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1천만 노인의 사회 : “다섯 명 중 한 명이 노인”
초고령사회의 기준
일상에서 드러나는 세대의 거리
“다섯 명 중 한 명이 노인”
65세 이상 인구가 천만 명을 넘었다. 다섯 사람 중 한 명이 그 연령대에 속한다.
인구구성의 변화는 도시의 표정과 생활 장면 곳곳에 영향을 미친다. 지하철 승강장이나 식당, 공원, 일자리 같은 일상 공간에서 서로 다른 세대가 마주치며, 때로는 거리감이 생기기도 한다.

일자리에서도 변화는 드러난다. 서로 다른 경로를 걸어온 사람들이 같은 기회를 향해 나란히 선다. 생계를 위한 절박함은 다르지 않지만, 누군가는 기회의 폭이 줄어들었다는 감각을 받는다. 복지 제도와 관련해서는 특정 세대에 책임이 집중된다는 인식이 생겨나기도 한다.
이러한 감정은 정책을 바라보는 시선에도 영향을 미친다. 제도의 설계나 전달 과정에서 자신이 배제되었다는 느낌은 세대 간 거리를 더 깊게 만든다. 지금은 수치 너머의 징후를 읽어야 할 때다. 서로의 속도와 방식이 공존할 수 있도록 사회의 구조를 다시 설계해야 한다.
어긋남은, 설계되지 않은 이해의 결과다.
무엇을 기준으로 할 것인지, 누구의 시간에 귀 기울일 것인지에 대한 논의가 필요한 때다.
자리가 겹치는 사회
“세대 간 조율의 과제”
고령화는 예고된 변화였다. 생산 가능 인구는 줄고, 평균 수명은 길어졌다. 사회는 이미 수십 년 전부터 이 현실을 짐작하고 있었다.
한국 사회는 고령 인구의 증대를 주로 ‘돌봄의 문제’로 접근해왔다. 복지 제도는 의료와 생계 보조에 집중되었고, 이러한 관점은 노동 시장에도 이어졌다. 정년 이후의 삶은 곧 ‘퇴장’으로 간주됐다. 다시 일터로 돌아온 고령자들은 대부분 낮은 임금과 불안정한 계약에 머무는 경우가 많았다.

반면 청년층은 오랜 시간 취업난과 주거난 속에서 구조적 어려움을 겪어왔다. 이 과정에서 ‘사회 자원을 이전 세대가 점유하고 있다’는 인식이 확산되었고, 고령자에 대한 특혜와 청년에 대한 외면이라는 이분법적 구도가 형성되기도 했다.
오늘날 한국 사회에서 세대 간의 간격은 좀처럼 좁혀지지 않는다. 이를 조율할 사회적 장치는, 사회 전체의 노력에 비해 아직 부족한 게 사실이다. 오랜 시간 누적된 불균형과 무관심은 세대 간 혐오와 갈등으로 이어지기 쉬운 토대를 만든다. 긴장과 오해를 풀기 위한 시선이 요구되는 시점이다.
조율 없는 공존은 강자에게 유리한 질서일 뿐이다.
존중, 배려, 공존
"누구의 삶도 낯설지 않은 사회를 위해"
갈등은 서로에 대한 이해가 엇갈리는 지점에서 생겨난다. 출근길의 지하철이나 일자리의 경쟁에서 서로 다른 세대의 사람들이 마주한다. 그 구도에서 청년은 기회의 축소를 말하고, 고령자는 일할 수밖에 없는 현실을 이야기한다. 이 갈등은 어느 한쪽의 책임으로 설명되기 어렵다.
그 안에는, 사회가 어떤 속도에 맞춰 설계되어 왔는지가 숨어 있다. 효과와 효율에 길들여진 구조. 공공 공간과 서비스 역시 그런 흐름을 반영해왔고, 어떤 사람에겐 너무 당연한 것이, 누군가에겐 좌절이나 소외가 되기도 했다. 그 차이를 전제로, 익숙한 방식들을 다시 살펴야 한다.
정보 전달과 운영 방식도 다양한 속도와 입장을 담을 수 있어야 한다. 예컨대 무인 주문기만 보더라도, 어떤 세대에겐 익숙함이 아니라 반복되는 불편이나 단절의 경험이 될 수 있다.
배려는 그런 차이를 감안하는 일이며, 존중은 제도와 공간, 정책의 구조 속에서 구체적인 방식으로 드러나야 한다.

사람은 누구나 나이가 든다. 노인은 모두가 거치게 되는 삶의 한 시기다. 그렇기에 사회가 낯설고 느린 걸음을 밀어내는 일은, 결국 자신이 도달할 미래를 밀어내는 것이 된다. 함께 살아가는 삶은 더 이상 미룰 수 있는 선택이 아니다. 지금 필요한 것은, 모두의 시간을 품을 수 있는 사회 구조를 설계하는 일이다.
사회는 모두를 수용할 수 있는 설계여야 한다.
누구의 걸음에도 자리를 허락할 수 있는 사회, 그것이야말로 사회가 품은 존엄의 깊이를 가늠하는 기준이며, 공존이 작동하는 사회의 척도일 것이다.

ㅡ민가, 『어느 출근길에 당신은』
당신은 열린 전철 문 사이로
사람들과 함께 쏟아져 나온다
환승을 위해 바삐 걸음을 옮긴다
조금 걷고, 계단을 내려가,
또 조금 더 가야 하는 것을 안다
계단 난간을 본다
구원처럼 그것을 붙잡으려 손을 뻗는다
당신은 누군가와 부딪힌다
"아 뭐 하는 거예요"
굳어진다, 민망함에 걸음을 멈춘다
또 다른 목소리를 듣는다
"아 왜 여기 서 있어요"
뒤돌아 자리를 비켜선다
당신은 본다
사람들의 바쁜 걸음, 화가 난 듯한 표정
그 흐름에 걸리지 않기 위해
이리저리 틈에 비켜선다
그때, 누군가
친절하게 길을 안내한다
당신은 그저 고개를 끄덕인다
그곳이 목적지가 아님을 안다
당신은
무릎 통증 보다
바쁜 걸음과 틀린 안내보다
사람들 사이의 불화가 더 아프다고 생각한다

민가(民歌)
시인, 칼럼니스트, IT AI 연구원 , KAN 전문기자
문학과 기술, 사람의 이야기를 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