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즈 서울 2026 폐막…70,000명 찾고 54개국 컬렉터·기관 참여
프리즈 서울(Frieze Seoul) 2026이 지난 9월 5일 서울 코엑스에서 막을 내렸다. 올해로 5회째를 맞은 프리즈 서울에는 30개 국가·지역에서 130여 개 갤러리가 참여했으며, 나흘 동안 7만 명 이상의 관람객이 행사장을 찾았다. 특히 54개 국가·지역의 컬렉터와 관계자들이 방문해 역대 가장 폭넓은 국제적 참여를 기록했다.

사진=Frieze Seoul 2026. Image by WeCap Studio. Courtesy of Frieze.
프리즈 측은 올해 행사에서 신진 작가의 비교적 접근 가능한 가격대 작품부터 한국 근현대 미술의 주요 작가와 국제적인 블루칩 작가에 이르기까지 폭넓은 거래가 이뤄졌다고 밝혔다. 특히 국제갤러리가 판매한 유영국의 1971년 작품은 22억~25억 원에 거래돼 프리즈 서울 5년 역사상 한국 작가 작품 가운데 가장 높은 판매가를 기록했다.
국제갤러리 외에도 국내 주요 갤러리들의 성과가 두드러졌다. 조현화랑은 이배의 신작 브론즈와 목탄 작품을 각각 4만~14만 달러에 판매했으며, 일부 작품은 해외 컬렉션에 들어갔다. 갤러리현대는 김창열 작품 5점과 이승택 작품 3점을 판매해 각각 최고 110만 달러와 70만 달러의 거래를 기록했고, 전체 판매액은 230만 달러를 넘어섰다. 학고재는 이준을 비롯해 송현숙, 채림, 김은정의 작품을 판매했다.
젊은 한국 작가들의 시장 반응도 주목됐다. 제이슨함은 이목하(Moka Lee)의 작품을 20만 달러에 판매했으며, BB&M은 부스에 출품한 이불의 작품을 모두 판매했다. 이 작품들의 가격은 19만5,000~29만 달러였으며 추가 구매 희망자들의 대기 명단도 형성됐다.
해외 메이저 갤러리들도 주요 거래를 발표했다. 하우저앤워스는 라시드 존슨의 2025년작 ‘Soul Painting “Interiors”’를 120만 달러에 한국의 주요 기관에 판매했다. 타데우스 로팍은 아드리안 게니의 회화를 110만 달러에, 안토니 곰리의 주철 조각을 약 100만 달러에 판매했다. 알민 레쉬에서는 이우환의 회화와 조지 콘도의 종이 작업이 각각 125만~150만 달러 가격대에 거래됐다. 페이스갤러리는 유영국 작품을 110만 달러에 판매했다고 밝혔다.
가고시안은 데미안 허스트의 주요 작품들을 유력 컬렉션에 판매했으며, 이 가운데 한 작품은 아시아의 주요 미술관 컬렉션에 들어갔다고 프리즈 측은 전했다. 화이트 큐브에서는 게오르그 바젤리츠 작품이 80만 유로, 게르하르트 리히터 작품이 62만5,000유로에 판매됐으며, 박서보 작품도 각각 30만 달러와 19만 달러에 거래됐다. 데이비드 즈워너는 야요이 쿠사마, 조르조 모란디, 게르하르트 리히터, 앨리스 닐, 루스 아사와 등의 작품 판매를 보고했다.
이번 프리즈 서울에서는 고가 작품 거래뿐 아니라 중간 가격대와 신진 작가 시장도 활발하게 움직였다. 서울의 드로잉룸은 젊은 한국 작가들의 작품을 통해 영국과 독일, 튀르키예 컬렉터들의 새로운 관심을 끌었으며, 메이크룸은 개막 첫날 6,000~5만 달러 가격대의 작품 7점을 판매했다. 프리즈 측은 상대적으로 저렴한 한국 작가들의 작품이 해외 신규 컬렉터들에게 시장 진입의 통로로 작용했다고 평가했다.
프리즈 서울 2026의 특징 가운데 하나는 미술관과 기관의 참여 확대다. 올해 행사에는 25개 국가에서 178개 미술관 및 문화기관 관계자가 참석해 역대 최대 규모를 기록했다. 한국에서는 국립현대미술관, 서울시립미술관, 리움미술관, 아모레퍼시픽미술관, 뮤지엄 산, 광주비엔날레재단 등이 참여했으며, 해외에서는 미국 메트로폴리탄미술관과 MoMA PS1, LACMA, SFMOMA, 영국 테이트와 V&A, 프랑스 퐁피두센터와 루이비통재단, 홍콩 M+, 일본 모리미술관 등 주요 기관 관계자들이 서울을 찾았다.
실제 기관 소장으로 이어진 사례도 나왔다. 하우저앤워스가 판매한 라시드 존슨 작품은 한국 주요 기관에 들어갔으며, 리만머핀은 김윤신의 작품을 국내 유력 미술관 컬렉션에 판매했다. 데이비드 즈워너 역시 마마 앤더슨의 회화 2점을 한국의 한 미술관에 판매했다.
프리즈 서울 디렉터 패트릭 리(Patrick Lee)는 이번 행사에 대해 서울 미술계 자체가 강한 추진력을 갖고 있다며, 올해는 이전 어느 해보다 더 많은 국가의 컬렉터와 기관이 방문했고 신진 작가부터 한국 근대 거장까지 다양한 가격대에서 거래가 이뤄졌다고 평가했다. 그는 프리즈 서울의 국제화가 확대되고 있지만, 그 정체성은 서울을 특별하게 만드는 한국의 작가와 갤러리, 기관, 컬렉터에서 나온다고 강조했다.
큐레이션 섹션도 시장의 폭을 넓혔다. 포커스(Focus)에서는 휘슬이 dpgp78의 스펀지 블록 회화 500점 가운데 400점 이상을 판매했다. 작품 가격은 70달러부터 시작해 미술품 구매 경험이 많지 않은 컬렉터들에게도 새로운 진입점을 제시했다. CON_은 김민희의 회화 여러 점을 5,000~2만 달러에 판매했고, 서울 소재 컬렉터로부터 신규 커미션도 받았다.
스포트라이트(Spotlight)에서는 선화랑이 올해 87세인 석란희의 1987년 작품을 약 8,800만 원에 판매했으며, 홍콩의 Double Q Gallery와 Baik Art도 아시아와 서구권 컬렉터를 상대로 판매 성과를 냈다. Material Practice에서는 로스앤젤레스의 Marta가 이명애의 27패널 작품을 3만4,000달러에 판매해 작가 최고가를 기록했고, 서울의 La Heen은 김규의 목제 달항아리 작품을 해외 컬렉터들에게 모두 판매했다.
올해 프리즈 스탠드 프라이즈는 도쿄의 Taro Nasu가 수상했다. 마르셀 브로타르스, 고이치 에노모토, 사이먼 후지와라, 라이언 갠더, 료지 이케다, 미카 타지마, 사토시 와타나베 등의 작품을 구성한 부스가 미학적·개념적 통일성을 인정받았다. 포커스 스탠드 프라이즈는 차승언의 개인전 ‘0101 Weaving: Recovering Materiality in the Digital Age’를 선보인 서울 Pipe Gallery가 수상했다.
프리즈 서울의 영향력은 코엑스 행사장을 넘어 서울 전역으로 확장됐다. 을지로, 한남, 청담, 삼청 등에서 진행된 ‘Neighborhood Nights’를 비롯해 주요 갤러리와 미술관 프로그램이 이어지면서 서울 전체가 하나의 미술 주간으로 연결됐다. 서울시립미술관의 유영국, 국립현대미술관의 서도호와 크리스틴 선 킴, 리움미술관의 구정아, 뮤지엄 산의 이배 전시와 광주·부산 비엔날레 역시 국제 미술계의 관심을 국내 미술 현장으로 확장하는 역할을 했다.
프리즈 서울은 키아프 서울과의 파트너십도 이어간다. 다만 2027년에는 코엑스 재개발에 따라 프리즈 서울이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로 장소를 옮긴다. 키아프 서울은 코엑스에 남으며, 양측은 서로 다른 장소에서 개최하면서도 공동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협력 체제를 유지할 예정이다. 양측의 파트너십은 2031년까지 갱신됐다.
이와 함께 프리즈 하우스 서울은 갤러리 레지던시와 전시, 특별 프로젝트 등 연중 프로그램을 계속 운영하며, 2027년 여름에는 프리즈 매거진의 한국어판 계간지가 창간될 예정이다. 프리즈가 단기간의 아트페어를 넘어 한국에서 상시적인 전시·미디어 플랫폼으로 영역을 확장한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올해 프리즈 서울은 판매 규모와 방문객 수뿐 아니라 해외 기관과 컬렉터의 참여 범위가 크게 확대됐다는 점에서 의미를 남겼다. 54개 국가·지역의 참여와 178개 기관의 방문은 서울이 단순한 아시아 지역 미술시장을 넘어 국제 미술계의 주요 교류 거점으로 자리 잡아가고 있음을 보여준다. 신진 작가의 70달러 작품에서 수십억 원대 한국 근현대미술 작품까지 동시에 거래된 시장의 폭 역시 프리즈 서울이 구축하고 있는 복합적인 시장 구조를 상징적으로 보여줬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