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을 향해, 운명을 껴안다” 임경숙 작가, 파리 개인전으로 다시 쓰는 예술의 전설

오는 9월 25일부터 10월 5일까지 프랑스 파리 7구역의 갤러리 모나리자(Galerie Mona Risa)에서 열리는 임경숙 작가의 개인전은 단순한 전시를 넘어선다. 1986년 파리를 떠난 이후 38년 만에 다시 그곳을 찾는 이번 귀환은, 한 예술가의 삶과 철학이 응축된 예술적 순례의 장이다.
이번 전시는 작가의 35번째 개인전이자, 작년 대만 99갤러리 초대전에서 임작가의 작품을 눈여겨본 파리 갤러리스트의 제안으로 성사된 국제적 무대다.

패션과 회화의 경계를 넘나든 파리의 기억
임경숙 작가의 파리와의 인연은 깊다. 1975년, 세계적인 디자이너 코코 샤넬, 웅가로, 이브 생 로랑, 크리스찬 디오르 등이 참여한 퐁피두센터 제1회 패션쇼는 당시 600명의 심사위원이 참여한 대규모 행사였다. 그로부터 10년 후인 1985년, 임 작가는 아시아 여성 최초로 Mode en Direct 패션쇼에 선정되어 2차례의 패션쇼와 회화 퍼포먼스를 선보였다. 이 공로로 유럽 아카데미 예술협회로부터 동메달을 수상하며, 한국 문화를 유럽에 알리는 데 기여했다.

“파리에서 그림과 패션을 공부하며 한국 문화를 소개하려 했던 그 시절이 지금의 저를 만들었습니다."
임 작가는 이번 전시에 그동안 작업해온 작품들과, 무명천과 캔버스에 작업한 입체적이고 콜라쥬 형태의 소형 작품들을 선보인다. 특히, 모시천에 감물을 물들이고 스와로브스키를 활용한 10호 크기의 작품들은 이번 파리 전시를 위해 특별히 제작했다.
“예술은 설레임과 고뇌 사이에서 빛을 찾아가는 길”
임경숙 작가는 예술을 다음과 같이 정의한다:
“예술이란 거대한 산 앞에서 가슴이 두근두근 설레임이면서, 때로는 멧돌이 가슴을 짓누르는 아픔과 눈물이기도 합니다. 설레임과 고뇌 사이에서 빛을 찾아가는 구도자의 길, 내 운명을 뜨겁게 껴안습니다.”
그녀에게 예술은 단순한 창작이 아니라, 삶의 본질을 탐구하고 빛을 향해 나아가는 과정이다. 이번 전시에서도 이러한 예술적 철학이 작품 속에 고스란히 녹아 있으며, 관객들과의 깊은 교감을 기대하고 있다.
작품 속에는 태양, 새, 물고기, 말 등의 상징적 요소들이 등장하며, 강렬한 색채와 상징적 이미지로 관객과 직접적인 감정 교류를 시도한다. 눈과 눈썹은 그녀의 대표적 시각 언어로, 감정의 중심이자 소통의 창구다.
‘한국의 샤걀’이라 불리는 임경숙 작가

그녀는 한국적 감성과 철학을 바탕으로 독창적인 스타일을 구축했으며, 작품은 단순한 시각적 아름다움을 넘어 빛과 희망, 축복의 메시지를 전달하는 데 초점을 맞춘다. 이러한 접근 방식으로 인해 ‘한국의 샤걀’이라 불리지만, 그녀의 작품 세계는 샤걀과는 차별화된 한국적 색채와 감성이 짙게 배어 있어, 자신만의 독자적인 스타일을 확립한 작가로 평가받는다.
그녀는 예술가란 “먼저 돈키호테가 돼야 한다”고 말한다. “불가능한 것에 도전하고, 꿈꾼 것을 관객에게 전달할 수 있어야 한다.” 쓰레기통에서 배추를 주워 먹던 파리의 가난한 시절부터, 관객이 그림을 보고 눈물 흘리며 다시 찾아온 순간까지—그녀의 예술은 늘 불가능을 향한 도전이었다.
“전설은 추억이 아니라, 계속 만들어가는 것”
1975년 퐁피두센터 전시를 관람하러 왔던 한 교포는 그녀에게 “백남준 선생님 다음으로 영광스러운 자리”라며, “전설을 추억으로만 남기지 말고 항상 전설을 만드는 사람이 되라”는 말을 남겼다. 임 작가는 작업이 흔들릴 때마다 그 말을 떠올리며 스스로를 성찰해왔다고 말한다.
“나는 예술가로서 모든 고통과 노력을 뛰어넘어, 목숨을 바칠 만큼 진짜로 미쳐서 전력투구하고 있는가?”

전시 정보
• 전시명: IM KYUNG SUK – The Solo Exhibition
• 기간: 2025년 9월 25일 ~ 10월 5일
• 장소: Galerie Mona Risa, 30 Rue de Varenne, 75007 Paris, France
• 문의: +82-10-5627-8275
이번 파리 전시는 단순한 귀환이 아니라, 임경숙 작가가 걸어온 예술 인생의 축적이자 새로운 시작이다.
그녀는 여전히 빛을 향해 나아가고 있으며, 그 여정 속에서 만나는 모든 고통과 기쁨을 예술로 승화시킨다.
38년 만에 다시 선 파리의 무대에서, 그녀는 또 하나의 전설을 만들어가고 있다.
그리고 그 전설은, 지금 이 순간에도 조용히 빛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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