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민호의 AI 인문학 13] AI 100조 투자, 왜 지금인가
기술은 선택의 자유를 만든다
기술 주권의 기로, 인공지능 투자
"종속될 것인가, 설계할 것인가"
인공지능은 국가의 미래와 주권을 좌우하는 핵심 전략이 되었다. 세계 각국이 AI 연구개발에 전례 없이 투자하는 이유는, 이 경쟁에서 뒤처지면 다른 나라의 기술과 시스템에 종속될 수밖에 없다는 절박감 때문이다.
AI 기술에서 밀린 국가는 알고리즘, 데이터, 클라우드, 반도체, 플랫폼 등에서 타국의 기술을 빌려 써야 하는 처지가 된다. 이는 곧 정책, 경제, 안보 전반이 외부의 영향력 아래 놓일 수 있다는 뜻이다. 21세기형 종속, 다시 말해 기술 식민지화가 현실이 되는 것이다.
경제적 손실보다 더 치명적인 것은, 스스로 결정할 수 있는 권한을 잃는 것이다. AI를 통해 세상을 주도하느냐, 아니면 남이 만든 질서에 끌려가느냐. 지금 이 순간, 국가는 그 갈림길에 서 있다.

AI 산업의 본질은 물리적 자원과 인프라다
"AI는 산업이다"
인공지능 산업은 물리적 인프라 위에 세워지는, 철저히 현실 기반의 산업이다.
첫째, 설비 인프라다.
AI는 엄청난 양의 데이터를 처리해야 한다. 그래서 수천 대의 서버가 모인 데이터 센터가 필요하다. 이 서버들은 하루 종일 작동하기 때문에 많은 전기와 열이 발생하고, 이를 식히기 위한 냉각 장치도 필수다. 서버 안에는 연산을 담당하는 고성능 반도체가 들어 있고, 이 칩의 처리 속도와 효율이 AI의 성능을 결정짓는다.

둘째, 자원 인프라다.
이러한 장비를 만들기 위해 코발트, 텅스텐, 갈륨 같은 희귀 금속이 필수다. 배터리, 고속 메모리, 전력 제어 시스템에도 희토류와 특수 금속이 들어간다. 인공지능 산업은 전자산업 이상의 자원 소비 산업이기도 하다.
셋째, 사람과 기술이다.
AI 산업에는 뛰어난 기술 인력이 필수다. 설계부터 운영까지 수많은 전문 분야가 맞물려 돌아간다. 그래서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은 지금도 경쟁적으로 우수 인재 확보에 열을 올리고 있다.
이러한 인프라와 자원을 갖춘 국가만이 인공지능을 안정적으로 운용할 수 있다. 미래의 기술 주도권은 바로 그 기반 위에서 결정된다.
늦었지만 반드시 가야 할 길, AI 인프라 투자
"100조, 지금 세워야 할 기술 주권 "
AI 산업은 그 자체가 거대한 인프라 투자 산업이다.
미국은 최근 11년간(2013~2024년) 민간 중심으로 약 4,700억 달러, 우리 돈으로 약 670조 원을 AI 분야에 투자했다. 2024년 한 해만 해도 1,099억 달러(약 161조 8천억 원)가 집행됐고, 이는 전 세계 AI 민간 투자액의 62%에 해당한다.
중국은 2030년까지 AI 분야에 2,000조 원 이상을 투입할 계획이다. 중국 정부는 AI를 국가 전략 산업으로 삼고, 핵심 기술 자립과 산업 전반의 통합을 동시에 추진하고 있다.
유럽연합(EU) 역시 AI 경쟁력 강화를 위해 약 2,000억 유로, 약 325조 원 규모의 투자를 추진 중이다. 이 가운데 절반은 기존 EU 기금을 활용하고, 나머지는 민간 및 공공 자금이 공동으로 참여하는 구조다. 프랑스 등 개별 국가들도 자국 단위로 수십 조 원 규모의 투자 계획을 동시에 가동하고 있다.
한국도 최근에서야 100조 원 규모의 AI 인프라 투자 계획을 제시했다. 국제 경쟁 흐름과 비교하면 다소 늦은 출발이지만, 지금이라도 방향을 잡은 것은 의미 있는 진전이다. 이 투자는 산업 기반을 재정비하고, 미래의 기술 주권을 준비하는 데 반드시 필요한 전략적 결정이다.
AI는 자본과 자원을 쏟아부어야 하는 산업이다. 여기서 밀리면, 기술뿐 아니라 통제권까지 잃게 된다. 미래는 기술을 가진 나라가 규칙을 만들고, 나머지는 따라가는 구조로 재편될 것이다.
기술의 질서를 누가 설계하느냐에 따라, 국가의 미래 위치가 결정된다.
대한민국은 그 설계자가 되어야 한다.

100조 원 규모의 투자가 실질적 성과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반도체 기술, 데이터센터 인프라, 그리고 전문 인력 양성이 하나의 생태계로 엮여야 한다. 한국이 가진 반도체 경쟁력을 AI 전용 칩으로 확장하고, 이를 국산 데이터센터에서 안정적으로 운용할 수 있는 구조를 갖춰야 한다.
해외 플랫폼 종속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단계적 접근이 현실적이다. 공공 부문부터 국산 인프라 전환을 시도하고, 민간 산업에는 다양한 선택지를 제공하는 방식이 필요하다. 완전한 자립이 아니라, 스스로 선택할 수 있는 자유를 확보하는 것이 먼저다.
기술은 선택의 자유를 만든다. 그리고 그 자유를 지켜낼 수 있을 때, 비로소 주권은 현실이 된다.

시인, 칼럼니스트, IT AI 연구원 , KAN 전문기자
(주)데이터포털에서 빅데이터시각화팀장으로서 데이터 시각화와 AI 기술을 활용해 공공데이터의 효율적인 활용을 위한 연구에 주력하고 있음.
시인과 컬럼니스트로도 활동하며, 문학과 데이터 과학을 접목하여 AI 플랫폼 시대에 사는 우리들이 나아갈 방향을 제시하고자 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