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하의 하루에 시 한 편을 171] 김구슬의 "삼각형 인생"
삼각형 인생
김구슬
모든 점은 꼭짓점을 향한다.
평형을 뒤로 한 채
인생은 삼각형이다
한 지점을 응시한다
한 점을 그리워한다.
욕망과 그리움이 강해질수록
한 변은 길어지고
다른 한 변은 짧아진다.
찌그러진 삼각형일수록
꼭짓점을 향한
투쟁과 갈등은
더 날카로워진다.
긴장의 역사가 삼각형을 만든다.
정삼각형이 될 수 없는
고요와 갈증의 불균형,
숙명의 삶이다.
—『그림자의 섬』(도서출판 서정시학, 2025)

[해설]
모난 돌이 정 맞듯이
이 시를 읽고 중학교 때 배운 피타고라스의 정리(定理)가 생각났다. 직각삼각형의 빗변을 한 변으로 하는 정사각형의 면적은, 다른 두 변을 각각 한 변으로 하는 두 개의 정사각형의 면적의 합과 같다는 정리. 참 얼마나 신기했는지. 수학을 못했지만 이 정리가 마음에 들어 수학에 대해 일종의 경외심을 갖게 되었다.
김구슬 시인은 인생을 두루뭉실한 원형이나 각진 사각형으로 비유하는 앞선 사람들이 걸어간 길을 따라가지 않고 삼각형으로 파악하였다. 많은 사람이 한 지점을 응시하니까. 한 점을 그리워하니까. “욕망과 그리움이 강해질수록/ 한 변은 길어지고 다른 한 변은 짧아진다.”는 제3연을 읽고 무릎을 친다. 아, 맞아, 그렇지, 어떻게 이것을 알아냈을까? 발견했을까?
제4연의 내용은 세태이고 세상인심이다. 각자 찌그러져 있기에 꼭짓점을 향해 투쟁하고 갈등을 겪는다. 삼각형은 날카롭고 모나 있다. 상대방을 찌를 수 있고 모이면 사각형이 될 수 있다. 안정된 정삼각형이 될 수 없는 우리에게는 고요와 갈증이 늘 불균형을 이루고 있으니 삼각형 인생이다. 그래서 불안하고, 불안한 것이 숙명이다. 인간이 다 그렇다. 삐쭉삐쭉하다. 이것을 파악해낸 시인의 냉철한 판단력에 놀란다.
[김구슬 시인]
경남 진해에서 태어났으며, 고려대학교 대학원 영문학과에서 문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2003년 미국 UCLA 객원교수, 한국 T.S.엘리엇학회 회장을 역임했다. 저서로 『T.S. 엘리엇과 F.H. 브래들리 철학』 등이 있다. 홍재문학상 대상, 루마니아 미하이 에미네스쿠 골드메달, 황순원문학상 시인상 등을 수상했다. 현재 협성대학교 명예교수이다.
이승하 시인, 중앙대학교 문예창작학과 교수
1984년 중앙일보 신춘문예 시 당선
1989년 경향신문 신춘문예 소설 당선
시집 『우리들의 유토피아』『욥의 슬픔을 아시나요』『생명에서 물건으로』『나무 앞에서의 기도』『생애를 낭송하다』『예수ㆍ폭력』『사람 사막』 등
평전 『청춘의 별을 헤다-윤동주』『최초의 신부 김대건』『마지막 선비 최익현』『진정한 자유인 공초 오상순』
지훈상, 시와시학상, 편운상, 가톨릭문학상, 유심작품상, 서울시문화상 등 수상
코리아아트뉴스 전문위원
중앙대학교 문예창작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