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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영임의 시조 읽기]

【강영임의 시조 읽기 48】 이은주의 "인생 역전"

시인 강영임 기자
입력

인생 역전

 

이은주

 

어디에 흘린 걸까?

실마리를 찾으려

 

고개를 깊이 숙인 채 역 바닥을 훑는다

 

언제든 떠날 채비로

역들은 늘 노숙 중

 

선로에서 이탈한

현실을 추스르며

 

앞뒤 없는 열차처럼 역()으로 생각하면

 

가는 길 순방향 역방향은

본래부터 같은 쪽

 

언제나 늘 그 자리

바위처럼 기다리는 역

 

삶에도 순지르기 필요한 법이라며

 

새로운 노선을 찾는 인생

역전은 역전에서

 

『달리는 웅덩이』 (2025. 시인동네)

인생 역전 /이은주사진:강영임기자
인생 역전/이은주[사진:강영임기자

떠나려는 발걸음과 돌아오지 못한 이들이 플랫폼 바닥에 오래 서있던 마음처럼, 역에는 늘 바람이 먼저 도착한다.사람보다 먼저 와서 사람보다 오래 머문다.

 

언제든 떠날 채비로/역들은 늘 노숙 중” ‘노숙은 집을 잃은 상태가 아니라 삶이 더 이상 정주(定住)를 목표로 하지 않겠다는 의지로 읽힌다.언제든 떠날 장소, 머무름이 곧 떠남이 되는 공간이면서 삶의 안정이 아니라 준비 상태에 놓여 있는 것을 말한다.

 

 선로에서 이탈한/현실을 추스르며이탈은 실패의 다른 이름이 아니다.선로를 벗어난 사유의 선택으로 보여진다.화자의 눈은 정해진 궤도를 따라가지 않으며 추스른다는 표현으로 이탈 후에도 삶을 다시 설계하고 수습한다.선로를 벗어났다고 끝나는 것이 아니라 거기서부터 또 다른 다름이 시작된다.

 

가는 길 순방향 역방향은/본래부터 같은 쪽앞뒤 없는 열차처럼 화자는 역()으로 생각하면 삶의 방향성 자체를 의심하는 태도를 드러낸다.우리는 늘 순방향이 옳다고 믿으며 역방향을 돌아가는 길이라 생각한다.그러나 이 시는 묻는다.정말로 앞과 뒤는 분리되어 있는가.가는 길과 돌아가는 길은 다른 길인가.이 질문 앞에 이탈은 낙오가 아니라 방향을 절대화하지 않는 용기로 바뀐다.

 

마지막에 도착하는 가장 단단한 형상은 기다림이다.역은 언제나 그 자리에 있고 떠나는 이들을 모두 보내주고 바위처럼 기다린다.무력한 체념이 아니라 시간을 견디는 존재 방식이다.기다림은 어느 방향도 강요하지 않고 어떤 삶도 재촉하지 않는다.

 

삶에도 순지르기 필요한 법이라며//새로운 노선을 찾는 인생/역전은 역전에서이 시의 마지막 부분은 인생 한 방을 말부림으로 비틀고 있다.한 번의 선택,한 번의 성공,한 번의 기회로 모든 서사가 뒤집히는 환상을 말한다.그러나 인생은 단번에 뒤집히는 순간은 오지 않는다.이 시에서는 뒤집힘이 아닌 변화를 말한다.새순을 살짝 제거하여 곁가지를 풍성하게 만드는 전정처럼 순지르기가 필요한 법이라고 화자는 이야기 한다.

 

「인생 역전」은 이라는 구체적 장소를 추상화하지 않고 철학적 사유를 중심에 둔다. 노숙,이탈,역방향을 실패로 귀결시키지 않으면서 삶의 태도를 재배치하여 사회적 가치를 무력화 시킨다는 점이 이 시의 미학이다.뿐만 아니라 방향의 해체,정지의 역동성,절제된 언어의 밀도 또한 이 시가 주는 아름다움이다.

 

역에서는 누구도 온전하게 서 있지 않는다.잠시 기대어 있을 뿐이다.왜 떠나는지,어디로 가는지 역은 묻지 않는다.다만 열차가 사라진 뒤에도 그 자리에 남아, 다음 마음을 기다릴 뿐이다.


강영임 시인, 코리아아트뉴스 전문 기자
 

강영임시인
강영임시인


2022년 고산문학대상 신인상

2025년 제1회 소해시조창작지원금 수상

시집 『시간은 한 생을 벗고도 오므린 꽃잎 같다』

시인 강영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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