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조 해설] 박수근의 "일용엄마"
[이승하의 하루에 시 한 편 8]
일용엄마
―배우 고 김수미 님 영전에 올립니다
박수근
허름한 몸빼 바지
양장보다 더 어울려
동네방네 사사간건
안 낀 일이 없었던
초광역
오지랖 넓은
일용엄마 울엄마
틀에 짜인 드라마는
하릴없이 끝났지만
눈물 배고 땀이 밴
인생 2막 그 무대
양촌리
넘너른 벌판
보름달로 오소서
―『정형시학』(2025년 봄호)에서

[해설]
일용엄마를 기리는 시조
원로 배우 김수미 씨가 2024년 10월 25일에 별세했다. 향년 75세. 1971년 배우로 데뷔해 50년 넘게 시청자와 팬들을 웃게 했고 울게 했다. 특히 1980년부터 22년 동안 방송된 한국 최장수 드라마 <전원일기> 속의 ‘일용엄마’는 구성진 사투리, 천연덕스러운 행동, 깊은 정을 보여주며 온 국민 가슴에 똬리를 틀고 들어앉았다. 60〜70대 나이의 일용엄니를 연기했을 때 30대 젊은 나이였다. 더 젊고 더 아름답게 비칠 것을 희망하는 것이 인지상정인데 30대의 김수미는 노인 역할을 전혀 마다하지 않고 몰입하여 강한 인상을 남겼다.
시조시인 박수근은 김수미 님의 부음을 접하곤 일용엄마의 인상을 더듬어 보았다. 드라마 속에서 허름한 몸빼바지를 입고 동네방네 사사건건 안 끼는 일이 없는 오지랖 넓은 여자였다. 그 특유한 카랑카랑한 목소리로 할 말 다 하고 사는데, 도리에 어긋나는 일 하는 적이 없었고 상식을 벗어나는 일 하는 적이 없었다. 자기주관이 확실하고 불의와 타협하지 않는 양심적인 인상을 보여주었다.
2025년 10월 27일 오전 11시 서울 성동구 한양대병원 장례식장에서 고인의 발인식이 엄수되었다. 최근에 피로 누적 상태에 빠졌다고 하는데 사인은 고혈당 쇼크로 알려졌다. 육신은 한 줌 뼛가루가 되었겠지만 모든 국민의 가슴속에 일용엄마는 유쾌한 할머니로서 우리의 기억에 영원히 남을 것이다. 몸은 이승을 떠났지만 넋은 인생 제2막을 살기 위해 그 무대인 양촌리 아주 너른 벌판에서 보름달로 오시라고 빌고 있다.
[시인의 약력]
박수근 시조시인은 2015년 중앙일보 중앙시조백일장 월 장원을 했고 2017년 경상일보 신춘문예에 당선되었다. 오늘의 시조시인협회 회원이다.
이승하 시인, 중앙대학교 문예창작학과 교수

1984년 중앙일보 신춘문예 시 당선
1989년 경향신문 신춘문예 소설 당선
시집 『우리들의 유토피아』 『욥의 슬픔을 아시나요』 『나무 앞에서의 기도』 『사람 사막』 등
평전 『마지막 선비 최익현』 『최초의 신부 김대건』 『진정한 자유인 공초 오상순』 등
지훈상, 시와시학상, 편운상, 가톨릭문학상, 유심작품상, 서울시문화상 등 수상
현 중앙대학교 문예창작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