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하의 하루에 시 한 편을 222] 김수열의 "날혼"
날혼
김수열
급하다는 전갈 받고
요양병원으로 차를 몰았다
아침 여섯 시 반
방금 전 돌아가셨수다
어머니는 구석 침대에 가만히
하얗게 누워 계셨다
어머니
하고 부르면
와시냐
하고 대답할 것만 같은데
어머니
어머니
울어야 하는데
정말 울고 싶은데
이상하다
눈물이 돌지 않는다
고마웠수다
흰 손 잡아드렸다
차지 않다
―『날혼』(삶창시선, 2025)

[해설]
사별한 순간에 “고마웠수다”
이 시에 전개되는 사연이 시인의 상상력의 산물이라고 생각되지 않는다. 제목인 ‘날혼’은 제주도에서 죽은 지 3년이 채 안 되는 이의 넋을 이르는 말이다. 3년은 무슨, 3분쯤 되었을 것이다. ‘와시냐’는 ‘왔느냐’의 제주도 사투리다. 어머니 하고 부르면 와시냐 하고 대답하던 어머니의 임종을 지키지는 못했다. 손을 잡았더니 온기가 그대로 남아 있다. “고마웠수다”가 마음속 말인지 직접 한 말인지 모르겠지만 진심일 것이다. 나를 낳아주셔서 고맙다고. 나를 키워주셔서 고맙다고.
대다수 사람의 마지막 거처는 요양원이거나 요양병원일 터이다. 물론 응급실, 중환자실, 수술실, 입원실, 호스피스 병동 등도 숨을 거두는 장소가 될 수 있다. 추석인 6일 아침에 간직하고 있던 내 어머니 사망진단서를 꺼내 보며 눈물을 닦았다. 사망원인 난에 ‘췌장암 및 암의 타장기 전이 추정’이라고 적혀 있었다. 75년 7개월의 삶. 나는 언제 어떻게 이 세상을 하직할까. 그날을 생각하면서 욕심을 버려야 하는데…….
시집의 제목도 ‘날혼’이다. 어언 여덟 번째 시집이다. 1982년에 등단했으니 시작 활동을 시작한 지 43년이 되었다. 4, 3이란 숫자. 제5부의 시 가운데 일부가 제주도 4ㆍ3사건을 다루고 있다. 제주도민이니까 소재를 가져와 쓰자는 마음으로 쓴 것이 아니다. 진심으로 아파하고, 애도하고, 원망하고 있다. 폭력과 광기의 역사였다. 공포와 전율의 시간이었다. 1주일 상간에 결정이 나서 백호임제문학상과 조태일문학상을 한 권 시집으로 받게 되었다. 오랜만에 역사의 무게와 삶의 깊이가 함께 느껴지는 훌륭한 시집을 읽었다.
[김수열 시인]
1959년 제주에서 태어났다. 1982년 《실천문학》을 통해 문단에 나왔으며 시집으로는 『어디에 선들 어떠랴』『신호등 쓰러진 길 위에서』『바람의 목례』『생각을 훔치다』『빙의』『물에서 온 편지』『호모 마스크스』, 산문집으로는 『김수열의 책읽기』 등이 있다. 1989년 전국교직원노동조합에 가입했다는 이유로 해직을 당한 바 있으며, 현재 민족문학작가회의 회원으로 활동하면서 (사)한국민족예술인총연합 제주도지회 지회장을 맡고 있다. 오장환문학상, 신석정문학상, 조태일문학상, 백호임제문학상 등을 수상했다.
이승하 시인, 중앙대학교 문예창작학과 교수

1984년 중앙일보 신춘문예 시 당선
1989년 경향신문 신춘문예 소설 당선
시집 『우리들의 유토피아』『욥의 슬픔을 아시나요』『생명에서 물건으로』『나무 앞에서의 기도』『생애를 낭송하다』『예수ㆍ폭력』『사람 사막』 등
평전 『청춘의 별을 헤다-윤동주』『최초의 신부 김대건』『마지막 선비 최익현』『진정한 자유인 공초 오상순』
지훈상, 시와시학상, 편운상, 가톨릭문학상, 유심작품상, 서울시문화상 등 수상
코리아아트뉴스 전문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