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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노준의입니다” 잊힌 실험미술의 귀환, 파주에서 다시 깨어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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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노준의입니다” 잊힌 실험미술의 귀환, 파주에서 다시 깨어나다

권연학 기자
입력
파주 갤러리끼, 7월 18일 ~ 9월 27일

 

파주의 갤러리끼에 들어서는 순간, 관람객은 마치 오래된 기억의 창고를 열어보는 듯한 감각에 휩싸인다. 2025년 7월 18일부터 9월 27일까지 열리는 전시 *“안녕하세요, 노준의입니다”*는 단순한 회고전이 아니다. 이 전시는 1970년대부터 1990년대까지 한국 현대미술의 실험적 흐름을 이끌었던 작가들의 미공개 작품을 통해, 잊힌 예술의 숨결을 다시 불어넣는다.
 

전시 제목은 기획자 노준의의 이름을 빌려왔지만, 그 안에는 한 시대를 관통했던 예술가들의 목소리가 담겨 있다. 박현기, 김춘수, 제여란—이름만으로도 한국 실험미술의 한 축을 담당했던 이들은, 제도권 미술의 경계를 넘나들며 자신만의 언어를 구축해왔다. 그러나 그들의 작업은 시대의 벽에 가로막혀, 오랜 시간 창고 속에 잠들어 있었다.
 

△최명영〈평면조건 8891〉(1988), 박현기〈무제〉(1988) / 자료제공 ⓒ갤러리끼

이번 전시는 그 잠든 작품들을 깨워낸다. 박현기의 영상 설치는 여전히 시간을 조각하고, 김춘수의 회화는 물성과 감각의 경계를 허문다. 제여란의 설치는 여성성과 사회적 시선을 전복하며, 관람객에게 질문을 던진다. 이들은 단지 과거의 예술가가 아니라, 지금 이 순간에도 유효한 질문을 던지는 존재로 다시 태어난다.
 

전시장 구성은 세심하다. 첫 번째 공간 ‘기억의 창고’는 실제 창고를 재현해, 작품들이 잠들어 있던 상태를 보여준다. 두 번째 공간 ‘복원된 시간’은 당시의 전시 방식과 조명, 배치까지 그대로 복원해, 관람객이 과거의 전시장에 들어선 듯한 착각을 일으킨다. 마지막 공간 ‘질문의 방’에서는 관람객이 직접 질문을 남기고, 작가의 기록과 영상으로 응답을 받는다. 이곳은 단순한 감상이 아니라, 예술과의 대화가 이루어지는 장소다.
 

△조성묵 〈Messenger〉(1939~), 박기옥〈무제〉 / 자료제공 ⓒ갤러리끼

노준의는 이번 전시에 대해 “기억되지 못한 예술을 다시 말하고 싶었다”고 말한다. 그의 말처럼, 이 전시는 단순한 복원이 아니라, 예술의 귀환이다. 당시에는 미술사에 기록되지 않았던 장면들이 이제는 관람객과 시대를 연결하는 다리가 된다.
 

전시 첫 주말, 갤러리에는 다양한 세대의 관람객들이 모였다. 한 중년 관람객은 “이런 작품이 있었는지 몰랐다”며 놀라움을 표현했고, 젊은 관람객은 “지금 봐도 너무 현대적이다”라고 말했다. 그들의 반응은 이 전시가 단지 과거를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현재를 흔들고 있다는 증거다.
 

*“안녕하세요, 노준의입니다”*는 한국 현대미술의 공백을 메우는 시도이자, 예술이 시대와 싸우는 언어였음을 상기시키는 자리다. 이 전시는 예술이 잊히지 않도록, 그리고 다시 말해지도록 만든다.

전시 정보
 

  • 전시명: “안녕하세요, 노준의입니다”
  • 장소: 갤러리끼 파주
  • 기간: 2025년 7월 18일 ~ 9월 27일
  • 참여 작가: 박현기, 김춘수, 제여란 외
  • 관람 시간: 오전 10시 ~ 오후 6시 (월요일 휴관)

    전시는 오는 9월 27일까지 계속되며, 도슨트 프로그램은 매주 금요일과 토요일 오전 11시, 오후 1시, 3시에 운영된다. 
권연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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