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조 해설] 손증호의 "웃음 처방"
[이승하의 하루에 시 한 편을 78]
웃음 처방
손증호
하루가 턱턱 걸려 넘기기 힘든가요
눈물 섞은 웃음 한 첩 처방해 드릴 테니
정성껏 푹 달여 드시고 크게 한번 웃어봐요
그래도 까르르 웃을 수 없다고요
낄낄낄 우스개 입가심으로 드시고
음 그래, 고개 끄덕이며 마음 빗장 풀어봐요
피 돌림 잘 안 되면 아픈 곳도 많다지요
고이고 막혀서 답답하고 힘든 오늘
시원한 박장대소로 가슴 뻥 뻥 뚫어봐요.
—『다시, 봄』(도서출판 작가, 2025)

[해설]
웃는 얼굴에 침 뱉으랴
웃을 일이 별로 없다. 외신을 접하면 고래(강대국) 싸움에 새우(대한민국) 등 터진다는 속담을 떠올리게 된다.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관세 부담을 슬기롭게 헤쳐나갈 수 있을지 걱정된다. 이제 얼마 남지 않은 대통령 선거전에 돌입한 후보들의 유세를 들어보면 믿음이 가기보단 불안감이 교차한다. 자질의 문제가 아니라 앞으로 화합의 분위기에서 정국을 이끌어갈 것 같지 않기 때문이다. (나의 정치의식 부족 때문일 것이다.)
상가 임대를 호소하는 종이를 볼 때마다 경기가 안 좋다는 게 실감이 된다. 어디를 가도 빌딩 1층에는 빈 사무실들이 보여 불경기가 확실히 느껴진다. 대형 사건들은 사흘이 멀다 하고 일어난다. 손증호 시인은 불안에 떨고 있는 우리에게 제안한다. 크게 한번 웃어보라고. 까르르 크게 웃을 수 없다면 “낄낄낄 우스개 입가심으로” 드시라고 한다.
어디를 가도 웃음소리가 들려오지 않는다. 고이고 막혀서 답답하고 힘든 오늘, 시인은 시원한 박장대소로 가슴 뻥 뻥 뚫어보라고 권한다. 맞는 말이다. 박장대소도 좋고 파안대소도 좋다. 너털웃음도 좋고 가가대소도 좋다. 홍소, 미소, 폭소 다 좋다. 우리 조상은 ‘웃는 집에 복이 온다’고 했다. 대문에 ‘소문만복래(笑門萬福來)’라고 써 붙이기도 했고 ‘일소일소 일로일로(一笑一少 一怒一老)’란 말도 했다. 웃을 일이 있기를 기다릴 것이 아니라 저 사람 참 실없다는 말을 듣더라도 내가 먼저 웃자. 그대의 미소나 밝은 웃음이 누구에겐가는 최고의 선물이 될 수 있다.
[손증호 시조시인]
2002년 《시조문학》 신인상 수상. 부산 해안길 명칭 공모에 「갈맷길」로 당선. 한국시조시인협회 부이사장, 부산시조시인협회 회장, 부산시조문학회(볍씨) 회장, 나래시조시인협회 회장, 오늘의 시조회의 부의장 역임. 현재 영도문인협회 회장, <시눈><예감><몽당연필의 꿈> 동인으로 활동. 부산시조작품상, 전영택 문학상, 나래시조문학상, 성파시조문학상 수상. 시조집 『침 발라 쓰는 시』, 단시조집 『불쑥』 발간.
이승하 시인, 중앙대 문예창작학과 교수

1984년 중앙일보 신춘문예 시 당선
1989년 경향신문 신춘문예 소설 당선
시집 『우리들의 유토피아』『욥의 슬픔을 아시나요』『생명에서 물건으로』『나무 앞에서의 기도』『생애를 낭송하다』『예수ㆍ폭력』『사람 사막』 등
평전 『청춘의 별을 헤다-윤동주』『최초의 신부 김대건』『마지막 선비 최익현』『진정한 자유인 공초 오상순』
지훈상, 시와시학상, 편운상, 가톨릭문학상, 유심작품상, 서울시문화상 등 수상
코리아아트뉴스 전문위원
중앙대학교 문예창작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