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하의 하루에 시 한 편을 156] 김선영의 "더위야 물러가라", "햇전병"
더위야 물러가라
김선영
개울이랑 계곡에 가봤니
쏴르르 쏴르르
절벽에서 다이빙하는 물줄기
풍-덩 풍-덩
물줄기 잡으러 뛰어드는 사람들
웃음소리 물소리
골짝 골짝에 메아리치던데
짱알짱알 투정하지 말고
시원하게 너도 쉬어 가렴
햇전병
햇밀로
해를 한 장 부쳐 먹고
얼음 동동 보릿가루
꿀꺽꿀꺽 마시면
푹푹 찌던 여름 해
한 겹 한 겹 얇아진다
—『주렁주렁 복주머니』(도담소리, 2021)

[해설]
네가 이기나 내가 이기나 해보자
낮에 외출했다가 돌아오면 볼이 발갛게 익고 러닝이 푹 젖습니다. 이번 여름 정말 대단합니다. 낮은 낮대로 덥고 밤은 밤대로 덥네요. 여러분은 피서하러 어디로 갈 예정입니까? 벌써 다녀오셨다고요? 동시 「더위야 물러가라」를 쓴 김선영 시인은 개울이나 계곡을 추천합니다. 절벽에서 다이빙하는 물줄기를 보면 가슴이 시원해지지요. 물에 풍-덩 풍-덩 뛰어들고 싶습니다. 시인은 더위에게 묻습니다. 사람들의 웃음소리와 물 튀기는 소리가 골짜기에 메아리치는 것을 듣고 있지? 하고. 그러니 더위 너 짱알짱알 투정하지 말고 시원하게 쉬어 가라고 시인은 더위에게 조언을 하고 있습니다. 즉, 이 동시의 특징은 ‘더위’를 의인화한 것입니다.
같은 동시집에 나오는 「햇전병」은 동시치곤 꽤 어렵습니다. 햇밀로 해를 한 장 부쳐 먹는다는 것은 아주 상징적인 표현입니다. 주어가 안 보여 헷갈리는데 화자를 등장시키면 얼음을 동동 띄운 보릿가루를 꿀꺽꿀꺽 마시는 동안 푹푹 찌던 여름 해도 한 겹 한 겹 얇아져 더위가 조만간 한풀 꺾일 거란 얘기죠. 햇밀로 만들었기에 햇전병이란 말은 이해가 되지만 해로 만들었기에 햇전병이라고 한다면 엄청난 상상력의 산물입니다. 아무튼 햇전병이 한 겹 한 겹 얇아질 거라고 하니 기다려봅시다. 곧 비도 온다고 하지 않습니까. 저는 미숫가루를 무진장 좋아하는데 커피점에서 파는 미숫가루는 예전에 먹던 것과 맛이 너무 달라서 울고 싶어집니다. 보리가 귀해진 것일까요?
[김선영 시인]
김선영 시인은 전라남도 강진에서 태어났으며, 2008년 1월 《아동문예》 문학상으로 등단하며 문단활동을 시작했다. 한국아동문학인협회 사무국장, 하남문인협회 부지부장을 했다. 한국동시문학회 회원, 아동문예작가회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동시 창작과 함께 미디어 강사로서 일하고 있다. 펴낸 동시집으로는 『바람 빠진 자전거』, 『주렁주렁 복주머니』가 있다.
이승하 시인, 중앙대학교 문예창작학과 교수

1984년 중앙일보 신춘문예 시 당선
1989년 경향신문 신춘문예 소설 당선
시집 『우리들의 유토피아』『욥의 슬픔을 아시나요』『생명에서 물건으로』『나무 앞에서의 기도』『생애를 낭송하다』『예수ㆍ폭력』『사람 사막』 등
평전 『청춘의 별을 헤다-윤동주』『최초의 신부 김대건』『마지막 선비 최익현』『진정한 자유인 공초 오상순』
지훈상, 시와시학상, 편운상, 가톨릭문학상, 유심작품상, 서울시문화상 등 수상
코리아아트뉴스 전문위원
중앙대학교 문예창작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