옴니버스Art/TV-KAN
만화
[만화로 읽는 시조 16] 세상에서 가장 느린 시간 _ 박영식
류우강 기자
입력
수정

세상에서 가장 느린 시간
박영식
거북이가 기어와도
이보다는 낫겠다
길 내는 달팽이라 해도
서산쯤엔 닿았겠다
온다던
그대 아직도
불길함만 더하고
- 『편편산조』 (2020, 책만드는집)
“세상에서 가장 느린 순간을 읽다"
제목 “세상에서 가장 느린 시간”은 읽는 순간부터 독자의 마음을 붙잡는다. 누구나 경험 해본 기다림의 답답함을 가장 단순하면서도 강렬하게 표현한 말이다. 약속을 기다릴 때, 답장이 오지 않을 때, 혹은 누군가의 발걸음을 기다릴 때 — 그 순간은 정말 세상에서 가장 느리게 흐른다.
시조 속 거북이와 달팽이는 단순한 동물이 아니라 ‘느림의 상징’으로 등장한다. 하지만 이 느림은 단순한 농담이 아니라, 결국 “온다던 그대 아직도”라는 구절에서 허전함과 불안으로 이어진다. 웃음과 씁쓸함이 교차하는 순간, 독자는 제목이 던지는 무게를 실감하게 된다.
이 작품의 매력은 어렵지 않다는 데 있다. 시조는 특별한 수사나 거창한 철학이 없어도, 일상의 생각을 정형에 담으면 완성된다. 박영식 시인의 작품은 바로 그 점을 보여준다. 누구나 도전할 수 있고, 누구나 자기만의 ‘느린 시간’을 시조로 남길 수 있다.
이 시조는 “아, 나도 이런 순간을 겪었지”라는 공감을 불러일으킨다. 다음번에 답답한 기다림이 찾아온다면, 그 순간을 제목처럼 “세상에서 가장 느린 시간”이라 이름 붙여 시조 한 수로 남겨보는 것도 재미있을 것이다. ( 글 : 류안 시인)
밴드
URL복사
#박영식시인#시조만화#만화시조#시조로읽는만화#만화시#박영식시조#류우강만화#세상에서가장느린시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