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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승하의 하루에 시 한 편을 ]

[이승하의 하루에 시 한 편을 321] 이승하의 "영원한 어릿광대여 ㅡ안성기 추모시"

이승하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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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원한 어릿광대여

ㅡ안성기 추모시

 

이승하

 

군복을 입히면 전형적인 군인이 되고

상복을 입히면 비통한 상주가 된다

똑똑한 캐릭터 어리석은 캐릭터

이 극에서 저 극으로 변신의 천재

 

아역배우였을 때는

성기야! 어이! 꼬마! 안군!

어떻게 불러도 대답하였고

어른들이 시키면 심부름을 다녔지

 

없는 듯이 있었다 우리 곁에서

까불다가 진지해지고

웃겼다가 울렸다가

뜸했다가 다시 나타났지
 

잘 가시오 배우

영원한 어릿광대여

아픈 사람을 대신해서 아파해주고

슬픈 사람을 대신해서 눈물 흘려주던

 

몇몇 사람의 존경을 받을 수는 있지만

모든 사람의 사랑을 받을 수는 없는데

배우 안성기 늘 기분 좋게 하는 그의 미소를

그 큰 웃음을 우리는 모두 좋아하였다. 

안성기 배우 (1952 ~ 2026)  [이미지:류우강 기자]

  [자작시 해설]

 

  배우 안성기(19522026) 씨의 부고를 듣고 시를 한 편 썼다. 온 국민이 사랑한 배우이기에 온 국민이 그의 죽음을 애도하였다. 요즘의 평균연령을 따지면 일찍 돌아가신 것인데 혈액암으로 고통을 계속 받지 않게 되었으니 본인에게는 다행일 수도 있겠다. 작년에 돌아가신 배우가 이순재, 최정우, 김영인 등이었는데 송영규는 스스로 자기 목숨을 거둬들였다. 화면에서 자주 보던 분들의 사망 소식은 지인의 죽음과는 또 다른 관점에서 마음을 뻥 뚫리게 한다. 그리고 인생무상을 절감하게 한다. 죽음이야말로 가장 자연스러운 현상이라는 생각도 들고.

 

  안성기는 19576세 나이로 영화 <황혼열차>에 아역 연기자로 데뷔하여 8세이던 1959, 김기영 감독의 〈10대의 반항〉에서 소매치기 역으로 출연해 그해 문교부 우수국산영화상 소년연기상과 샌프란시스코 국제영화제 소년특별연기상을 수상했다. 김기영 감독의 〈하녀〉에서는 9세 시절의 모습을 볼 수 있단다. 그야말로 한평생 연기를 한 분이다.

 

  <만다라><안개마을><적도의 꽃><깊고 푸른 밤><남부군><하얀 전쟁><투캅스><태백산맥><영원한 제국><축제><라디오 스타><부러진 화살> 등 출연작들을 떠올려보니 100의 얼굴로 100명의 성격을 보여주었다. 진정한 배우였고 진실된 사람이었다. 스캔들이 한 번도 없었다. 외국어대 베트남어과를 나왔고 ROTC 포병 소위로 임관해 전방에서 군복무를 했다. 12사단 복무 당시 GOP 관측장교, 연락장교, 수송관 등을 역임했는데 사단장배 음어 조립 해독대회에서 우승도 했었단다. 정치가들의 자제 중에 병역미필자가 많은데 배우 안성기는 장교 출신이다.

 

  인기를 먹고 사는 배우로서 생애 내내 오점을 하나도 남기지 않기란 쉬운 일이 아닐 것이다. 그런데 안성기는 민주시민으로서, 한 명 배우로서 옳은 길을 걸어왔기에 존경심이 간다. 온 국민이 좋아했던 배우 안성기 씨, 편안하게 영면하시길 빈다.

 

이승하 시인, 중앙대학교 문예창작학과 교수

이승하 시인


1984년 중앙일보 신춘문예 시 당선

1989년 경향신문 신춘문예 소설 당선

 

시집 『우리들의 유토피아』『욥의 슬픔을 아시나요』『생명에서 물건으로』『나무 앞에서의 기도』『생애를 낭송하다』『예수ㆍ폭력』『사람 사막』 등

 

평전 『윤동주-청춘의 별을 헤다』『최초의 신부 김대건』『마지막 선비 최익현』『진정한 자유인 공초 오상순』

 

지훈상, 시와시학상, 편운상, 가톨릭문학상, 유심작품상, 서울시문화상 등 수상

 

코리아아트뉴스 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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