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하의 하루에 시 한 편을 191] 박승우의 "모기에게"
모기에게
박승우
난 네가 보고 싶고
밤새도록 너랑 놀고 싶지만
많이 바쁠 테니 올여름엔
나한테 올 필요 없다
그래도 꼭 오겠다면
빈손으로 오기 그럴 테니
모기장이나 하나 사서 오너라
네가 온다면
모기약과 모기향을 준비해 두마
오든지 말든지는
네가 결정해라
—『우리나라 좋은 동시』(열림원어린이, 2024)

[해설]
모기 없던 여름
올해는 하도 더워 모기가 별로 없었다. 웅덩이들이 말라붙어 모기들의 서식처가 없어졌기 때문이라고 한다. 모기와 파리를 비롯한 곤충들도 이렇게 더운 날씨에 적응하지 못해 기운을 잃고 헉헉대느라 새끼를 낳고 키울 여력이 없었나 보다. 그나저나 내년에도 이렇게 더우면 어쩌나, 9월 7일에 벌써 그 걱정을 하고 있다.
학질이라는 병이 있다. 말라리아 병원충을 가진 학질모기에게 물려서 감염되는 법정 감염병이다. 갑자기 고열이 나며 설사와 구토ㆍ발작을 일으키고 비장이 부으면서 빈혈 증상을 보인다. 이 병으로 예전에는 죽은 사람이 많았다. 모기가 병의 원인인 것을 안 지는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이 동시의 특징은 모기에게 인격을 부여해 아이가 모기에게 말을 하는 식으로 전개된다는 점이다. 요즈음 동시를 보면 이런 식의 유머가 깃들어 있는 것들이 꽤 된다. 똑똑함을 넘어서 영악한 아이들이 독자다. 아이들도 거의 다 스마트폰을 들고 있다. 그러므로 지나치게 교훈적인 내용, 시골 마을의 정경 묘사, 흔해 빠진 소재는 아이들을 독자로 만드는 데 실패한다. 동시도 이제는 전략적으로 써야지 아이들에게는 흥미를 유발하고 어른들에게는 호기심을 유발한다.
모기야 나는 모기약과 모기향을 딱 준비해 두고 있단다. 그러니 오든지 말든지 알아서 결정하라고 화자가 말한다. 어른 독자도 아이 독자도 다 동의할 번뜩이는 재치가 이 동시를 살리고 있다.
[박승우 시인]
2007년 <매일신문> 신춘문예 동시 당선. 동시집 『백 점 맞은 연못』『생각하는 감자』『말 숙제 글 숙제』『힘내라 달팽이!』 등이 있다.
이승하 시인, 중앙대학교 문예창작학과 교수

1984년 중앙일보 신춘문예 시 당선
1989년 경향신문 신춘문예 소설 당선
시집 『우리들의 유토피아』『욥의 슬픔을 아시나요』『생명에서 물건으로』『나무 앞에서의 기도』『생애를 낭송하다』『예수ㆍ폭력』『사람 사막』 등
평전 『청춘의 별을 헤다-윤동주』『최초의 신부 김대건』『마지막 선비 최익현』『진정한 자유인 공초 오상순』
지훈상, 시와시학상, 편운상, 가톨릭문학상, 유심작품상, 서울시문화상 등 수상
코리아아트뉴스 전문위원
중앙대학교 문예창작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