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지 산골에서 ‘러너의 성지’로… 장수 트레일레이스 5,000명 몰려
전북 장수군이 ‘러너의 성지’로 변모하고 있다. 인구 2만 명에 불과하고 면적의 75%가 산지인 이곳은 오랫동안 외진 산골로 불렸지만, 매년 4월과 9월 열리는 장수 트레일레이스가 지역의 풍경을 바꿔놓았다. 2022년 150명으로 시작한 대회는 불과 3년 만에 5,000여 명이 참가하는 국내 대표 산악마라톤으로 성장했다. 올해 4월 3일부터 5일까지 열린 대회에는 4,000여 명이 참가했으며, 오는 9월 대회까지 합산하면 지난해 규모를 훌쩍 넘어설 것으로 기대된다.

장수 트레일레이스는 능선을 따라 이어지는 4개 코스로 구성된다. 입문용인 20㎞ 코스는 무룡고개에서 출발해 장안산 능선을 지나며 은빛 억새숲과 겹겹의 산세를 감상할 수 있다. 38㎞ 코스에서는 논개활공장에서 장수 읍내를 내려다보고, 수분마을과 신덕산마을을 지나며 산골 마을의 고요한 풍경을 만난다. 70㎞와 100㎞ 코스는 뜬봉샘과 자작나무 숲, 팔공산 암릉을 지나며 달리기와 등반을 겸한 듯한 경험을 제공한다. 국내 최장거리인 100마일(170.8㎞) 코스는 백두대간 능선을 따라 48시간 내 완주해야 기록이 인정되며, 지난해에는 112명 중 43명만 완주에 성공했다.

참가자들은 이 대회에서 단순한 경기 이상의 경험을 얻는다고 말한다. 힘들어 포기하고 싶었던 순간에도 끝까지 달리게 만드는 것은 풍경과 사람이라는 것이다. 장수 트레일레이스는 경기라기보다 하나의 여행에 가깝다는 평가가 나온다.
대회의 성공에는 주민들의 참여가 큰 힘이 됐다. 코스 중간 보급소에서는 주민들이 직접 만든 주먹밥, 고로쇠 수액, 토마토즙, 샤인머스캣 등을 제공하며 참가자들을 응원한다. 학생들도 자원봉사자로 참여해 대회는 마을 전체가 함께하는 축제로 자리 잡았다.

지역 경제에도 변화가 나타났다. 참가자들은 대회 후 장수에 머물며 관광과 소비를 이어가고, 장수군은 참가비 일부를 지역상품권으로 환급해 체류를 유도한다.
장수 트레일레이스는 단순한 스포츠 이벤트를 넘어 지역 생존 전략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산과 숲길을 자산으로 삼아 주민과 방문객이 함께 즐기는 축제로 발전하면서, 장수군은 ‘오지 산골’에서 ‘러너의 성지’로 변모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