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o
[문학 세미나 현장 취재 ] 만해 한용운 정신 계승, ‘중도와 조화’ 주제로 열린 2025 만해축전 학술세미나
문학/출판/인문
시 /시조

[문학 세미나 현장 취재 ] 만해 한용운 정신 계승, ‘중도와 조화’ 주제로 열린 2025 만해축전 학술세미나

시인 김강호 기자
입력
한국시조시인협회 주최, 인제 만해마을에서 열려 “전북 시조 문학사와 시조 문학을 통한 통합적 모색” “신진 시조시인들의 작품에 나타난 신경향적 주제의식 탐색과 전망”

[인제=코리아아트뉴스 김강호 기자]  초가을의 선선한 바람이 불어오던 9월 13일, 강원도 인제군 백담사 인근 만해마을 문인의 집에서는 만해 한용운 선생의 문학과 철학, 그리고 민족정신을 기리는 ‘만해축전 학술세미나’가 열렸다.   

한국시조시인협회는 9월 13일 인제 만해마을에서 2025년 만해축전 학술세미나를 개최했다 [사진:김강호 기자]

한국시조시인협회( 이사장 정용국)이 주최한 이 세미나의 주제는 ‘중도와 조화’. 불교적 사유를 바탕으로 시조 문학이 현대 사회 속에서 어떻게 조화를 이루며 나아갈 수 있을지를 탐색하는 자리였다. 

정용국 한국시조시인협회 이사장이 만해축전 세미나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 김강호 기자]

행사는 김영주 사무총장의 사회로 시작되었으며, 정용국 한국시조시인협회 이사장이 환영사를 전했다. 정 이사장은 “현대 시조가 다채로운 경향 속에서 변화하는 현실과 조화를 이루는 주제를 탐색하는 것이 매우 의미 있다”며 이번 세미나의 방향성을 제시했다.
 

시조 문학의 흐름을 지역과 세대의 관점에서 살펴보다 _ 김수엽 시인 


첫 발표는 김수엽 시인(전북 시조시인협회장)이 맡았다. 그는 《전북 시조문학사와 시조 문학을 통한 통합적 모색》이라는 주제로, 자료가 부족한 가운데서도 전북 지역 시조문학의 흐름을 세대별로 정리한 결과를 공유했다. 김시인은  전북 시조의 현대사를 세대별로 구분, 일목요연하게 정리해서 발표하여 주목을 받았다.    

김수협 시인은《전북 시조문학사와 시조 문학을 통한 통합적 모색》이라는 주제로,  전북 지역 시조문학의 흐름을 세대별로 정리한 결과를 발표했다 [사진 : 김강호 기자]

김 시인은 “지금까지 전북 시조문학사는 누구도 본격적으로 정리한 적이 없었다”며, “이번 작업은 첫걸음에 불과하지만, 앞으로 다른 지역의 시조문학사도 차례로 정리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특히 “K-Culture가 세계적으로 주목받는 지금, 시조와 판소리가 함께 세계로 뻗어나갈 수 있는 절호의 기회”라며 시조의 세계화 가능성을 강하게 피력했다.


신진 시인들의 작품 속에서 나타난 새로운 경향을 탐구하다 - 노창수 시인

이어 발표에 나선 노창수 시인(한국문인협회 부이사장)은 《신진 시조시인들의 작품에 나타난 신경향적 주제 의식 탐색과 전망》이라는 주제로, 젊은 시조 시인들의 작품 속에 나타나는 새로운 흐름을 분석했다.  노창수 시인은 '시조의 위력은 가멸차다' 고 강조하며  월터 페이터(Pater,Walter,1839~1894)의 말을 인용하여  '모든 예술은 리듬과 재결합되어야 한다' 고 강조했다.  율격과 리듬을 중시하는 시조가 모든 예술의 핵심이 될 수 있다고 강조한 것이다. 

는 시조의 본질적 힘을 ‘율격과 리듬’에서 찾으며, “시조는 자수율, 음보율, 구율, 장율로 완성되는 장르이며, 그 리듬 속에서  살아 움직이는 감정과 희망을 표현하는 것이 시조의 본질"  이라고 설명했다. 노시인은 " '시조를 혁신하자' 는 가람의 철학은 지금도 유효하다"고 밝히고 " 이제 국제화된 시조 세상을 여는 일은 신진 시인의 몫" 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그는 셰익스피어의 『템페스트』에 등장하는 마법사 프로스페로가 부리는 영혼 ‘에어리얼’에 신진 시인을 비유하며, “기성 시인의 낡은 노래를 넘어 새로운 바람을 일으켜야 할 존재가 신진시인”라고 강조했다.

노창수 시인은 《신진 시조시인들의 작품에 나타난 신경향적 주제 의식 탐색과 전망》이라는 주제로, 젊은 시조 시인들의 작품 속에 나타나는 새로운 흐름을 분석했다 [ 사진 : 김강호 기자]  

이택회 시인과 김강호 시인은 토론자로 나서 발표 내용을 심화하며, 시조 문학의 혁신과 국제화를 위한 실천적 방향을 제시했다. 발표자들과 토론자들은 시조 문학이 단순한 전통의 계승을 넘어, 시대와 호흡하며 변화해야 한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

 

시심으로 물든 밤: 시 낭송의 향연


학술 발표가 끝난 후에는 시 낭송회가 이어졌다. 조명이 은은하게 비추는 문인의 집 마당에서 시인들은 자작시와 동료 시인의 작품을 낭독하며 시조의 감성과 철학을 관객과 공유했다.


김진희 시인은 자작시 ‘나무의 수트라’와 김연동 시인의 ‘앉은뱅이 꽃’을 낭독하며 자연과 인간의 내면을 잇는 시적 사유를 펼쳤고, 이분헌 시인은 자작시 ‘아직은 괜찮아’와 이우걸 시인의 ‘주민등록증’을 통해 일상 속의 고요한 울림을 전했다. 정경화 시인은 자작시 ‘변산바람꽃’과 이승은 시인의 ‘그늘을 놓아주다’를 낭독하며 생명과 그늘의 미학을 표현했고, 임성규 시인은 자작시 ‘낙수’와 김강호 시인의 ‘책등’을 통해 삶의 흔적을 되새겼다. 마지막으로 정진희 시인은 자작시 ‘부처꽃’과 양점숙 시인의 ‘강변 찻집에서’를 낭독하며 시조의 정서적 깊이를 더했다.
 

시 낭송이 이어지는 동안, 참석자들은 시인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며 만해 선생의 발자취를 따라가는 듯한 문학적 순례를 경험했다. 초가을의 밤은 시심으로 무르익었고, 시조는 그 속에서 살아 숨 쉬었다.

 

만해 정신을 계승하며 시조 문학의 미래를 모색하다
 

이번 학술세미나는 단순한 문학 행사를 넘어, 만해 한용운 선생의 문학·철학·민족정신을 계승하고자 하는 시조 시인들의 의지를 보여주는 자리였다. ‘중도와 조화’라는 주제는 시조 문학이 불교적 사유와 함께 어떻게 현대적 의미를 획득할 수 있는지를 탐색하는 철학적 접근이기도 했다.


전국에서 모인 시조 시인들은 만찬과 함께 시심을 나누며, 시조 문학의 미래를 향한 연대와 비전을 공유했다. 시조가 단지 전통의 유산이 아닌, 세계 속에서 당당히 자리매김할 수 있는 예술 장르로 거듭나기를 바라는 열망이 행사 전반에 흐르고 있었다.

 

시인 김강호 기자
share-band
밴드
URL복사
#한국시조시인협회#정용국시인#노창수시인#김수엽시인#김강호시인#만해학술세미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