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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하의 하루에 시 한 편을 203] 정하선의 "보면 안 돼"
문학/출판/인문
[ 이승하의 하루에 시 한 편을 ]

[이승하의 하루에 시 한 편을 203] 정하선의 "보면 안 돼"

이승하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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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면 안 돼

 

정하선

 

보면 안 돼 아이들은

저리 가 있어라

 

뒷담 울안

소 교미 붙이는 아버지 말씀

안 본 척 살며시 숨어 보았다

수소 자지 꺼내 암소 위에 올라타

암소 궁둥이 한번 번개 치듯 찌르고

 

보면 안 돼 아이들은

저리 가 있어라

돼지 막 안

돼지 교미 붙이시는 아버지

안 본 척 슬그머니 숨어 보았다

수퇘지 배 밑에 꼬불꼬불

빨간 나사 자지 꺼내더니

암퇘지 등에 올라타

궁둥이 앞뒤로 흔든다

아이고, 오래도 그러고 있네

식식거리며 수퇘지 내려온다

반 시간이나 돼서야

 

아침에 일어나

이웃집 심부름 가는 길

궁둥이 맞댄 개 두 마리

아교풀로 붙여 놓았는가

붙은 채 끙끙거리네

저놈의 개가 망측하게

옆집 순자 어머니 바가지 가득

물 떠 와 퍼붓자

깨갱 깽 떨어져 도망간다

 

점심 먹을 때

마당에 놀던 달구새끼

수탉이 꼬꼬꼬 날개를 들고

암탉 향해 옆걸음치며 달려가

암탉 위에 올라타 꽥꽥

내려와서 홰 한 번 친다

저 닭 왜 그래요, 아버지

, 알 날라고 그런다.

 

―『송림동 닭알탕』(시산맥, 2024)

 

보면 안돼_ 정하선 { 이미지 : 류우강 기자]

  [해설

 

   그 옛날의 성교육

 

  우리는 5천 년 동안 농경사회를 유지했다. 4대나 3대가 한 울타리 안에서 살았다. 농사란 노동집약적이어서 인력이 필요했다. 그래서 4남매나 5남매는 예사였고, 7남매, 8남매 자식을 둔 집도 있었다. 그때는 성교육을 따로 할 필요가 없었다. 소와 말이, 돼지와 개가, 닭이 교미하는 것을 보고 아이들은 자연의 이치를 자연스럽게 알게 되었다.

 

  정하선 시인은 어린 시절을 회상하였다. 어른들이 보면 안 된다고, 저리 가 있으라고 한 이유를 아이들은 처음에는 몰랐다가 나중에는 어렴풋이 알았다가 더 나중에는 확실히 알게 되었다. 수탉이 암탉 위에 올라타 꽥꽥하다가 내려와서 홰 한 번 치는 것을 보고 아이는 저 닭 왜 그래요, 아버지하고 여쭤보자 아버지는 , 알 날라고 그런다.”고 말해준다. 틀린 말이 아니다.

 

  생명의 이치요 법도이지만 이 행위가 자연을 이탈하는 경우가 있다. 강간, 강간치사, 추행, 성희롱 등이 다 범법행위다. 여성이 피해자가 되는 일이 없게끔 우리 모두 의식의 재무장을 해야 한다. 전국 각급 중학교, 고등학교 교실에서 성교육이 잘 이뤄지고 있는 것일까? 고교 교사인 내 제자가 학생들에게 성교육하는 시간에 부적절한 용어를 사용했다고 학생이 교사를 고소했고, 징계처분을 받는 것을 보고 기절초풍한 일이 있었다.

 

  산업화시대로 접어들면서 우리는 사람과 뭇 짐승의 생명을 경시하게 되었다. 생명 탄생은 사랑의 결실임을 알게 해야 한다.  이 시의 아버지는 여기 와서 보렴하고 말했어야 한다.

 

  [정하선  시인]

 

  전남 고흥에서 태어났고, 《월간문학》으로 등단했으며, 중앙대학교 예술대학원 문예창작전문가과정을 마쳤다. 시집 『재회』『한 오백 년』『그리움도 행복입니다』『무지개 창살이 있는 감옥』『새재역에서』『가볍고 경쾌하게』『희망촌 재개발지구에서』를 냈다. 동시집 『도깨비바늘』『무지개자장면』『도토리』, 시조집 『숄을 두른 여인』, 민조시집 『석간송 석간수』『저기에 둘이 누우면』, 에세이집 『운과 귀인은 누구에게나 온다』『견디며 사는 나무』를 냈다. 생활서로는 『좋은 주례사 행복한 결혼』『주례사 77선』 등이 있다. KBS 1TV 황금연못 자문단으로 출연했고, 전통문화 예절지도사, 숲 생태해설사, 바다 해설사, 요양보호사로 활동하고 있다.

이승하 시인, 중앙대학교 문예창작학과 교수 
이승하 시인

1984년 중앙일보 신춘문예 시 당선

1989년 경향신문 신춘문예 소설 당선

 

시집 『우리들의 유토피아』『욥의 슬픔을 아시나요』『생명에서 물건으로』『나무 앞에서의 기도』『생애를 낭송하다』『예수ㆍ폭력』『사람 사막』 등

 

평전 『청춘의 별을 헤다-윤동주』『최초의 신부 김대건』『마지막 선비 최익현』『진정한 자유인 공초 오상순』

 

지훈상, 시와시학상, 편운상, 가톨릭문학상, 유심작품상, 서울시문화상 등 수상

 

코리아아트뉴스 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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