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AN: 옴니버스 아트] 다니엘 가버 : 그림자 뒤에 외딴 집



[문화예술=코리아아트뉴스 이청강 기자] 미국 인상주의 화가 다니엘 가버(Daniel Garber)의 회화 작품 <Shadows>(1922)와 시인 배상록의 시 <외딴집>은 서로 다른 장르 속에서 공통된 정서와 이미지를 공유하며 예술적 대화를 이어간다.
하나는 붓으로, 다른 하나는 언어로 자연과 인간의 관계를 탐구한다는 점에서 깊은 울림을 전한다.
가버의 <Shadows>는 펜실베이니아의 전원 풍경을 배경으로, 붉은 지붕의 집과 길게 드리워진 나무 그림자를 통해 가을의 빛과 그림자의 흐름을 담아낸다. 이 작품은 고요하고 따뜻한 분위기 속에서 일상과 자연의 조화로운 관계를 시각적으로 표현하고 있으며, 인상주의적 붓터치와 연보라·황금빛 색채는 시간의 흐름과 사색적 정서를 시사한다.

반면 배상록의 「외딴집」은 언덕 위 외로운 집을 배경으로, 불빛과 어둠, 기다림과 그리움의 감정을 서정적으로 그려낸다.
“나뭇잎 사이로 불빛 흘러내리면”이라는 구절에서 희미한 행복의 조짐을 포착하고, “오늘도 아니 오시려나 봅니다”에서는 그녀를 향한 간절한 기다림을 섬세하게 드러낸다.
이 시는 누구나 품고 있는 마음속의 기다림의 집을 상징한다. 누군가를 향한 감정, 도달할 수 없는 마음, 그리고 결국 어둠과 동행하게 되는 내면의 서사를 통해, 독자들은 자신만의 정서를 투영할 수 있는 감정의 거울로서 이 작품을 마주하게 된다. 무언의 고백처럼, 그리고 말 없는 응시처럼, 이 시는 지금도 누군가의 마음 밭에 작은 꽃을 피우고 있을지도 모른다.
두 작품 모두 언덕 위 외딴 공간을 중심으로, 자연과 인간 사이의 감정적 교감을 다룬다는 점에서 닮아 있다. 회화는 시각적 고요함을, 시는 내면의 떨림을 드러내며, 빛과 어둠을 매개로 한 정서적 깊이를 만들어낸다.
<Shadows>와 <외딴집>은 서로 다른 언어로 표현된 풍경과 감정이 예술 속에서 공존하고 교차하는 방식을 보여준다. 작품을 통해 관람자와 독자에게 조용히 말을 건네며, 우리 삶의 그림자와 빛을 다시 바라보게 한다.
외딴집 / 배상록
나뭇잎 사이로 불빛 흘러내리면
알 수 없는 행복이 마음 밭에 꽃을 피웁니다
언덕 위 외딴 집
땅거미 내리고 어둠이 짙어지면
나도 몰래 눈이 먼저 갑니다
어제도 아니 오시더니
오늘도 아니 오시려나 봅니다
밤이 깊어 갈수록
마음 졸이며 서성거려 보지만
이미 눈 맞았습니다 어둠과
그녀의 외딴 집

프로필
배상록
경북 상주 출생
상주시 및 서울특별시 근무(녹조근정훈장 수훈)
공무원연금문확회 정회원(2016년 수필 부문 입상)
한국 시서울문학회 (2022년 시 부문 입상)
한국 시서울문학회 운영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