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아티스트 임형섭 개인전 《LHS 1140 b: 관측 이후의 잔향》
서울 인사동 제주갤러리에서 오는 1월 30일부터 2월 15일까지 작곡가이자 미디어 아티스트 임형섭의 개인전 《LHS 1140 b: 관측 이후의 잔향》이 열린다. 이번 전시는 2025 제주갤러리 공모 선정으로 마련된 자리로, 영상과 설치 작업을 통해 익숙함과 낯섦이 교차하는 순간을 탐구한다.

임형섭은 독일 시인 라이너 마리아 릴케가 상상한 ‘원초적 소리(Urgeräusch)’ 개념을 출발점으로 삼아, 우리가 세계를 인식할 때 의존하는 기억과 관습, 그리고 의미화의 구조에 질문을 던진다. 그는 감각이 고정적인 관념으로 환원되기 이전의 지점을 탐색하며, 익숙한 풍경 속에서 낯선 소리를 발견하는 과정을 작품으로 풀어낸다.

전시 제목인 《LHS 1140 b》는 지구와 유사한 외계 행성의 이름으로, 현실을 낯설게 바라보는 은유적 시선을 담고 있다. 이러한 시선은 제주라는 장소로 확장된다. 작가는 제주에서 레지던시를 진행하며 ‘제주의 진짜 소리’를 조사했고, 관광지로서의 이미지와는 다른 감각적 현실을 발견했다. 이번 전시는 그 경험을 토대로 풍경과 어긋나는 사운드, 이미지와 분리된 청각적 경험을 통해 관객의 감각을 흔든다.

출품작은 총 5점으로 구성된다. 〈arrival〉과 〈청각적 풍경〉은 제주 풍경과 충돌하는 소리를 통해 익숙한 이미지를 전복하고, 〈beyond the beyond〉는 실재와 가상이 중첩되는 지점을 다룬다. 신작 〈untitled〉는 숫자라는 명확한 기호를 통해 오히려 명명의 불가능성을 드러내며, 〈악보를 위한 호흡〉은 숨소리와 코골이 같은 비기보법적 소리를 악보로 옮겨 음악과 기보의 관습적 관계를 재고한다.

작곡을 전공한 임형섭은 소리와 기호, 명명과 인식의 경계를 넘나들며 의미 이전의 감각을 관객에게 경험하게 한다. 그의 작업은 우리가 세계를 이해한다고 믿어온 방식 자체를 다시 듣고, 다시 바라보게 하는 계기를 제공한다.
임형섭은 그동안 제주현대미술관, 인천아트플랫폼, 문화역서울284 등 다양한 공간에서 개인전과 그룹전을 통해 실험적인 작업을 선보여 왔다. 또한 국립현대미술관 현대차시리즈 정연두 《백년여행기》 작곡 참여 등 다수의 프로젝트에도 참여하며 음악과 미디어 아트의 경계를 확장해왔다.
이번 전시는 제주특별자치도와 (사)한국미술협회 제주특별자치도지회가 주최·주관하며, 관객들에게 익숙하면서도 낯선, 언캐니한 현실을 경험하게 하는 특별한 기회를 제공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