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대르포] “나라 잃은 시대, 내 남편을 먼저 보냈다면…” — 뮤지컬 '안사람 의병가'로 윤희순을 살아내는 배우 윤성경
[스페셜 인터뷰] 뮤지컬 '안사람 의병가' 주연 배우 윤성경
[코리아아트뉴스 류안 기자] 1907년, 조국이 병들고 남편이 붓 대신 총을 들었다. 그리고 집에 남은 안사람은, 시를 썼다. 아이들을 모아 의병시를 부르고, 딸들에게 말 대신 조국을 가르쳤다. 그 이름, 윤희순.
오는 7월 4일 제천문화회관에서 막을 여는 창작 뮤지컬 《안사람 의병가》는 근대 최초의 여성 의병 지도자이자 항일 시인 윤희순의 삶을 무대 위로 옮긴 작품이다. 역사의 언저리에서 묵묵히 싸워온 한 여인의 이야기. 조명이 켜지면, 그녀가 돌아온다.
그 주인공 윤희순 역을 맡은 배우 윤성경.
코리아아트뉴스가 그를 단독으로 만나시대를 넘나드는 진솔한 얘기를 나누었다.

“그 시대에 그럴 수 있었던 여성이었다는 사실… 감히 상상조차 힘들었어요”
“그 험한 시절에, 아이들을 가르치며 시로 싸우고, 남편의 빈자리를 견디면서도 뜻을 꺾지 않았던 사람이더라고요.”

윤성경 배우는 인터뷰 내내 조심스러웠다. 역사적 실존 인물을 맡았다는 책임감 때문이었을까.
“무대 위에서 감정을 담으면서도, 이 인물이 실제로 어떤 결단을 했는지를 생각하면 그냥 대사를 말할 수가 없어요. 윤희순 선생은 단순히 누군가의 아내가 아니었어요. 자신의 이름으로 시대와 맞섰던 사람이에요.”
한 사람을 연기하는 일은, 한 시대를 통과하는 일

윤 배우의 하루는 연습과 공연으로 빼곡하다. 공연이 없는 시간엔 다음 작품 리딩을 준비하거나, 산책을 한다. 사람들 사이에서 감정의 밀도를 나눈 뒤, 다시 자신을 찾아가는 시간이다.
“요즘엔 노래도 듣지 않고 그냥 걷기만 해요. 무대에선 감정이 꽉 차 있으니까, 그걸 조금씩 풀어내려면 아무 말 없는 시간이 꼭 필요하더라고요.”
“나는 그저 나로서 이 무대를 살고 싶어요”
어떤 배우로 기억되고 싶냐는 질문에 윤성경은 이렇게 말했다. “좋은 평가를 듣고 싶지 않다기보다… 그 평가에 너무 끌려다니고 싶지 않아요. 저는 그냥 제가 해야 할 역할을 잘 해내고 싶어요. 잘 살아가고 싶은 사람이고, 그게 연기로 이어지는 거고요.”
매일 다른 대사, 매일 새로운 감정

윤 배우는 공연 중 같은 장면에서도 매번 다른 대사가 와닿는다고 했다. “그날 제 감정이나 상대 배우의 눈빛, 관객의 호흡에 따라 같은 말도 다르게 느껴져요. 예전엔 명언처럼 간직했던 말들이 있었는데, 요즘은 그냥 그렇게 흘러가는 걸 더 좋아해요.”
그녀는 말을 모은다기보다, 매일 감정을 새로 꺼내 들며 그날의 무대를 살고 있다.

뮤지컬 《안사람 의병가》는 단순한 과거 회상이 아니다. 오늘의 우리가 얼마나 쉽게 이름 없는 이들의 헌신을 지나쳐 왔는지를 되묻는 시간이다. 그리고 그 기억의 중심에는, 윤희순을 살아내는 배우 윤성경이 있다.
[편집자주 : 코리아아트뉴스 스페셜 인터뷰는 "안사람 의병가" 에 출연하는 주찬 배우와 백마리 배우로 이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