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려움과 아름다움 사이”… 크로아티아 국가관, 봉합되지 않은 기억의 풍경을 펼치다
글 / 칠곡문화예술위원회
2026년 베니스비엔날레 크로아티아 국가관이 작가 두브라브카 로시치(Dubravka Lošić)의 전시 《공포와 아름다움에 매료되어(Compelled by Fright and Beauty / Potaknuta strahom i ljepotom)》를 통해 깊은 울림을 전하고 있다.

이번 전시는 발칸 지역의 역사, 여성의 몸, 기억의 흔적, 전쟁 이후의 감정 구조를 오랫동안 탐구해온 로시치의 작업 세계를 중심으로 구성됐다. 작가는 특정 사건을 직접 설명하거나 정치적 메시지를 전면에 내세우기보다, 천과 섬유, 봉합, 균열, 색채, 침묵 등 감각적 요소를 통해 말해지지 못한 기억의 층위를 관객이 직접 체험하도록 이끈다.
전시장에 들어서는 순간 관객을 맞이하는 것은 강한 시각적 충격보다 조용한 정적이다. 찢어지고 꿰매어진 표면, 부드럽지만 불안한 직물의 질감, 절제된 색채는 전쟁과 이주, 여성성, 역사적 기억이 개인의 몸과 감각 속에 어떻게 남는지를 은유적으로 보여준다.

특히 로시치의 작업에서 ‘봉합’은 단순한 회복의 의미에 머물지 않는다. 그것은 상처를 완전히 지우는 행위가 아니라, 상처가 존재했음을 끝내 남겨두는 흔적이다. 이 흔적은 발칸의 역사이자 오늘날 유럽과 세계가 공유하는 불안의 감각으로 확장된다.
크로아티아 국가관은 강한 정치적 구호나 시각적 스펙터클 대신 느린 호흡과 낮은 목소리를 선택한다. 그러나 그 조용함은 오히려 오래 남는다. 관객은 작품을 이해하기 전에 먼저 느끼게 되고, 전시장을 나온 뒤에도 천의 표면, 빛의 밀도, 침묵 속 긴장감, 아름다움과 불안이 공존하는 감각을 오래 기억하게 된다.
이번 전시는 질문한다. 상처는 과연 완전히 봉합될 수 있는가. 예술은 봉합되지 않은 흔적을 어떻게 기억의 언어로 바꿀 수 있는가.
2026년 베니스비엔날레 크로아티아 국가관은 그 질문에 거대한 목소리 대신 조용한 감각으로 응답한다. 그리고 그 침묵 속에서 올해 비엔날레의 가장 섬세하고 깊은 장면 중 하나를 만들어내고 있다.

전시 개요
전시 제목: 《공포와 아름다움에 매료되어》
영문 제목: Compelled by Fright and Beauty
작가: Dubravka Lošić
장소: 크로아티아 국가관, Salizada Zorzi, Castello 4930, 30122 Venice, Italy
운영 시간: 5월~9월 11:00~19:00 / 10월~11월 10:00~18:00
휴관: 월요일
공식 웹사이트: losic.nmmu.hr
작가 웹사이트: dubravkalosic.com
공식 SNS: 인스타그램 @croatianpavilion2026
자료 제공: 칠곡문화예술위원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