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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그림 18] "화투꽃이 피었습니다 – 조영남의 대중적 서정”
미술/음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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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그림 18] "화투꽃이 피었습니다 – 조영남의 대중적 서정”

류안 발행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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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의 기억을 예술로 피워낸 한 송이의 화투꽃
조영남 ㅣ 극동에서 온 화투꽃, 80 cm * 130 cm, Acrylic on Canvas 2023  

조영남의 <극동에서 온 화투꽃>

한국 대중문화의 상징이자 오랜 세월 놀이의 도구로 자리해온 ‘화투’. 조영남 화백은 이 익숙한 소재를 예술의 언어로 끌어올리며, 대중성과 예술성의 경계를 허무는 작업을 이어왔다. 그의 2023년작 <극동에서 온 화투꽃>은 그 대표적인 성취 중 하나다.

 

작품은 커다란 흰 그릇 안에 수많은 화투패를 담아낸 정물 구성을 취하고 있다. 그러나 단순한 정물화로 보기엔 그 안에 담긴 상징과 감정의 결이 너무나도 풍부하다. 붉은색, 검은색, 흰색을 중심으로 노랑과 파랑이 포인트처럼 스며든 화투패들은 마치 꽃잎처럼 흩어져 있으며, 그 자체로 생명력과 정서를 품고 있다.
 

배경은 브라운에서 베이지로 흐르는 따뜻한 그라데이션으로 처리되어 있으며, 점묘적 질감이 더해져 화면에 깊이와 몽환적인 분위기를 자아낸다. 이는 마치 먼 동양의 안개 속에서 피어난 꽃처럼, 관람자에게 서정적인 감각을 불러일으킨다.
 

조영남 화백은 이 작품을 통해 화투라는 대중적 기호를 예술의 중심으로 끌어올린다. 화투패 하나하나에 담긴 꽃, 새, 기호들은 단순한 장식이 아니라, 한국인의 집단 기억과 감정의 파편들이다. 그릇에 담긴 화투꽃은 결국 놀이와 현실, 질서와 혼돈, 고급과 저급 사이의 경계를 탐색하는 하나의 시각적 선언이다.


〈극동에서 온 화투꽃〉은 처음 보면 “예쁘다”는 말이 떠오르지만, 오래 바라볼수록 예쁘기만 한 그림이 아니라는 걸 깨닫게 된다. 조영남은 이 작품을 통해 예술이란 무엇인가, 대중은 어디까지 예술의 주체가 될 수 있는가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이 작품은 "무엇보다도 즐겁게 살고 싶다"고 외치는 조영남의 인생을 표현하기도 하지만 사람들에게 '화투놀이를 즐기는 것처럼  긍정적으로 살자'는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다.  
 

화투꽃이 피어나는 순간, 우리는 그 안에서 한국적 팝아트의 정수와 함께, 조영남이라는 예술가의 유쾌하면서도 진지한 시선을 마주하게 된다.

 

류안 발행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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