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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영일 아카이브展 《한국행위예술 사발통문》…한국 전위예술 20년의 현장을 다시 펼치다

임만택 전문 기자
입력
10월 6~19일 부산 복합문화예술공간MERGE? 개최…사진으로 기록한 한국 행위예술의 역사와 전위정신 조명 10월 6일 권영일 작가 아티스트 토크, 8일 심홍재 작가 연계 퍼포먼스 진행

찰나의 행위로 생성되고 사라지는 퍼포먼스 예술의 역사를 사진으로 기록해 온 권영일 작가의 아카이브 전시 《한국행위예술 사발통문 沙鉢通文》이 오는 10월 6일부터 19일까지 부산 금정구 복합문화예술공간MERGE?에서 열린다. 

권영일 개인전 《한국행위예술 사발통문 沙鉢通文》 포스터 / 복합문화예술공간MERGE? 제공

이번 전시는 한국 행위예술의 현장을 20여 년간 카메라에 담아온 권영일의 기록을 통해 한국 아방가르드 예술의 흐름과 전위예술가들의 실천을 조망하는 자리다. 

 

권영일은 2004년 행위예술을 접한 뒤 퍼포먼스 현장을 지속적으로 기록해 온 사진가다. 단순히 외부에서 현장을 바라보는 기록자의 위치에 머무르지 않고, 작가들과 레지던시 프로그램에 참여하거나 때로는 퍼포먼스에 직접 조연으로 참여하며 행위예술가들의 활동을 가까이에서 기록해 왔다. 현재 한국행위예술가협회 기록분과 이사로 활동하고 있다.

 

‘사발통문’, 이름 없는 연대에서 읽는 전위예술의 정신

 

전시 제목인 ‘사발통문(沙鉢通文)’은 사발을 엎어 놓고 그 둘레를 따라 참여자들의 이름을 원형으로 적어 주모자를 특정할 수 없도록 했던 전통적 문서 형식에서 가져왔다.

이번 전시에서 사발통문은 단순한 역사적 형식을 넘어 특정한 중심이나 권력에 종속되지 않고 각자의 위치에서 동등하게 시대와 예술에 맞섰던 전위예술가들의 연대와 공동체적 태도를 상징한다.

 

권영일의 사진 속에서는 행위예술가의 몸과 공간, 관객, 그리고 순간적으로 발생하는 사건이 하나의 기록으로 만난다. 행위예술은 공연이 끝나는 순간 물리적 현장이 사라진다는 점에서 기록의 의미가 더욱 크다. 그의 사진은 단순한 행사 자료가 아니라 한국 행위예술이 어느 장소에서 어떤 몸짓과 태도로 시대를 통과했는지를 증언하는 아카이브로 기능한다.

 

특히 이번 전시는 완성된 조형물을 감상하는 일반적인 전시와 달리, 예술가의 행위가 발생했던 현장의 분위기와 관객의 반응, 공간과 신체의 관계를 사진을 통해 다시 불러낸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예술가와 함께 현장을 지켜온 ‘기록자’

 

1954년생인 권영일은 2021년 『예술의 꽃밭으로 들어온 역사기록_문순득의 길 우리의 길』을 발간했으며, 이후 국내외 퍼포먼스와 예술 프로젝트에 꾸준히 참여했다.

 

2022년에는 루마니아 트란실바니안 현대예술협회 초청 EKÉP 아트레지던시에 참가했으며, 2023년 ARTsBus 평화원정대 퍼포먼스 유럽투어, 2024년 독일 베를린 PG Gallery 개인전 《HAVE BEEN...》과 ARTsBus 유럽 예술유목 프로젝트 등에 참여했다. 2025년에는 ‘동방으로부터’를 주제로 한 유럽 9개국 평화원정대에 참가하며 한국 행위예술의 활동 현장을 지속적으로 기록해 왔다.

 

이 같은 작업은 사진가와 피사체의 관계를 넘어선다. 권영일은 행위예술을 외부에서 바라보는 관찰자라기보다 현장 속에서 예술가와 시간을 공유해 온 또 하나의 참여자에 가깝다.

 

사진 속에 남겨진 땀과 긴장, 관객의 표정, 행위가 벌어진 장소의 분위기는 그가 오랫동안 현장에 몸담아 왔기에 포착할 수 있었던 기록이다.

 

성백·신용구 등 행위예술의 순간, 새로운 이미지로

 

이번 전시에는 한국 행위예술 현장에서 활동해 온 예술가들의 모습이 권영일의 시선을 통해 소개된다.

권영일, 〈성백〉, 600×800mm, 디지털프린트와 혼합재료, 2026

공개된 작품 가운데 성백을 촬영한 작품은 행위가 진행되는 현장과 이를 바라보는 관객, 사진가들의 모습을 한 화면 안에 구성한다. 흰옷을 입은 퍼포머의 신체에 남겨진 흔적과 화면을 가득 채운 관객의 시선은 퍼포먼스가 작가 혼자만의 행위가 아니라 공간과 관객이 함께 형성하는 사건임을 보여준다.

권영일, 〈성백〉, 600×800mm, 디지털프린트와 혼합재료, 2026

또 다른 작품에서는 신용구의 퍼포먼스 장면들이 하나의 화면에 병치된다. 강변과 무대, 붉은 공간 등 서로 다른 장소에서 펼쳐진 퍼포먼스가 결합되면서 한 작가의 행위가 시간과 장소를 넘어 축적되는 과정을 보여준다.

 

출품작은 디지털프린트와 혼합재료를 활용한 600×800mm 작품을 중심으로 구성되며, 성백·노주련·신용구·조은성 등의 작품이 소개된다.

 

6일 권영일 작가와의 대화…8일 심홍재 퍼포먼스

 

개막일인 10월 6일 오후 5시에는 권영일 작가와 함께하는 ‘작가와의 대화(아티스트 토크)’가 열린다. 20여 년 동안 한국 행위예술의 현장을 지켜본 권영일이 직접 경험한 퍼포먼스의 뒷이야기와 기록 작업의 의미, 한국 전위예술에 대한 생각을 관객과 나눌 예정이다. 

 

이어 10월 8일 오후 4시에는 심홍재 작가의 라이브 퍼포먼스가 전시장 내부에서 펼쳐진다. 과거의 행위를 담은 사진 기록과 현재 진행되는 새로운 퍼포먼스가 동일한 공간에서 교차하면서 ‘기록된 행위’와 ‘현재의 행위’ 사이의 관계를 보여줄 예정이다. 

 

사진으로 남겨진 퍼포먼스는 과거의 기록이지만, 다시 관객 앞에 놓이는 순간 또 다른 현재가 된다. 《한국행위예술 사발통문》은 이러한 사진의 시간성을 통해 한국 행위예술의 역사를 다시 읽고, 전위예술이 오늘날 어떤 의미를 지니는지를 묻는다.

 

상업적 미술의 중심에서 다소 비켜난 장소에서 몸과 행동을 예술의 언어로 삼아온 작가들, 그리고 그들의 순간을 묵묵히 기록해 온 사진가의 시선이 만나는 이번 전시는 한국 행위예술을 하나의 살아 있는 역사로 되돌아보는 기회가 될 것으로 보인다.

 

전시 개요

전시명은 《한국행위예술 사발통문 沙鉢通文》 권영일 아카이브展이며, 2026년 10월 6일부터 19일까지 부산광역시 금정구 복합문화예술공간MERGE?에서 열린다. 권영일 작가와의 대화는 10월 6일 오후 5시, 심홍재 작가의 특별 연계 퍼포먼스는 10월 8일 오후 4시에 진행된다. 전시장 주소는 부산광역시 금정구 부산대학로50번길 49이며, 문의는 복합문화예술공간MERGE?로 하면 된다.

임만택 전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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