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시 해설] 육하윤의 "고양이 할아버지"
[이승하의 하루에 시 한 편을 93]
고양이 할아버지
육하윤
아기 적 나와 같이
우리 집으로 온 고양이
나는 커다란 머슴아가 되었고
고양이는 할아버지가 되었다.
엄마는 내가 부벼대면
다 큰 게 징그럽다 하면서
고양이 할아버지는
여전히 귀엽단다.
12년 동안
같은 나이를 먹었는데
나는 여드름 숭숭한 멋쩍은 아이
고양이는 귀여운 할아버지
불공평하긴 하지만
내가 할아버지 될 때까지
함께 했으면 좋겠다.
고양이 할아버지
—《낙강문학》 제6호(2024. 12)

[해설]
가족은 이별하게 마련
사람의 수명과 고양이의 수명은 아주 다르다. 사내아이가 막 사춘기로 접어들면 목소리도 변하고 여드름도 나는데 고양이가 그 나이가 되면 할아버지다. 병치레를 하다가 숨을 거두면 사람들은 식구를 잃은 양 시름에 잠긴다. 그래서 요즘엔 반려묘, 반려견이란 말을 쓴다.
이 동시를 쓴 육하윤 시인은 고양이가 할아버지가 되었지만 식구들이랑 조금이라도 더 잘 지내고 가기를 축원한다. 사람이 잠자다가 스르르 숨을 거두면 큰 복이듯이 짐승도 마찬가지다. 노년기에 고생하지 않고 가면 그 짐승은 행운이고 인간 가족도 복 받은 것이다.
집에 요크셔테리어를 키웠는데 1월 7일에 온 식구가 보는 가운데 눈을 감았다. 3명의 인간을 휘 둘러보더니 눈을 감았다. 표정은 변한 것이 없었지만 고마움을 표하는 것 같았다. 10년 동안 건강했는데 3년 동안 꼬박 아팠다. 입원도 일고여덟 번 했다. 얘를 보면서 크게 느낀 것이 있다. 인간이라고 뭐가 다르랴. 때가 되면 하직하고 마는 것을. 가족이란 이별을 전제로 지금 같이 살고 있는 것을.
[육하윤 시인]
2020년 《아동문예》로 등단했다. 상주아동문학회 및 선주문학회 회원. 동시집 『학교가 깨어났다』(2023, 공저). 현재 경상북도교육청 근무.
이승하 시인, 중앙대학교 문예창작학과 교수

1984년 중앙일보 신춘문예 시 당선
1989년 경향신문 신춘문예 소설 당선
시집 『우리들의 유토피아』『욥의 슬픔을 아시나요』『생명에서 물건으로』『나무 앞에서의 기도』『생애를 낭송하다』『예수ㆍ폭력』『사람 사막』 등
평전 『청춘의 별을 헤다-윤동주』『최초의 신부 김대건』『마지막 선비 최익현』『진정한 자유인 공초 오상순』
지훈상, 시와시학상, 편운상, 가톨릭문학상, 유심작품상, 서울시문화상 등 수상
코리아아트뉴스 전문위원
중앙대학교 문예창작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