로, 2026 북중미 월드컵과 문화강국 대한민국

임만택 전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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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K-pop을 넘어 K-컬처로, 문화강국 대한민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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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 FIFA 북중미 월드컵은 세계 축구의 최강자를 가리는 스포츠 축제인 동시에, 오늘날 세계 문화의 중심이 어디로 이동하고 있는지를 보여준 거대한 문화 무대였다. 이번 월드컵에서는 대회의 시작과 끝, 그리고 가장 상징적인 순간마다 한국 문화예술인의 존재감이 두드러졌다.

싱어송라이터 이재(EJAE)는 개막식에서 세계적인 테너 안드레아 보첼리와 함께 공식 주제가 ‘DNA’를 불렀다. 특히 “또 넘어져도 난, 또다시 일어나”라는 한국어 가사가 전 세계에 생중계되며 주목받았다.

 

블랙핑크 리사는 미국 개막식 무대에 올라 브라질의 아니타, 나이지리아의 레마와 협업 

공연을 펼쳤다. 배우 정호연은 월드컵 결승전을 앞두고 카를로스 알카라스와 함께 공식 트로피 트렁크를 들고 입장해 우승 트로피를 공개했다.

 

또한 방탄소년단(BTS)은 월드컵 역사상 처음 마련된 결승전 하프타임 쇼에 공동 헤드라이너로 출연해 세계적인 팝스타들과 무대를 함께했다. 이로써 한국 문화는 개막식에서 결승전까지 대회의 주요 장면을 관통하며 세계인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이러한 장면들은 단순히 몇몇 한국 스타가 세계적인 행사에 초청됐다는 사실을 넘어선다. 대한민국 문화가 세계 대중문화의 주변부를 벗어나 국제적 행사의 기획과 상징, 메시지를 구성하는 핵심 요소로 자리 잡았음을 보여준다.

 

한국어가 세계 무대의 언어가 되다

이재의 공연에서 가장 상징적인 장면은 월드컵 공식 주제가에 한국어 가사가 포함됐다는 점이다. 과거 한국 아티스트들은 세계시장에 진출하기 위해 영어 노래를 부르거나 현지 문화에 자신을 맞추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이제는 한국어 자체가 하나의 문화적 매력과 경쟁력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이는 K-pop의 세계화가 단순히 음악 장르의 유행을 넘어 한국어와 한국적 정서, 서사와 가치관까지 세계인에게 자연스럽게 전달되는 단계에 이르렀음을 의미한다. 이재 역시 단순한 공연 참여자가 아니라 공식 주제가 제작에 참여한 창작자로 무대에 섰다. 이는 K-pop의 경쟁력이 가창과 퍼포먼스를 넘어 작사, 작곡, 프로듀싱 등 창작 생태계 전반으로 확대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K-pop은 열린 문화 플랫폼이다

블랙핑크 리사의 월드컵 개막식 공연은 오늘날 K-pop이 지닌 개방성과 확장성을 잘 보여준다.

 

태국 출신인 리사는 한국의 K-pop 시스템을 통해 성장해 세계적인 아티스트가 됐다. 그녀가 브라질과 나이지리아 아티스트들과 협업한 무대는 라틴 팝과 K-pop, 아프로비츠가 결합된 글로벌 문화교류의 현장이었다.

 

이제 K-pop의 ‘K’는 단순히 한국인의 음악이나 한국어 노래만을 뜻하지 않는다. 다양한 국적과 문화적 배경을 지닌 인재들이 한국의 제작 시스템과 창작 역량을 통해 세계와 연결되는 개방형 문화 플랫폼으로 변화하고 있다.

 

K-컬처가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이러한 개방성과 다양성을 더욱 적극적으로 받아들여야 한다. 한국이 세계의 인재들이 함께 창작하고 꿈을 실현할 수 있는 문화적 거점이 될 때 진정한 문화강국으로 나아갈 수 있다.

 

정호연이 보여준 K-컬처의 확장

정호연의 월드컵 결승전 등장은 K-컬처가 더 이상 음악에만 머물지 않는다는 사실을 상징적으로 보여줬다.

 

정호연은 넷플릭스 시리즈 ‘오징어 게임’을 통해 세계적인 배우가 됐으며, 이후 글로벌 패션 브랜드의 앰버서더로 활동했다. 이번 월드컵에서는 스포츠와 영상 콘텐츠, 패션을 연결하는 상징적인 인물로 결승전 무대에 섰다.

 

한 명의 배우가 드라마를 통해 알려지고, 패션산업의 얼굴이 되며, 세계 최대 스포츠 행사의 핵심 세리머니에 참여하는 과정은 오늘날 문화산업이 서로 긴밀하게 연결돼 있음을 보여준다.

 

드라마의 성공은 배우의 인지도를 높이고, 배우의 영향력은 패션과 관광, 소비재 산업으로 확산된다. 다시 이러한 성과는 대한민국의 국가 이미지와 브랜드 가치로 이어진다.

바로 이 지점에서 우리는 K-pop을 넘어 K-컬처를 이야기해야 한다.

 

BTS가 보여준 문화의 사회적 영향력

BTS의 월드컵 결승전 하프타임 쇼는 이번 대회의 가장 상징적인 문화 장면 가운데 하나였다.

 

BTS는 세계적인 팝스타들과 함께 무대에 올라 대표곡 ‘다이너마이트’를 공연했다. 이들의 참여는 한국 가수가 국제행사의 축하 무대에 선 것을 넘어, 세계 대중음악의 중심에 한국 아티스트가 자리하고 있음을 확인한 사건이었다.

 

특히 이번 하프타임 쇼는 전 세계 어린이들의 교육과 축구 참여 기회를 확대하기 위한 취지와 연결됐다. 이는 BTS가 지닌 영향력이 음반 판매와 팬덤의 규모를 넘어 연대와 교육, 희망과 평화라는 국제적 메시지를 전달하는 단계로 발전했음을 보여준다.

 

문화강국은 단순히 인기 있는 스타가 많은 나라가 아니다. 문화적 영향력을 통해 세계가 함께 해결해야 할 문제에 참여하고, 공동의 가치를 제시할 수 있는 나라가 진정한 문화강국이다.

 

네 가지 사례가 말하는 K-컬처의 위상

 

이재, 리사, 정호연, BTS의 사례는 서로 다른 영역에서 나타났지만 하나의 공통된 흐름을 보여준다.

 

첫째, 대한민국 문화는 더 이상 세계 문화의 주변부가 아니다. 한국 아티스트들은 국제행사의 부수적인 참여자가 아니라 개막식과 결승전, 공식 음악과 트로피 세리머니 등 가장 중요한 순간을 담당하고 있다.

 

둘째, K-컬처는 음악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음악과 드라마, 영화, 패션, 뷰티, 음식, 관광, 언어, 디지털 콘텐츠가 서로 연결된 복합적인 문화 생태계다.

 

셋째, K-컬처는 국적과 언어의 경계를 넘어서는 열린 플랫폼으로 발전하고 있다. 다양한 배경을 가진 인재들이 한국의 문화산업 시스템을 통해 세계와 소통하고 있다.

 

넷째, K-컬처는 대한민국의 국가 이미지와 신뢰도를 높이는 강력한 소프트파워로 작용하고 있다.

 

과거 세계인들이 대한민국을 전쟁과 분단, 산업화의 나라로 인식했다면, 오늘날 젊은 세대는 음악과 드라마, 영화와 음식을 통해 대한민국을 먼저 만난다. 문화는 국가에 대한 호감과 신뢰를 만들고, 그 신뢰는 관광과 수출, 외교와 국제협력으로 이어진다.

 

성공의 이면에서 살펴야 할 과제

 

그러나 세계적인 성과에만 도취돼서는 안 된다.

 

현재 K-컬처의 영향력은 일부 대형 기획사와 글로벌 스타, 인기 콘텐츠에 집중돼 있다. 몇몇 스타의 성공이 한국 문화산업 전체의 건강성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수많은 창작자와 예술인은 여전히 불안정한 수입과 열악한 제작환경 속에서 활동하고 있다. 지역문화와 전통문화, 순수예술은 대중문화에 비해 국제 진출의 기회와 지원 체계가 부족하다.

 

해외 플랫폼에 대한 높은 의존도 역시 해결해야 할 문제다. 한국 콘텐츠가 세계적으로 소비되더라도 유통망과 데이터, 수익구조를 해외 기업이 장악한다면 문화적 성과가 국내 산업의 지속 가능한 성장으로 충분히 연결되지 못할 수 있다. 빠른 제작 일정과 과도한 경쟁, 창작자와 연예인의 인권, 불공정 계약과 정당한 보상 문제도 함께 개선해야 한다.

 

K-컬처의 지속 가능성은 더 많은 콘텐츠를 빠르게 생산하는 데서 만들어지지 않는다. 창작자가 존중받고, 실패하더라도 다시 도전할 수 있으며, 다양한 장르와 세대가 공존하는 생태계에서 만들어진다.

 

문화강국을 위한 향후 나아갈 방향

 

대한민국이 진정한 문화강국으로 발전하기 위해서는 몇 가지 방향이 필요하다.

 

먼저 스타 중심의 성과에서 창작 생태계 중심으로 전환해야 한다. 가수와 배우뿐 아니라 작곡가, 작가, 안무가, 번역가, 연출가, 디자이너와 제작 스태프가 정당하게 평가받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전통문화와 현대문화의 연결도 확대해야 한다. 한글과 한복, 국악과 공예, 전통문양과 지역문화는 과거의 유산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 현대적인 해석과 디지털 기술을 통해 세계인이 함께 향유할 수 있는 새로운 콘텐츠로 발전시켜야 한다.

 

문화와 기술의 융합에도 적극적으로 투자해야 한다. 인공지능과 확장현실, 실감형 공연과 디지털 아카이브는 미래 문화산업의 중요한 기반이 될 것이다. 다만 기술이 창작자를 대체하는 방향이 아니라 창작자의 상상력과 표현 가능성을 넓히는 방향으로 활용돼야 한다.

 

문화외교 역시 일회성 공연이나 전시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 해외의 문화기관과 대학, 예술가, 미디어와 장기적인 협력 관계를 구축하고, 한국 문화를 일방적으로 알리는 방식에서 벗어나 상대 문화와 함께 창작하는 쌍방향 교류로 발전해야 한다.

 

무엇보다 K-컬처는 환경과 평화, 인권, 교육, 문화다양성 등 인류의 보편적 가치에 기여해야 한다. 문화적 영향력이 공공성과 결합할 때 그 힘은 더욱 오래 지속될 수 있다.

 

지금 우리가 해야 할 일

 

문화강국은 정부나 대형 기획사, 유명 스타들만의 힘으로 만들어지지 않는다.

 

정부는 창작자의 권리를 보호하고 공정한 시장을 조성해야 한다. 단기간의 해외 성과만을 기준으로 지원하기보다 새로운 시도와 실험, 지역의 작은 문화 활동이 성장할 수 있도록 장기적인 정책을 마련해야 한다.

 

기업은 문화를 단순한 홍보 수단으로 소비해서는 안 된다. 창작자와 콘텐츠에 투자하고, 지식재산권을 존중하며, 문화적 성과가 창작자와 산업 종사자에게 공정하게 돌아가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언론은 해외에서 유명해진 인물만을 반복해 조명하는 데서 벗어나, 그 성과를 만든 창작자와 제작 과정, 산업 구조와 지역문화까지 폭넓게 소개해야 한다.

 

교육 현장에서는 문화예술을 부수적인 과목으로 다루지 말아야 한다. 미래의 문화 경쟁력은 정답을 빠르게 찾는 능력보다 관찰하고 질문하며, 자신의 생각을 이야기와 이미지, 음악으로 표현하는 능력에서 나온다.

 

시민에게도 역할이 있다. 좋은 콘텐츠에 정당한 비용을 지불하고, 창작자의 권리를 존중하며, 다른 나라의 문화 역시 열린 자세로 받아들이는 성숙한 문화 소비가 필요하다.

 

K-pop이 연 문을 K-컬처가 넓혀야 한다

2026 북중미 월드컵에서 한국 문화는 대회의 시작과 끝을 연결했다.

 

이재의 한국어 노랫말이 개막식에 울려 퍼졌고, 리사는 여러 대륙의 음악을 연결했다. 정호연은 드라마와 패션을 넘어 월드컵의 상징인 우승 트로피를 공개했다. BTS는 결승전 하프타임 쇼에서 세계적인 아티스트들과 함께 희망과 연대의 메시지를 전했다.

 

이 장면들을 자랑스러운 기록으로만 남겨서는 안 된다.

 

이제 대한민국은 ‘K-pop이 인기 있는 나라’를 넘어 세계의 문화적 의제를 제시하는 나라로 나아가야 한다. 세계인이 한국의 노래를 듣고 드라마를 보는 단계를 넘어, 한국 문화가 새로운 질문과 상상력, 공감과 연대의 가능성을 제공해야 한다.

 

문화강국의 힘은 다른 문화를 지배하는 데 있지 않다. 자신의 정체성을 지키면서도 다른 문화와 만나고, 함께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내는 능력에 있다.

 

K-pop이 세계의 문을 열었다면, 이제 K-컬처는 그 문을 더욱 넓혀야 한다.

 

스타 한 사람의 성공을 수많은 창작자의 기회로 확장하고, 대중문화의 성과를 전통문화와 순수예술, 지역문화의 성장으로 연결해야 한다. 문화산업의 경제적 가치뿐 아니라 문화가 지닌 치유와 연대, 평화의 힘을 세계와 나누어야 한다.

 

그때 대한민국은 콘텐츠를 잘 만드는 나라를 넘어, 세계인이 함께 꿈꾸고 싶어 하는 진정한 문화강국으로 기억될 것이다.

이미지출처: 이재, 리사, 정호연, BTS 인스타, FIF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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