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규 칼럼] 병오년, 코스피 5000이 여는 정치와 경제의 동시 전환
병오년의 시장은 조용히 그러나 분명하게 방향을 말해주고 있습니다. 정치는 말로 싸우지만, 경제는 숫자로 진실을 드러냅니다. 그리고 올해 한국 사회의 정치·경제적 기류를 가장 정직하게 보여주는 숫자는 단 하나, 코스피 지수입니다.
저는 올해 1분기 내 코스피 5000, 연말까지 6000을 충분히 현실적인 시나리오로 봅니다. 이는 낙관이 아니라, 현재 매크로 환경과 산업 구조를 냉정하게 대입한 결과입니다. 세계 경제를 흔들 수 있는 대형 리스크는 이미 상당 부분 소화되었고, 반도체를 중심으로 한 한국의 전략 산업은 다시금 글로벌 공급망의 핵심으로 복귀하고 있습니다.
특히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실적 흐름은 중요합니다. 올해 이들의 영업이익은 TSMC에 근접하는 수준까지 회복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주가는 여전히 글로벌 경쟁사 대비 현저히 낮은 밸류에이션에 머물러 있습니다. 시장은 아직도 한국 자산을 과소평가하고 있으며, 이 간극이 메워지는 과정이 바로 코스피 5000의 실체입니다.
이 지점에서 경제는 정치와 맞닿습니다. 이재명 대통령이 후보 시절 사실상 제1 공약으로 내세웠던 ‘코스피 5000’은 이제 구호가 아니라 가시권의 현실이 되고 있습니다. 자산시장이 국민의 체감 영역으로 진입하는 순간, 정부와 여당의 정치적 지형은 급격히 안정됩니다. 이는 이념의 문제가 아니라 이익의 문제이기 때문입니다.
현재 국내 주식 투자자는 약 1500만 명에 달하며, 그 수는 계속 증가하고 있습니다. 코스피가 5000을 넘어서면 대다수 투자자의 계좌는 손실 구간을 벗어나게 됩니다. 자신의 자산이 불어나는 국면에서, 다수의 국민이 정부와 여당에 비우호적 태도를 유지하기란 쉽지 않습니다. 반대로 “돈이 풀려서 주식이 오른 것일 뿐”이라는 식의 평가가 투자자들에게 얼마나 공허하게 들릴지는 자명합니다.

더 중요한 것은 심리입니다. 주식을 보유하지 않은 국민에게조차 코스피 5000은 하나의 상징으로 작동합니다. 나라가 잘 돌아가고 있다는 느낌, 미래가 어둡지 않다는 기분은 소비와 대화, 일상의 정서에까지 스며듭니다. 밥상머리에서, 술자리에서 자연스럽게 주식 이야기가 오르고, 그 끝은 대체로 정부 평가로 이어집니다. 이런 흐름 속에서 과거에 매달린 야당의 메시지는 설 자리를 잃게 됩니다.
소비 역시 중요한 변수입니다. 부동산 상승은 가계부채를 늘려 소비를 위축시키지만, 주식 상승은 정반대의 효과를 냅니다. 자산이 유동적이고 심리적 여유를 주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고급 외식, 여행, 문화 소비는 주식시장과 높은 상관관계를 보입니다. 수출 대기업의 실적 회복은 결국 골목 상권으로 번지며, 그동안 정부에 가장 비판적이었던 소상공인의 정서에도 온기를 불어넣습니다.
환율 문제도 마찬가지입니다. 코스피 5000은 단순한 주가 지수가 아니라, 대규모 무역흑자와 자본 유입을 전제로 한 숫자입니다. 작년 1000억 달러 흑자에 이어, 올해 2000억 달러 수준의 흑자가 현실화된다면 환율은 구조적으로 하향 안정화될 수밖에 없습니다. 그동안 한국 경제의 가장 불안한 고리였던 환율이 안정되면, 경제 비판의 주요 논거 역시 힘을 잃게 됩니다.
국민연금 문제는 더욱 상징적입니다. 코스피 5000은 국민연금 기금의 구조적 흑자 전환을 의미합니다. 6000을 넘어 지속된다면, 고갈 논의는 사라지고 오히려 지급액 인상과 제도 개선이 논의될 단계로 넘어갑니다. 가입자 수 2200만 명, 그들이 매번 연금 수익률 뉴스를 확인하며 느끼는 안정감은 정치적 태도 변화로 직결될 수밖에 없습니다. 특히 청년 세대 내부의 연금 불신 정서 역시 상당 부분 완화될 가능성이 큽니다.
일자리도 빼놓을 수 없습니다. 자산시장의 성장이 곧바로 고용 증가로 이어지지는 않지만, 코스피가 2500에서 5000으로 이동하는 국면은 차원이 다릅니다. 금융권을 시작으로 채용은 분명히 늘어날 것이고, 이는 2030 세대의 체감 경기를 개선하는 결정적 요인이 됩니다.
결국 올해의 정치 상황을 알고 싶다면, 복잡한 논평보다 코스피 지수를 보시기 바랍니다. 지수 앞자리에 ‘5’가 붙어 있다면, 이는 이재명 정부와 민주당 정권이 경제적 정당성을 확보한 상태라는 뜻입니다. 숫자는 거짓말을 하지 않습니다.
병오년의 한국 사회에는, 오랜만에 말의 정치가 아니라 결과의 정치가 등장하고 있습니다. 적토마가 달릴 때는 말이 아니라 울림으로 압니다. 지금 시장에서 들려오는 소리는, 분명히 좋은 방향의 포효입니다.
조선규 | 칼럼니스트

35여 년간 교육과 기업 경영, 그리고 지역 사회 발전의 현장에서 사람과 함께 성장해왔다. “삶의 문제는 결국 사람의 문제”라는 믿음을 바탕으로 교육을 통해 변화를 만들고, 기업을 통해 길을 열었으며, 현재는 사회 곳곳의 다양한 문제를 함께 풀어가며 더 따뜻하고 공정한 미래를 그려가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