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마스의 그림이야기 8] 박필성 화가의 "술병과 장미 꽃병"

이 작품은 마산에서 활동하고 있는 박필성 화가의 '술병과 장미 꽃병'이란 제목의 정물화이다.
"빛을 쫓아 그림을 그린다"라는 박필성 작가는 현대 감각에 잘 어울려 주방이나 집안의 거실 입구에 걸어두면 부담 없이 집안 분위기를 바꾸어 놓을 매력 만점의 작품을 제작했다. 집안의 화목을 은유하며 또한 부담스럽지 않은, 보기에도 편하고 멋진 그림이다.
아무리 아름다운 꽃이라 할지라도 화병에서는 오래가야 일주일이면 꽃은 시들어 버린다. 그러나 꽃 정물화는 화려한 색과 섬세함이 눈과 마음을 즐겁게 하는 매력이 있고 또한 언제나 그 아름다움을 바라볼 수 있다. 이러한 이유로 꽃 정물화를 그리는 화가들은 꽃이 주는 감각적 탐닉 뿐 만 아니라 꽃에 종교적 상징성 부여하며 정물화에 생명력을 부가하며 오래도록 즐길 수 있도록 한다.
특히 우리 민화가 그랬듯이 동양의 화가들은 정물화에 그 그림에 내포된 상징성이나 교훈을 결합시키기도 하며, 꽃 역시 시들어 버리듯 우리 인생도 유한하고 허무하다는 교훈을 주는 바니타스 정물로 사람은 언젠가 죽으니 성공, 자만하지 말라는 의미를 부여하기도 한다. 다시 말하면 꽃 정물화, 특히 동양의 화가가 그리는 정물화는 꽃에 대한 화려한 색과 섬세함으로 눈과 마음을 즐겁게 하는 동시에 교훈적인 내용까지 담고 있다는 이야기이다.
박필성 작가의 '술병과 장미 꽃병' 역시 이러한 맥락을 같이 하고 있다. 그녀는 이 정물화에 행복한 가정이란 의미를 부여했다. 그림의 행복한 사랑을 의미하는 분홍장미는 아름답고 사랑스러운 여성을 표현한다. 한 예로 클레오파트라는 장미 향수, 장미 목욕 등 생활 속에서 많은 장미를 사용하였고, 그녀는 특히 로마의 안토니우스를 만날 때 본 수많은 장미 꽃잎으로 치장하며 자신을 오랫동안 기억하도록 장미 냄새를 맡을 때마다 자신을 생각을 하도록 했다. 사랑을 꼭 잡고 싶은 마음에서 그랬을 것이다.
그림의 고급스러운 술병엔 어떤 술이 들어 있는지 확실하진 않지만 테이블 위에 놓인 포도로 보아 아마도 코냑인 듯하다. 코냑은 남성을 상징한다. 신선한 피와 강인함을 상징하는 남성을 대변하는 최고의 술, 코냑은 사랑스러운 여성과 함께 할 때 더 감미로울 것이다.
포도는 풍요와 다산 장수를 의미하는 과일이다. 사랑스러운 여인과 또 강인한 남성의 만남의 결실일 것이다. 이렇듯 박필성 작가의 정물화에는 외적인 섬세함과 아름다움으로 우리를 시각적으로 충만케하고 있으면서, 동시에 내적으론 선남선녀의 건강한 사랑과 이들로부터의 풍요와 다산 장수를 기원하는 '행복한 가정'이란 의미가 내포되어 있는 것이다.
이 작품을 그린 박필성 화가는 인도첸나이비비엔날레 초대 작가로 대한민국여성구상대전에서 대상을 수상하는 등 정물화 특히 꽃을 주제로 하는 그림을 주로 그리는 인기 중견 서양화 작가이다. 개인 및 단체전을 비롯해 부산 국제아트페어 등을 통해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