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 밤섬, 기억과 생태가 예술로 되살아나다
밤섬, 기억과 생태가 예술로 되살아나다
영등포문화재단이 11월 20일 개막한 기획전시 「한강 밤섬, 관계의 지도」는 단순한 전시가 아니다. 도시와 자연, 기억과 생태가 교차하는 특별한 무대다. 여의도 개발로 폭파된 뒤 사라진 섬, 그러나 시간이 흘러 스스로 생태계를 회복해 람사르 습지로 지정된 밤섬의 역설적 역사가 예술가들의 시선 속에서 다시 살아난다.

1월 25일까지 영등포 아트스퀘어에서 열리는 이번 전시는 마포공동체라디오의 아카이빙존, 서울대 환경대학원과의 연계 전시존, 그리고 공모와 초청을 통해 모인 11팀의 예술가 작업으로 구성된다. 관람객은 작품과 기록을 통해 “우리는 이 섬과 어떤 관계를 맺을 것인가”라는 질문을 마주하게 된다.
개막식에는 최호권 영등포구청장과 밤섬 부군당 보존회 주민, 지역 활동가, 예술가 등 100여 명이 함께했다. 최 구청장은 “밤섬의 역사와 주민들의 이야기를 예술을 통해 다시 만나는 뜻깊은 자리”라며, 앞으로 지역과 행정, 전문가가 협력해 지속 가능한 보존 체계를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이건왕 영등포문화재단 대표이사 역시 “사라진 섬의 기억을 예술의 언어로 되살리고, 밤섬을 단순한 경관이 아닌 ‘관계 맺어야 할 생태적 이웃’으로 바라보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전했다.
밤섬은 과거 ‘율주(栗洲)’라 불리며 주민이 살던 섬이었다. 그러나 1968년 여의도 개발 과정에서 폭파되며 62가구 443명이 하루아침에 실향민이 됐다. 인간의 발길이 끊긴 뒤 섬은 스스로 생태계를 회복했고, 지금은 서울 도심 속 생태 보존의 상징으로 자리 잡았다.
영등포문화재단은 이번 전시를 통해 도시수변문화 사업의 새로운 지평을 열고 있다. 공연장, 도서관, 청소년 지원센터 등 다양한 문화 공간을 운영하며, 여의도 봄꽃축제와 문래예술창작촌 등 지역 자원을 활용해 문화도시 영등포의 정체성을 확장해 나가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