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선호의 時부렁調부렁 5】엉터리 작명소

엉터리 작명소
김선호
사주팔자 뺨치는기 이름이라 안카드나
월악산 아래뜸에 물맥이골이라 있었다카데 산그리메 어른댄다는 소문이 흉흉하드만 큰 댐이 맹글어지믄서 물귀신이 됐는기라 고즈넉한 비상리는 날고 뛰는기 일상이라 뱅기 가믄 새떼가 좇고 아들도 따라뜄제 거그에 공항이 생기니 천지개벽 아니드나 도리를 우러르라꼬 맹근 이름이 고도리라 커가믄서 엇나가드니 타짜가 되었다는디 도리를 알아 그랬나 웬만큼은 돌려준다데
섰다니 고스톱이니 심심하믄 가끔 하제 밥도 사고 개평도 주고 따는 날은 그래 한데이 혼자만 꿀꺽했다간 다시는 안 껴주니께, 듣자니 서양노름은 인정사정 없다카데 하트니 스페이드니 클로버니 여럿 있는디 뭉뚱그린 고 이름이 트럼프라고 한다드만 트럼프가 누구드나 시상을 뒤집잖드나 무대뽀로 목을 죄고 피도 눈물도 읎다드만 패를 좀 봐야겄는디 럭비공 같으니 걱정인기라
이름을 칵 바까삐리까? 트루뜨(truth)나 트로트(trot)라꼬!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었을 때, / 그는 나에게로 와서 / 꽃이 되었다.’ 김춘수의 「꽃」처럼, 누군가의 이름을 부름으로써 그 존재를 인식하고, 그리하여 존재는 생명을 얻는다. 지명도 인명도 다 정체성을 지닌다. 광주는 빛고을을, 예산은 예절 바른 동네를, 충주 하면 충절과 애국을 떠올린다.
사람도 이름에 신경을 많이 쓴다. 작명할 때 태어난 시각과 오행·수리를 따지다 보니, 도시엔 ‘사주, 작명’ 간판 걸린 철학관이 흔하다. 뭔가 잘 안 풀리면 개명도 한다. 그래선지 저래선지 팔자가 달라졌다는 이웃을 여럿 본다. 개명한 이름을 수천 번은 불러야 효험이 있다며 호명 주문을 받기도 한다. 물론 다 그런 건 아닐 테다.
트럼프 대통령 취임과 함께 세계 경제가 휘청거린다. 미국 우선주의라는 패 앞에서 묘수가 별로 없다. 상상을 뛰어넘는 모험과 오락가락하는 ‘내맘대로’캐릭터는 자국에서도 원성을 산다.
물에 각각 긍정과 부정적인 말을 쏟아붓고 얼렸더니, 결정체가 다르더라는 연구가 주목받은 적이 있다. 물도 사람의 말을 알아듣고 반응한다는 것이다. 물도 그럴진대, 사람의 이름도 자꾸만 부르면 정말 그렇게 반응할까? 트럼프 대신 트루뜨라고 부르면 진정성이 스며들까, 트로트라고 소리치면 선율처럼 부드러워질까?

김선호 시인, 코리아아트뉴스 문학전문기자
조선일보 신춘문예(1996)에 당선하여 시조를 쓰고 있다. 시조를 알면서 우리 문화의 매력에 빠져 판소리도 공부하는 중이다. 직장에서 <우리 문화 사랑 운동>을 펼치기도 했다. 『으밀아밀』등 네 권의 시조집을 냈다. 코리아아트뉴스 문학전문기자로 활동하며, 충청북도 지역 문화예술 분야를 맡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