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음악

[이승우 화가의 사람과 그림이야기 10] 색을 아시나요?

이승우 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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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적으로 인간이 물체를 볼 때 색채를 느끼는 것이 80%이고 나머지 20%가 선과 형태다.  따라서 우리의 감각기관, 즉 보고(시각), 듣고,(청각) 냄새 맡고(후각),만지고(촉각),맛보고(미각) 중에서도 시각의 기능이 앞서기도 하고 분량도 많다.
"보기 좋은 떡이 맛도 좋다"라는 속담을 봐도 '본다'는 기능이 먼저 튀어나온다.

역시 가장 우선시되는 것이 '본다'는 기능이다.  자연을 관찰할 때도 가장 우선시되는 것이 '본다'는 기능이다. 본 다음에 느끼고, 그 다음에 그림을 그리거나, 조소를할 수 있다. 시각없는 미각만으로는 실수할 확률도 높다. 이렇게 색채가 점령한 우주와 그 속에서 길들여지고 훈련된 인간. 이 둘의 관계는 이미 태초부터 시작되었다.

인간의 조상을 가장 먼저 놀라게 하고 지배한 것은 낮과 밤이었을 것이다. 아침에 태양이 나타나니 온 세상이 밝았고, 그 태양이 숨어버리니 세상은 캄캄한 칠흑이었다.

이 이질적인 두 개의 공간이 만든 색채는 인간의 행동을 규제하였고, 순응과 적응 혹은 반항의 양식을 찾게한 것이다. 활동을 정지시키는 검은 밤은 공포와 죽음의 세계이고, 태양이 빛나는 찬란한 낮은 활동을 주는 활기에 찬 세계였다.

인간은 최초의 두려운 체험에서 밝은 색에 대한 환희와 어두운 색에 대한 공포나 절망의 인식을 가지게 되었고 그 때부터 인간은 자연의 의상처럼 채색된 모든 색에서 특이한 뉴앙스nuance를 발견하게 되었다.

이러한 색에 대한 감각이 점차 생활화하여 인간은 자연의 다채로운 색채에 순응할뿐만 아니라 인공적인 모든 구축물에 채색을 한다거나, 또는 어떤 뜻을 서술할 때 상징어로도 사용하였다. 문학평론가 김윤식의 '흰 빛을 통해서 본 문학적 형상의 분석'을 보면, 흰 색을 순결이나 숭고, 또는 절망이나 공포로 분류하여 훼밍웨이의 '킬리만제로의 눈'에 나오는 눈의 흰색을 숭고로, 오상원의 '유예'에 나오는 흰색을 절망으로, 멜빌의 '모비 딕'에 나오는 흰색을 공포로, 최인호의 '광장'에 나오는 흰색을 환희로 규정하고 있는
것에서도 알 수 있다.
 
저기는 기차가 지나가는 건널목이다. 큰 사고를 막기 위해서는 멀리서도 차단기가 보여야 한다. 그래야 멀리서부터 속도를 점차 줄일 수 있다. 흰색과 빨강으로 빗금을 칠해 놓으면 멀리서도 눈에 띌 것이다. 즉 명시도가 높다. 그러나 현실은 노랑과 검정의 빗금이다.  왜냐하면 노랑과 검정의 빗금이 희색과 빨강빗금보다 명시도가 높기 때문이다. 명도와 채도의 차이를 계산하면 쉽다.
 
비교하면 노랑 검정이 흰색 빨강보다 명도에서 9라는 압도적인 차이가 난다. 자연히 색상차이가 큰 대비의 명시도가 높다. 그래서 차단기는 모두 노랑과 검정의 빗금이다.

이승우 화가, 미술평론가
이승우 화가


이승우 화가는 고등학교와 여러 대학에서 강의해왔으며, 서울, 전주, 군산, 고흥, 중국 청도 등지에서 40여 회의 개인전을 열었으며, 저서로는 『미술을 찾아서』, 『현대미술의 감상과 이해』, 『아동미술』, 『색채학』 등이 있다. 회화와 이론을 넘나드는 작업을 통해 한국 현대미술의 독창적 지평을 넓히는 데 기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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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우화가#색의이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