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선호의 時부렁調부렁 30】 고난도 고문
고난도 고문
김선호
상도(商道)도 세월 따라 유행을 타느니라
그 옛날 개업할 때는 상생이니 뭐니 하며 같은 업종 회피하고 멀찌감치 떨어져서 적당히 싸움 안 하고 데면데면 꾸렸니라 뭉쳐야 살아남고 흩어지면 죽는다고 귀에 못 박힌 말이 언젠가 되살아나 하나둘 모여들더니 한통속을 이루니라 가구단지 혼수거리 먹자골목 공구상가 끼리끼리 한데 뭉쳐 사람들로 북적대니 사는 이 파는 이 모두 입꼬리가 오르니라 꼴뚜기가 뛰니까 망둥이도 따라 뛰는지 양조장 담 너머에 알코올 병원 마주 서서 이 또한 주류단지라 호들갑을 떠느니라 술을 과히 먹었기로 정신 줄 좀 놓았기로 약물치료 상담 치료 갖은 치료 다 쓰다가 마지막 쫓겨온 데가 격리병동 감방이거늘 누룩 익는 냄새가 창틈으로 새어들면 사지가 뒤틀리고 심장이 벌름거리고 그놈의 술이 그리워 팔짝팔짝 뛰느니라
물고문 전기고문은 이도 아직 안 났느니라

‘짐이 친히 국문하노라.’ 임금이 죄인에게 묻는다. 필요한 답변이 나올 때까지 주리 틀고, 곤장 치고, 불에 달군 인두로 지진다. 사극에서 흔히 만나는 풍경이다. ‘탁 치니 억하고 죽었다’며 은폐하려던 박종철 물고문 사건은 6월항쟁 단초를 제공했다.
정보를 얻고 자백을 받아내려고 인류는 고문을 행사했다. 신체에 물리력을 가하거나, 안 재우거나, 동료의 고문 모습을 지켜보게 하거나 등등 수법도 다양하다. 고문당한 사람은 당시의 고통은 물론이고 이후에도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를 겪는다. 우울증, 불안장애, 사회화 기피 등 부작용도 경험한다.
인권운동이 확산하면서 고문 모습은 자취를 감췄다. 고문 사실이 드러나기라도 하면 금세 주도권이 바뀐다. 인권 운운하면서 범죄의 본질보다 수사기법의 전근대성으로 이슈가 옮겨간다. 증거를 내놔야 하는 수사기관도 애로가 많을 터, 닫힌 입을 대신할 첨단장비와 기법들이 동원된다.
입소문 듣고 찾은 양조장은 담 사이로 알코올 치료병원을 품었다. 병원이 먼저인지 양조장이 앞서인지는 모르겠으나, 절묘한 상황이다. 혹자는 기가 막힌 조합(?)이라며 농담을 건네지만, 수용자들의 고통은 대단할 터다. 격리시설까지 전전할 정도면 그들의 음주 이력을 가늠할 수 있겠거니와, 술 익는 냄새가 그 어떤 고문보다 참기 어렵겠다. 난장판 국감 지켜보는 고문보다도 훨씬 괴로우리라. 술을 사랑한 대가가 이리 혹독하다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