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에세이] 벽_ 이문자
[시인 이문자가 만난 세상 3]
벽
이문자
어릴 때는 울면 다 되는 줄 알았어요
언제나 제 뒤에 엄마가 계셨거든요
더 많은 것을 가지고 싶어 높게 만들어요
내가 만든 벽은 울타리가 될 수 있었어요
우리의 욕심이 점점 벽을 쌓게 해요
벽은 우리가 서 있는 곳에 따라 높이가 달라져요
당신에겐 높고 튼튼한 벽이 숨이 막혔나요
미안해요 당신의 벽도 울타리로 알고 그저
웃고만 있었어요 좀 더 빨리 알았더라면
그 벽을 허물어 줄 수 있었을 텐데 아니 작은
숨구멍만 내주었어도 당신이 모질게 자신의
벽을 내리치진 않았을 텐데
정말 미안해요

[작가의 말]
벽은 우리가 서 있는 곳에 따라 높이가 달라져요
이문자
누구나 살면서 수많은 벽과 마주하게 된다. 그렇지만, 그 벽을 대하는 생각은 사람마다 다른다. 어떤 사람은 수많은 단단한 벽과 마주하면서도 물러서지 않는다. 끝내 허물고 자신이 가고자 하거나, 갈 길을 가고야 마는 사람이 있다.
그렇지만, 세상에는 강한 사람만 존재하지는 않는다. 그 단단한 벽을 허물기 위하여, 다른 누군가를 다치게 하거나 아프게 한다면, 용납되지 않는 사람도 있다. 다른 사람을 생각하는 것이 어찌 약하다고만 볼 수 있겠는가?
어떤 이는 처음 대하는 벽 앞에 너무도 쉽게 좌절한다. 한번 부딪쳐 보지도 않고, 모든 것을 포기하는 사람이 있다. 나중에 그 사실을 알게 된 가족과 친구는 큰 상처를 받기도 한다.
또, 어떤 이는 벽의 의미를 울타리로 알고 사는 사람이 있다. 적당한 높이의 벽은 자신을 보호해 주는 울타리라고 말이다. 그렇다, 사람마다 같은 상황이나 사람을 대하는 감정선이 다르게 나타난다. 그것을 어떻게 받아들이냐에 따라서 높고 단단한 벽도 될 수 있고, 나를 보호하는 울타리의 벽 일 수도 있다.
이문자 시인

. 시인, 소설가, 화가
. 코리아아트뉴스 문학전문기자,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