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경리문학상, 인도 아미타브 고시에게 돌아가다
2025년 제14회 박경리문학상 수상자로 인도 작가 아미타브 고시가 선정됐다. 토지문화재단은 고시가 탈식민주의 문학과 생태문학의 지평을 넓히며, 자연과 하위 주체들의 목소리를 진지하게 담아낸 점을 높이 평가했다. 시상식은 10월 23일 오전 11시 30분, 호텔인터불고 원주에서 열리며, 고시는 상장과 상패, 상금 1억 원을 수여받는다.

2011년 제정된 대한민국 최초의 세계 작가상으로, 박경리 작가의 문학정신을 기리고 세계 문학사에 의미 있는 발자취를 남긴 작가에게 수여된다. 역대 수상자로는 최인훈, 루드밀라 울리츠카야, 아모스 오즈, 리처드 포드, 아민 말루프 등 세계적 작가들이 이름을 올렸다.
아미타브 고시는 1956년 인도 콜카타 출생으로, 방글라데시와 스리랑카 등지에서 유년기를 보냈다. 1986년 장편소설 《이성의 원》으로 등단한 이후 《그림자의 선》, 《캘커타 염색체》, 《유리 궁전》 등으로 독자들의 주목을 받았다. 특히 아편전쟁 직전의 1830년대를 배경으로 한 ‘아이비스 3부작’(《양귀비의 바다》, 《연기의 강》, 《쇄도하는 불》)은 역사와 문학을 결합한 대표작으로 평가받는다.
최근작 《대혼란의 시대》에서는 기후 변화와 환경 파괴를 중심으로 인간과 자연의 관계를 성찰하며, 생태문학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 고시는 1990년 메디치 외국문학상을 수상하며 국제적 명성을 얻었고, 이번 박경리문학상 수상으로 한국 문학계와의 깊은 인연을 맺게 됐다.
‘지워진 이름 다시 쓰기’ — 한국 독자와의 대화
박경리문학상 수상 이후 고시는 다양한 행사에 참여하며 한국 독자들과 직접 소통한다. 10월 28일에는 서울 광화문 교보빌딩에서 교보문고와 대산문화재단이 공동 주최하는 ‘2025 세계 작가와의 대화’가 열린다. 문학평론가 박혜진과의 대담 형식으로 진행되는 이번 행사는 ‘지워진 이름 다시 쓰기’를 주제로 고시의 초기작부터 최근작까지 그의 문학 세계를 깊이 있게 탐구한다.
행사에서는 고시의 작품 속에 담긴 역사적 맥락과 사회적 메시지를 되짚으며, 탈식민주의와 생태문학이 오늘날 우리에게 던지는 질문을 함께 고민하는 시간이 마련된다. 현장에는 한국어와 영어 동시통역이 제공되며, 대산문화재단 유튜브 채널을 통해 온라인 참여도 가능하다.
문학을 통한 세계와의 연결
아미타브 고시의 한국 방문은 단순한 수상 행사를 넘어, 문학을 통해 세계와 연결되는 의미 있는 자리로 평가된다. 토지문화재단과 원주시가 주최하고 미림씨스콘이 후원하는 이번 박경리문학상 시상식과 연계 행사들은 한국 문학의 위상을 높이고, 세계 작가들과의 교류를 증진하는 데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고시의 문학은 역사와 생태, 인간과 자연, 기억과 상상 사이의 경계를 넘나들며, 독자에게 깊은 사유의 공간을 제공한다. 그의 작품을 통해 한국 독자들은 문학의 힘으로 세계를 다시 바라보고, 지워진 이름을 다시 써 내려가는 여정을 함께할 수 있을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