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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희의 수필 향기] 초록을 품다 - 강표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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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희의 수필 향기] 초록을 품다 - 강표성

수필가 김영희 기자
입력

   초록을 품다    

   강표성 
 

   연초록 물결이 출렁인다... '춘 마곡 추 갑사'라는 옛말이 무색하게 봄만 되면 갑사 쪽으로 기운다. 초록이 고픈 게다... 
 

    햇살이 미끄럼을 타는 애채는 파릇파릇하고, 새싹을 피워낸 나무초리는 푸르스름한가 하면, 거친 줄기마다 푸르죽죽하고, 오래된 졸거리는 검푸르하니, 뿌리에 가까운 밑동은 갈빛으로 기운다. 그야말로 녹색 잔치다. 


    꽃은 피어 열흘 붉지만 초록은 날마다 새로운 그늘을 펼친다. 숲은 그들만의 신전이다. 


    푸른 잠언의 숲, 거기서는 행간에 신경을 쓰지 않아도 된다... 솜털 하나하나 열리어, 온몸으로 스며드는 기운을 받아들면 그만이다. 일체의 것을 벗어 놓고 존재 자체가 되어본다... 


    사람들 사이에서 길을 잃을 때면 녹색을 기웃거린다. 입에 쓴 물이 고일 때, 마음이 쑥대밭 같을 때면 나무 그늘을 찾는다... 말없이 어깨를 다독이는 초록 물결들, 풍경이 내 안으로 걸어온다. 


    이 세상에 초록이 없다면 얼마나 삭막할까?.. 


삶의 현장에서도 초록은 필수다... 성급한 마음에 길목을 지나치려면 금지 표시가 발목을 붙잡는다. 머잖아 초록불이 나오겠지. 이럴 때는 희망의 색이자 질서의 색이다. 


    빨강이 뜨겁다면 파랑은 차가운 색이다. 이를 중화시켜 주는 것이 녹색이다. 자신의 존재를 드러내기보다는 한 발 물러나 중립을 지킨다... 나무와 땅처럼 서로를 받쳐주니 주위에 생기가 흘러넘친다. 


    잠시 반짝이는 것보다 오래 바라볼 수 있는 편안함이 좋고, 비바람에 쉬 흔들리지 않고 제 자리를 지킬 수 있다면 더 바랄 게 없다... 


    속절없이 속만 비어가는 그루터기를 닮을까 봐 눈길은 우듬지 주위에 머물곤 한다. 


    숲에 와서 인생을 다시 생각한다. 사람 또한 새순일 때가 있고, 울울창창 빛나기만 할 것 같은데 낙엽으로 내려앉을 때가 있다. 주어진 시기를 받아들이는 것, 그리고 때를 즐길 줄 아는 것, 미련 없이 자리 내어줄 준비를 하는 게 바로 초록이 주는 깨달음이 아닐까 싶다. 

 

    강표성의 '초록을 품다' 중에서

여인초 /펠리스박 [ K-liz 갤러리 제공]

 

[수필 읽기]

     

  작가는 마음이 쑥대밭 같을 때 나무 그늘을 찾는다. 


  초록이 마음의 평안을 주고, 생기와 희망과 질서의 색이 된다. 초록이 주는 깨달음을 잔잔하게 풀어내고 있다. 

    
  초록은 풀 색, 나뭇잎 색이다. 우리의 마음과 눈을 시원하게 해준다.  자연과 환경 보호를 나타내는 색이다. 


  나는 마음이 답답할 때나 눈이 피로할 때 나무나 하늘을 쳐다본다. 그러다 보면 마음과 눈이 한결 편안해짐을 느낀다. 초록색은 눈을 자극할 우려가 적어 눈의 피로를 풀어주고, 신체를 편안하게 만들어주는 효과가 있다. 

이 세상에 초록이 없다면 얼마나 삭막할까?..  [사진 : 류우강 기자]


  초록색은 빨간색, 파란색과 함께 빛의 삼원색이다. 초록은 최고의 가시성을 가진 영역의 색상으로 같은 명도와 채도일 때 가장 눈에 잘 보이는 색이다. 사람의 육안으로 인식 가능한 영역의 색상 중에서 중간 수준의 파장을 가지고 있는데, 이 영역의 파장에 가장 민감하게 반응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물감 중에 파랑과 노랑을 섞으면 초록이 된다. 의사가 수술을 할 때 사람의 혈액이나 장기 등의 빨간 물체를 눈으로 보면서 잔상 효과를 최소화하기 위한 보색으로, 수술복을 초록색으로 한다고 한다.  오징어게임에서 피가 많이 나오는 장면이 있어서 초록 색 옷으로 정하지 않았을까. 

    
  실제로 초록색은 지하철(서울의 2호선, 부산 도시철도 2호선, 대구 도시철도 2호선)에 많이 쓰인 색이고, 신호등에서 초록불이 켜지면 건너가는 신호가 된다. 이것은 초록색이 가장 안정적인 색이므로 건너가도 좋다는 의미를 담았지 않나 생각한다. 

 

  일이 지체 되어 마음이 다급해질 때면 하늘 한 번 쳐다보고, 나무의 푸른 잎을 바라보자. 초록은 안정, 안식, 평화, 휴식을 상징한다. 초록색은 눈과 마음을 편안하게 해주는 치유의 색이다. 도시의 가로수가 공기 정화 뿐 아니라 우리의 심신을 편안하게 해주고, 집안에서도 화초를 키우며 몸과 마음의 휴식을 취하지 않는가. 가까운 것을 오래 보지 말고 자주 먼 곳을 바라보며, 초록을 많이 바라보는 것이 눈에 좋다고 한다. 

    

  녹색 잔치가 벌어졌다. 초록을 더욱 가까이 하자. 벌써 숲이 그립다. 

김영희  수필가, 코리아아트뉴스 칼럼니스트, 문학전문 기자  
 

충남 공주에서 태어남 
수필가, 서예가, 캘리그라피 작가, 시서화 ,웃음행복코치,

레크리에이션지도자, 명상가 요가생활체조
<수필과비평> 수필 신인상 수상
신협-여성조선  '내 인생의 어부바' 공모전 수상
한용운문학상 수필 중견부문 수상
한글서예 공모전 입선  

수필가 김영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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