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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우 화가의 사람과 그림이야기 4] 그림화가, 그는 누구인가? 3

이승우 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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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을 가는 세 나그네의 앞에 부드러운 능선을 배경으로 노송老松이 한 그루 서 있다고 하자. 그 세 사람의 머리는 제각기 바쁘게 움직일 것이다. 첫 사내는 저것을 베는데 드는 품삯이 얼마, 운반비 얼마, 그래서 목재로 팔면 얼마의 이윤이 남고 혹시 직접 집을 짓거나 가구를 만들어 팔면 또한 얼마의 이윤이 더 남을 것인가를 계산할 것이다.
 
말하자면 실용적인 태도에 의한 실용적인 사고를할 것이고 두 번째 사내는 그러한 실용적인 경험보다는 분석적이고 과학적인 경험이 더 많은 터라 저 나무는 아무개류, 아무개과에 속하는 것으로 잎은 침針형이고 열매는 타원형이고 사철 푸른 것으로 일광이나 수분이 어느 정도가 돼야 좋은 상태를 유지할수 있다. 그래서 낙엽수와는 이러이런 점들이 다르다고 객관적이고 분석적인 태도를 보여줄 것이다. 그러나 세 번째 사내는 실용적인 사고에 연유한 욕심도 없고, 객관적으로 또는 학문적으로 분석해야할 아무런 필요성도 느끼지 않은 체 푸른 하늘로 치솟듯 자란 그 선의 모습에서 기상이나 굽히지않는 기개를 생각할 것이다.
그 노송의 독립된 세계에 만족하고 그 외엔 아무 것도 존재하지 않는다는 듯 그 노송 이외에는 생각하려 들지 않을 것이다. 보고 느끼는 것의 단계를 지나 저것을 팔아서 이윤을 남긴다던지 과학적으로 분석해봐야 되겠다는 의지 하나 없이 고립된 하나의 생각으로 그 형상을 직접 깨달을 것이다.
 
미적인 감각의 경험이란 바로 이러한 형상에의 깨달음이며 미는 형상에 의하여 나타나는 사물의 특징일 뿐이다. 이것이 미다.

미를 다른 한 편으로 생각해보면 한심스러울 정도로 쓸모가 없다. 과학자는 사물의 진위를 구별하여 거기에서 얻은 결과로 인류사회에 공헌할 수 있다. 하지만 예술가의 입장인 세 번째 사내는 추울 때 옷이 되고 배고플 때 밥이 되는 것이 아닌, 말하자면 실용적인 측면에서 볼 때는 현실생활과는 너무 거리가 먼 몽롱한 사람들이다.
 
그러나 인간의 실용적 활동이나 과학적 행동이 해야하기 때문에 하는 것이어서 환경의
제한을 받고 간섭을 받는 반면 미적인 활동은 꼭 해야만 하는 일이 아니고 저절로 하는 일이므로 환경의 노예가 되진 않는다.

실용적인 활동이나 과학적 활동이 사물과의 관계에서 비로소 의의가 생기고 고립되었을 때는 그 의의가 사라지는 반면, 미적인 활동은 고립되었을 때 비로소 그 가치가 드러난다. 이런 점으로 볼 때 그 사물에 가장 가치있는 의미를 부여하는 것은 미적인 활동을한 사람일 것이다.

실용적인 태도에선 선善을 과학적 태도에서는 진眞을 미적인 입장에서는 미美를 최고의 목적으로 하며, 이 세가지중 어느 하나라도 결핍되어 있으면 완전한 인간이라고는 볼 수 없다. 조건없이 사물의 가치를 탐구하는 것이 미요, 미를 사랑하는 것이 최고의 진리이며 이데아에 이르는 길이고 자신의 철학은 모두 미의 가르침이라는 플라톤의 말을 상기해볼 일이다.

이승우 화가, 미술평론가
이승우 화가


이승우 화가는 고등학교와 여러 대학에서 강의해왔으며, 서울, 전주, 군산, 고흥, 중국 청도 등지에서 40여 회의 개인전을 열었으며, 저서로는 『미술을 찾아서』, 『현대미술의 감상과 이해』, 『아동미술』, 『색채학』 등이 있다. 회화와 이론을 넘나드는 작업을 통해 한국 현대미술의 독창적 지평을 넓히는 데 기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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