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 소식] 킹 찰스 3세 대관식 메달, 한국전 참전용사 앙드레 페텔르에게 헌정
[캐나다 오타와=코리아아트뉴스 강영자 기자] 한국전 참전용사 앙드레 페텔르(André Petelle)에게 킹 찰스 3세 대관식 메달(Coronation Medal)이 수여되며, 70년 전의 희생과 헌신이 오늘날의 평화와 번영으로 이어졌음을 기리는 문명적 헌정의 순간이 캐나다 오타와에서 울려 퍼졌다.
지난 11월 8일 오타와 상원 회의장에서 열린 이번 헌정식은 단순한 예우를 넘어, 한국전쟁이 남긴 국제적 의미와 70년간 이어진 평화의 유산을 다시금 깊이 새기는 역사적 장면으로 자리매김했다.
70년 전, 한 청년의 결단이 오늘의 ‘디아스포라 기반’을 만들다

1952년 캐나다군에 입대한 페텔르 옹은 1954년 유엔군으로 한국전에 참전했다. 캐나다는 한국전(1950~1953)에 총 26,791명이 참전하고 516명이 전사했으며, 그중 378명은 부산 유엔기념공원에 영면하고 있다.
이번 수훈은 그들의 희생이 오늘날 대한민국의 민주주의·번영, 그리고 710만 디아스포라 공동체의 삶의 토대가 되었음을 국제사회가 다시 인정하는 귀중한 자리가 됐다.
“I owe my very life” 연아 마틴 의원의 고백이 남긴 ‘문명적 울림’

메달을 직접 수여한 연아 마틴 캐나다 상원의원은 한국전 생존자 부모를 둔 디아스포라 1.5세 정치인으로서 남다른 울림을 더했다. 마틴 의원은 공식 성명에서 다음과 같이 밝혔다.
“페텔르 옹의 영웅적 헌신은 대한민국이 오늘날 번영하는 민주주의 국가로 자리 잡는 데 결정적이었습니다. 캐나다 한인 디아스포라 공동체 역시 그 희생 덕분에 존재합니다.
저는 한국전 생존자 부모님의 딸로서, 제 생명 자체가 그분들께 빚져 있습니다(I owe my very life).”
이 발언은 단순한 감사가 아니라, 참전용사들의 희생을 디아스포라 존재의 근원으로 재정의한 역사적 고백이었다. 상원 연단에서 대관식 메달과 인증서를 건네는 순간은 참전세대와 디아스포라 세대가 세월을 넘어 ‘평화의 계승’을 약속하는 공식 기록으로 남았다.
아직 끝나지 않은 과제 “한국전의 진짜 이름을 되찾아야 한다”
현장에서 활동해온 캐나다 한국전 참전용사

후원회 김후정 대표는 의미 있는 지적을 남겼다. 그는 캐나다에서 한국전이 종종 “Korean Conflict”, 혹은 “UN Peacekeeping Mission”으로 잘못 인식되고 있는 현실을 지적하며 다음과 같이 강조했다.
“K-콘텐츠 세대에게 한국전의 의미를 교육·강의·콘텐츠로 연결하는 일은 선택이 아닙니다. 반드시 해야 할 미래 사업입니다.”
24년간 참전용사 지원을 이어온 그의 발언은 디아스포라에게 주어진 책무가 단순 기념을 넘어, ‘평화 유산의 체계적 전승’임을 일깨운다.
디아스포라에게 남겨진 ‘시대적 명령’
이번 상원 헌정식이 던지는 메시지는 명확하다. 한국전 참전용사들의 희생은 대한민국의 재건을 넘어, 전 세계 한인 디아스포라가 탄생하고 성장할 수 있었던 역사적 기반이었다. 따라서 이 유산을 미래 세대에게 정확하고 아름답게 전하는 일은 재외동포 공동체가 짊어져야 할 시대적 책무다.
앙드레 페텔르 옹의 헌신, 연아 마틴 의원의 진심 어린 고백은 710만 한인 디아스포라가 앞으로도 평화·기억·민주주의 가치를 연결하는 ‘문명적 가교’로 서야 한다는 사실을 다시 일깨운다.
이번 헌정식은 한 영웅의 공적을 기리는 데 머물지 않는다. 그 희생 위에 세워진 공동체가 앞으로 어떤 미래를 만들어갈 것인지에 대한 단호한 명령이자 깊은 울림으로 기록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