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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조 아카데미 ]   "동시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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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조 아카데미 ]   "동시조"

시인 김강호 기자
입력
[김강호의 시조 아카데미 9]

 

분이네 살구나무


정완영

 

 

동네서 젤 작은 집

 

분이네 오막살이

 

 

동네서 젤 큰나무

 

분이네 살구나무

 

 

밤사이 활짝 펴 올라

 

대궐보다 덩그렇다.

 

분이네 살구나무 [ 이미지 : 류우강 기자]

 

왜 울까?

 

임성규

 

 

우리 집 냉장고가 밤새껏 울고 있어

아침에 일어나니 흥건한 부엌 바닥

아빠는 문이 느슨해져 얼음이 녹은 거래

 

아닐 거야 지구가 뜨거워서 그럴 거야

북극도 남극도 다 녹고 있잖아

얼마나 속상했으면 저렇게 밤새 울까?

왜 울까 ? [이미지 : 류우강 기자]

   

  동시조(童時調), 주로 어린이를 독자로 예상하고 어린이의 정서를 읊은 시조로 어른이 어린이를 위해 쓴 시조다.
 

   아마도 동시조로 가장 많이 회자 되는 작품을 손꼽으라면 정완영의 분이네 살구나무가 아닐까 한다. “분이네 살구나무는 철저하게 3612 음보의 정형률을 잘 살려낸 작품이다.

   
    33행의 옷을 벗고 행갈이를 했는데 음악 감이 살아나는 부드러운 느낌이다.

또한 시조의 맛과 묘미를 내용 전반에 걸쳐 장치해 놓았는데 기가 막히다는 말을 이때 쓴다고 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동네에서 젤 작은 분이네 오막살이 집인데 살구나무는 동네에서 젤 크다. 기죽지 않고 분이 기분을 살려준다. 더 놀라운 반전은 종장이다. 밤사이 핀 꽃으로 대궐보다 덩그렇다니! 이 동시조에 다른 말을 더 붙인다면 사족이다.

 

  임성규 시인의 동시조는 자연 파괴에 대해 쓴 두 수로 된 동시조다. 또한 인간과 기계의 경계를 문학적으로 다룬 흥미로운 작품이다. 기계와 인간 사이를 오가는 울음이라는 질문이
인간 감정의 투사일 수도 있고, 스스로의 고유한 감정일 수도 있는 모호성을 지니는데 이를 통해 독자는 기계와 인간 감정의 경계가 점점 좁아지는 현대적 상황을 성찰하게 된다.


   아이의 질문, "왜 울까?"는 단순한 호기심처럼 보이지만, 본질적으로는 울음의 근원과 이유를 묻는 존재론적 질문으로 확장된다. 아이의 시선은 기계적 존재를 단순한 도구로 보지 않고, 감정적, 심리적 주체로 대하는 순수함을 드러낸다. 결론은 냉장고가 밤새껏 울었던 이유가 북극과 남극이 녹고 있기 때문이다. 독자의 시선을 자연 파괴로 이끌어 들이는 고단수의 작품이다. '냉장고의 울음'으로 자연 파괴에 대한 심각한 현실을 독자에게 주지시키고 있는 것이다.

 

다음 주 월요일엔 자작시로 찾아온다.

 

김강호 시인 

김강호 시인 

 

1960년 전북 진안 생 

1999년 동아일보 신춘문예 당선 

시조집 『당신 생각 소나기로 쏟아지는 날』외 다수

2024년 44회 가람문학상 수상 

고등학교 1학년 교과서 「초생달」 수록

코리아아트뉴스 전문기자
[email protected] 

 

 

시인 김강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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