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집단 반, 창단 30주년 기념 신작 ‘푸른 점의 진주’ 초연
연극집단 반이 창단 30주년을 맞아 신작 연극 ‘푸른 점의 진주(Invisible Women)’를 무대에 올린다. 공연은 9월 12일부터 19일까지 서울 서강대 메리홀 대극장에서 열린다. 이번 작품은 한국문화예술위원회 2026 공연예술창작주체지원사업 선정작이자 2026 서울어텀페스타 협력작으로, 연극집단 반이 30년간 이어온 창작정신을 담은 기념 신작이다.

‘푸른 점의 진주’는 1950년, 1979년, 2026년이라는 서로 다른 시대를 오가며 역사 속에서 충분히 기록되지 못했던 여성들의 삶과 기억을 무대 위로 불러낸다. 몸에 새겨진 ‘푸른 점’을 매개로 개인의 상처와 가족의 역사, 나아가 한 시대가 남긴 사회적 기억까지 확장해 나가는 작품이다.
작품은 이가을 작가와 박장렬 연출이 다섯 번째로 호흡을 맞춘 작품이다. 두 창작자는 그동안 여러 작품을 통해 시대와 개인, 사회의 경계에 놓인 인간의 삶을 탐색해 왔으며, 이번 무대에서도 오랜 협업을 통해 축적해 온 창작적 신뢰를 바탕으로 ‘보이지 않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동시대적 연극 언어로 풀어낸다.
주인공 진주, 사라진 엄마의 시간을 따라가다
2026년 서울. 47세 진주는 실종된 엄마 오선녀를 찾던 중 시공간을 잇는 안내자 ‘푸른 점’을 만나 1979년 ‘미미양장점’이 존재했던 시간으로 들어간다.



그곳에서 진주는 기지촌 성노동자로 살아야 했던 과거를 감춘 젊은 시절의 선녀와, 세상에 쉽게 녹아들지 못했던 양장점 아들 양기, 즉 자신의 아버지를 만나게 된다. 이야기는 다시 1940년대 유곽의 시간으로 거슬러 올라가며 시대의 폭력 속으로 내몰렸던 여성들의 잊힌 역사와 연결된다.
진주는 시간의 여정을 통해 사회적 멸시를 견디면서도 딸에게 ‘집 한 채’라는 안전한 울타리를 남겨주기 위해 자신의 삶을 버텨온 엄마의 시간을 마주한다. 실종된 엄마를 찾는 개인적인 사건은 어느 순간 쉽게 지워졌지만 끝내 사라지지 않은 이들의 목소리를 찾아가는 과정으로 확장된다.
작품은 특정 시대나 사건을 단순히 재현하는 데 머물지 않는다. 역사의 중심에서 비껴난 사람들, 이름 대신 낙인과 역할로 기억됐던 여성들, 자신의 자리에서 살아남기 위해 하루하루를 견뎌온 평범한 사람들에게 시선을 돌린다.
이가을 작가는 작가의 글을 통해 “보이지 않는 사람”을 작품의 핵심 화두로 제시한다. 그는 중심에서 벗어난 사람들이 지닌 애환을 무대 위에 복원함으로써 현재를 살아가는 사람들이 주변을 다시 바라보기를 바란다는 창작 의도를 밝혔다. 특히 성노동 자체보다는 한 사람이 어떤 시대를 만나 어떤 선택 앞에 놓였는지, 그리고 그러한 선택을 개인의 의지만으로 설명할 수 있는지를 묻는다.
‘푸른 점’, 지나치기 쉬운 작은 존재를 바라보는 시선
작품 제목에 등장하는 ‘푸른 점’은 멀리서 보면 쉽게 지나칠 수 있는 작은 흔적을 의미한다. 그러나 시선을 멈추고 바라보기 시작하면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외면할 수 없는 대상이 된다.



이가을 작가는 ‘푸른 점의 진주’를 과거를 복원하는 데 그치는 작품이 아니라 현재를 바라보는 작품으로 설명한다. 지금도 사람들은 누군가를 하나의 단어나 기준으로 쉽게 규정하지만, 그 사람이 어떤 시간을 지나 현재에 도착했는지에 대해서는 충분히 들여다보지 않는다는 문제의식이다.
이러한 의미에서 작품 속 등장인물들은 특별한 영웅이 아니다. 자신의 자리에서 살아남기 위해 애써온 평범한 사람들이다. ‘푸른 점의 진주’는 그 평범한 생존의 기록 역시 우리가 기억해야 할 역사라는 메시지를 무대에 담는다.
배우 윤종훈, 박양기 역 더블캐스팅으로 참여

이번 공연에는 김지은이 오진주 역을, 정성호가 시공간을 연결하는 ‘푸른 점’ 역을 맡는다. 박양기 역에는 송현섭과 배우 윤종훈이 더블캐스팅됐다. 차지예가 젊은 오선녀 역, 이재희가 노년의 오선녀 역으로 출연한다.
특히 다양한 드라마를 통해 대중에게 알려진 배우 윤종훈이 박양기 역으로 연극집단 반의 창작극에 합류해 눈길을 끈다. 송현섭·원종철·정종훈은 9월 12일부터 15일까지, 윤종훈·김천·김윤태는 9월 16일부터 19일까지 출연하는 일정으로 구성된다.
전체 출연진에는 김지은, 정성호, 이재희, 전현아, 김진영, 윤종훈, 송현섭, 차지예, 송지나, 공재민, 김귀선, 권남희, 권기대, 최은경, 이가을, 원종철, 김천, 정종훈, 김윤태, 최지환, 노민주, 라태완, 김진호, 박성민 등이 이름을 올렸다. 이재화는 목소리 출연으로 참여한다.
이가을 작가·박장렬 연출, 다섯 번째 협업
극작을 맡은 이가을은 ‘에드거vs에드먼드’, ‘여된 감상기:이계순전’, ‘#엘렉트라’, ‘개미굴’, ‘기억용접소’, ‘형산강 랩소디’ 등을 집필했다. 2021년 대전 아신극장 희곡 공모 당선, 2020년 한국문화예술위원회 공연예술창작산실 대본 공모 선정 경력이 있다.
박장렬 연출은 현재 연극집단 반 연출로 활동하고 있으며 포항시립연극단 예술감독, 경남도립극단 초대 예술감독, 서울연극협회 제3·4대 회장 등을 역임했다. ‘바라해라’, ‘문 밖에서’, ‘햄릿 몽중몽’, ‘레미제라블’, ‘토지1·2’, ‘리어왕’ 등 다수의 작품을 연출했으며, 2021년 문화예술발전유공자 대한민국문화예술상 연극·무용 부문 대통령상을 비롯해 서울시 문화상 연극부문 등을 수상했다.
30년 이어온 ‘사람다운 사람, 연극다운 연극’
연극집단 반은 1996년 5월 작가주의 정신을 바탕으로 동인제로 창단한 비영리 극단이다. 창단공연 ‘바라해라’를 시작으로 지속적인 창작과 공연을 이어왔으며, “사람다운 사람, 연극다운 연극”을 만드는 것을 극단의 중요한 지향점으로 삼아왔다.
최근에는 ‘미궁의 설계자’, ‘예외와 관습’, ‘개미굴’, ‘페퍼는 나쁘지 않아’ 등의 작품을 무대에 올렸으며 국내 주요 연극제와 해외 무대에도 참여해왔다. ‘미궁의 설계자’는 2024년 제45회 서울연극제에서 작품우수상, 신인연기상, 우수연기상, 연출상을 받았고, ‘예외와 관습’ 역시 다수의 연극제에서 수상했다.
창단 30주년을 맞은 연극집단 반에게 ‘푸른 점의 진주’는 지나온 시간을 기념하는 동시에 앞으로의 새로운 30년을 향해 나아가는 출발점이라는 의미도 갖는다.
공연 기간에는 관객을 위한 부대행사도 마련된다. 9월 12일에는 전체 캐스팅 커튼콜 인사가 진행되며, 13일에는 배선애 드라마터그의 사회로 관객과의 대화가 열린다. 18일에는 야간 공연 관람권 운영 사업 관련 행사가 진행된다.
공연 개요
공연명: 푸른 점의 진주(Invisible Women)
공연기간: 2026년 9월 12일~9월 19일
공연시간: 평일 오후 7시 30분, 주말 오후 3시
장소: 서강대 메리홀 대극장
관람연령: 만 15세 이상
러닝타임: 135분(인터미션 15분 포함)
관람료: 전석 5만원
작가: 이가을
연출: 박장렬
드라마터그: 배선애
안무: 박호빈
음악: 박진규
무대: 김종석
조명: 김철희
기획PD: 임정숙
제작PD: 김지은
주최·주관·제작: 연극집단 반
후원: 한국문화예술위원회 공연예술창작주체지원사업
협력: 서울어텀페스타
예매: 놀티켓(인터파크)
티켓 문의: 02-742-150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