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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효산의 책다락 11 ] 가스통 바슐라르의 "몽상의 시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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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효산의 책다락 11 ] 가스통 바슐라르의 "몽상의 시학"

시인 남순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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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적 몽상은 우리에게 세계의 세계를 보여 준다. 시적인 몽상은 우주적인 몽상이다. 그것은 아름다운 세계, 아름다운 여러 세계로 열림이다."


 

■책 소개
 

한 권의 책이 끝나는 시점에서, 그것을 시작할 때 우리가 품었던 희망을 되돌아보는 것은 좋은 방식이기 때문에 하는 말이지만, 나는 내가 나의 모든 몽상을 아니마의 안락함 속에 유지했음을 분명히 인식한다. 우리가 원하는 것은 아니마로 씌어진 이 단순한 책이 아니마로 읽혀지는 것이다. 하지만 아니마가 우리의 모든 삶의 존재라고 언급되지 않도록 우리는 또 다른 책을 쓰고 싶다. 그 책은 이번에는 아니무스의 작품이 될 수 있으리라. 
- 가스통 바슐라

■서 평
 

“시적 몽상은 우리에게 세계의 세계를 보여 준다. 시적인 몽상은 우주적인 몽상이다. 그것은 아름다운 세계, 아름다운 여러 세계로 열림이다. 그것은 자아에게 자아의 재산인 비자아(非自我)를 준다. 나의 소유인 이 비자아야말로 몽상가의 자아를 매혹하는 것이며 시인들 덕분에 우리가 그것을 나눠 가질 수 있는 것이다.”

_『몽상의 미학』, 「서」 p22
 

바슐라르는 시적 상상력의 현상학적 방법을 통해 시인의 창조적 의식과의 소통을 시도했다. 시적인 이미지는 절대적 기원, 의식의 기원이며, 시인의 몽상이 상상한 우주라는 바슐라르는 그 이미지들을 다시 검토하겠다는 희망으로 현상학을 선택했다고 밝힌다.

바슐라르는 앞선 책 『넋의 현상학』에서 우주적 몽상을 ‘넋의 상태’로 규정하고, 넋 전체가 ‘시인의 시적 세계’ 속에 제시되는 법이라고 설명했다. 그래서 이런 시적 이미지를 연구하는 것을 “몽상이 우리에게 한 넋의 세계를 보여 준다는 것, 시적 이미지가 자기 세계, 자기가 살고자 하는 세계, 자기가 살 만한 세계를 발견해 낸 한 넋을 증언한다는 것을 입증하는 것이다.”(p25)이라고 주장한다.
 

처음 바슐라르는 ‘시적 몽상’이라는 간단한 제목에 사로잡혔는데, ‘몽상의 시학’이라고 쓴 것은 “몽상가가 정말 자신의 꿈에 충실하고 그래서 그의 몽상이 바로 그 시적 가치 때문에 수미(首尾) 일관성을 얻게 될 때 그가 얻는 수미일관성의 힘을 지적하기 위해서였다.”라고 말한다. 그는 ‘시적 몽상의 시학!’이 시의 모든 독자에게 시인의 의식을 부여해 주게 될 것이라고 지적한다.


이 책은 1장 「몽상에 대한 몽상-말의 몽상가」, 2장 「몽상에 대한 몽상-아니무스 아니마」, 3장 「유년 시절을 향한 몽상」, 4장 「몽상가의 고기토」, 5장 「몽상과 우주」 등 총 5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가스통 바슐라르
(Gaston Bachelard, 1884~1960)


가스통 바슐라르는 프랑스의 철학자로 과학, 시, 교육, 시간에 관한 철학을 연구했다. 시골 우체국 직원에서 출발하여 독학으로 소로본대학 교수까지 되었으며, 현대 프랑스의 인식론자들은 대부분 과학사 및 과학철학이 주전공인 그의 영향권 내에 있다고 할 수 있다. 그가 또 주목을 끈 것은, 과학철학과는 전혀 별개인 것 같은 시적 상상력에 관한 여러 저서들을 내놓음으로써 문학 연구에 혁명적인 변화를 일으켰기 때문이다.
 

가스통 바슐라르는 프랑스의 철학자로 과학, 시, 교육, 시간에 관한 철학을 연구했다. 시골 우체국 직원에서 출발하여 독학으로 소로본대학 교수까지 되었으며, 현대 프랑스의 인식론자들은 대부분 과학사 및 과학철학이 주전공인 그의 영향권 내에 있다고 할 수 있다. 그가 또 주목을 끈 것은, 과학철학과는 전혀 별개인 것 같은 시적 상상력에 관한 여러 저서들을 내놓음으로써 문학 연구에 혁명적인 변화를 일으켰기 때문이다.
 

프랑스의 철학자, 역사학자. (현대적 의미에서) 프랑스 과학철학의 창시자로서, 가장 중요한 현대 철학자 중 한 명이다.
 

고등학교를 마친 뒤 우체국에서 일하면서 독학으로 이공계 대학 수준의 공부를 마쳤다고 한다. 고향에서 과학 교사로 있었던 적도 있으며, 상대성 이론의 발표를 계기로 철학 쪽으로 관심을 돌려서 36살에 학사 학위를 받았고, 계속해서 박사 학위까지 취득했다. 대학에 적을 두기 전에 이미 독학으로 많은 공부를 한 케이스이다.
 

현재 프랑스 및 유럽 철학의 주된 두 가지 흐름인 현상학과 과학철학 중 과학철학 분야를 개척한 인물로서, 그의 과학철학은 기존의 실증주의적 과학철학과는 다르다. 그의 철학은 지금까지 인간이 해 온 '과학'적 행위에 대한 반성과 함께, 과학이라는 이름 아래에서 억압되어왔던 인간의 상상력이 오히려 인류(또는 과학)의 발전에 기여해왔다는 것을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국내(특히 인터넷)에서는 라캉철학 등의 등쌀에 밀려 듣보잡 취급 내지는 들어보지도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며, 그가 프랑스 철학의 선구자인것도 전혀 알려져 있지 않다. 일단 연구하는 사람들이 별로 없는데다가 거의 모든 이들이 미학자로 취급하고 있는 상황.
 

오히려 그의 철학의 일부분을 이용한 것에 불과한 포스트모더니즘 계통의 철학자들만이 현대 프랑스 철학의 대표자인 양 알려져 있으며, 그러한 것을 프랑스 현대 철학의 주류인 줄 알고 공부한 학생들이 프랑스에 가서 공부하는 데 어려움을 겪게 되는 원인이 되기도 한다.
 

가스통 바슐라르의 과학철학에 관심을 가진 사람들은 처음에는 이제껏 흔히 접해온 과학철학 서적과 확연히 다른 그의 스타일에 적응이 잘 안 될수도 있다. 문학과 과학을 오가며 업적을 쌓은 인물이라서 그렇다.
 

사실 그것보다 더 큰 문제는 책을 구하는 것 자체가 어렵다는 것. 그래도 2021년 시점에서는 구할 수 있는 책들이 존재하는 편이다. '불의 정신분석', '물과 꿈' 등등 4원소설을 테마로 한 저작들이 팔리고 있는데, '상상력의 과학철학자'인 바슐라르에 대해 잘 알지 못할 경우에는 이거 과학책이 아니라 신비주의 서적 아니냐는 선입견을 주기도 한다. 하지만 엄연히 문학과 과학철학 양쪽을 모두 포괄하는 책들이니 그 책으로 시작해도 무방하다.
 

다만 본격적인 과학철학 서적인 '새로운 과학정신'이나 '부정의 과학', '현대물리학의 합리주의적 활동' 같은 책들은 모두 절판이고 중고책으로도 구하기 어렵거나 매우 비싸게 구할 수 있는 실정이다. 재출간이 되지 않는 이상 도서관 신세를 지는 수밖에 없다. 원서는 프랑스어라서 접근성이 상당히 떨어지는 것도 문제. 그나마 영어로 번역이 된 책들이 몇권 있으니 영어로 구해서 보는 것도 방법이다.


가스통 바슐라르Gaston Bachelard - 행복과 몽상의 시학 -
 

시인 남순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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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스통바슐라르#몽상의시학#남순대시인#효산의담벼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