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랑갤러리, 《옻칠, 빛으로 피어나다》 개최
서울 종로구 부암동 하랑갤러리가 7월 1일부터 12일까지 기획전 《옻칠, 빛으로 피어나다》를 개최한다. 이번 전시는 전통 공예 재료로 인식되어 온 옻칠을 현대미술의 언어로 확장하며, 시간과 자연, 기억, 인간의 내면을 담아내는 새로운 조형 가능성을 제시한다.

이번 전시에는 김정은, 박승비, 손수경, 신란숙, 윤현섭, 정회윤 등 여섯 명의 작가가 참여한다. 이들은 서로 다른 조형 언어를 통해 옻칠이 지닌 깊은 물성과 축적의 시간을 현대적 감각으로 재해석하며, 전통 재료가 동시대 예술 안에서 어떻게 살아 움직일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전시는 단순히 옻칠 기법을 소개하는 데 머물지 않고, 시간이 켜켜이 쌓이며 만들어지는 '빛'의 의미를 예술적 사유의 대상으로 확장한다.
옻칠은 한 번의 붓질로 완성되지 않는다. 칠하고, 기다리고, 다시 덧입히고, 연마하는 과정을 수없이 반복해야만 비로소 깊은 색과 광택이 드러난다. 이러한 제작 과정은 자연과 인간이 함께 만들어내는 시간의 기록이며, 작품 속에 축적된 시간성을 형성한다. 이번 전시는 이러한 옻칠의 본질을 '빛'이라는 키워드로 새롭게 읽어낸다.
내면과 자연을 비추는 여섯 개의 빛

김정은은 〈물안개〉를 통해 인간의 내면과 외부 세계가 충돌하고 스며드는 감각의 순간을 옻칠의 투명한 층으로 시각화한다. 작가는 감정과 기억이 시간 속에서 침전되는 과정을 옻칠의 물성과 연결하며, 내면의 우주를 화면 위에 펼쳐낸다.

박승비의 〈Mindfulness 그 너머 III〉는 밤하늘과 산의 풍경을 통해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 사이의 경계를 탐구한다. 자개가 만들어내는 은은한 빛은 인식 이전의 세계를 암시하며, 관람객을 명상적 사유의 공간으로 이끈다.

손수경은 난각을 이용한 〈고연(본래부터 그러함)〉에서 달항아리와 질그릇을 하나의 상징으로 삼아 삶의 충만함과 쉼을 이야기한다. 한 조각씩 이어 붙여지는 난각은 작가 자신의 기쁨과 소망, 그리고 삶의 시간을 담아낸다.

신란숙의 〈마음 그릇〉은 반복되는 옻칠 층이 만들어내는 깊은 울림 속에서 달항아리를 인간의 마음으로 치환한다. 미세한 균열과 흔적은 시간의 축적을 보여주며, 조용하지만 깊은 감정의 울림을 전달한다.

윤현섭은 입체 작품 〈순환의 바다〉를 통해 물과 생명의 순환 구조를 형상화한다. 거친 표면 위에 형성된 옻칠의 질감은 바다가 품고 있는 생명의 흐름과 끊임없는 순환을 상징하며, 평면과 입체를 넘나드는 새로운 조형성을 보여준다.

정회윤은 〈The Soul of the Wind – Summer #5〉에서 바람과 빛, 버드나무를 모티프로 삼아 현대인의 불안과 희망을 은유한다. 자연 속에서 흔들리는 존재를 통해 개인과 타자의 관계, 그리고 기억과 시간의 여백을 표현한다.
전통을 현재로 이어가는 예술
이번 전시에서 '빛'은 단순한 시각적 효과가 아니다. 그것은 기억의 잔상이자 감정의 깊이이며, 자연이 품은 생명의 흔적이다. 관람객은 작품의 표면을 반사하는 빛을 넘어, 시간과 감각이 중첩되는 경험을 하게 된다. 또한 전통을 과거의 재현이 아닌 현재의 언어로 새롭게 해석하는 동시대 작가들의 시선을 만나게 된다.
하랑갤러리 측은 "《옻칠, 빛으로 피어나다》는 느림 속에서 완성되는 아름다움과 시간이 축적한 깊이를 함께 바라보는 전시"라며 "관람객들이 작품을 통해 옻칠이 품은 시간의 결을 느끼고, 자신의 기억과 감정 또한 새로운 빛으로 마주하는 시간이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전시 개요
- 전시명: 옻칠, 빛으로 피어나다
- 전시기간: 2026년 7월 1일 ~ 7월 12일
- 참여작가: 김정은, 박승비, 손수경, 신란숙, 윤현섭, 정회윤
- 관람시간: 오전 11시 ~ 오후 5시 (월·화 휴관)
- 관람료: 무료
- 장소: 하랑갤러리(서울 종로구 자하문로 38길 45, 1층)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