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 정은하 개인전 ‘사유의 여정’, 갤러리24K에서 개최
여행지에서 마주한 풍경을 삶의 기억과 내면의 사유로 확장해온 정은하 작가의 제25회 개인전 ‘사유의 여정(A Journey of Thoughts)’이 9월 5일까지 서울 강서구 갤러리24K B관에서 열린다.

갤러리24K 초대전으로 마련된 이번 전시에서는 정 작가가 2019년부터 이어온 ‘꿈꾸는 여행자’ 연작과 최근 집중하고 있는 ‘사유의 유영’ 연작 등 총 39점을 선보인다. 여행의 설렘과 그리움에서 출발한 작업이 시간과 기억, 존재에 관한 사유로 깊어지는 과정을 한 공간에서 살펴볼 수 있는 자리다.


정은하의 화면에는 포르투의 다리와 도루강, 그라나다의 알함브라 궁전, 호이안의 밤 풍경과 수로 등 여행지에서 만난 장소들이 등장한다. 그러나 작가가 그려낸 풍경은 특정 도시를 사실적으로 재현하는 데 머물지 않는다. 현장에서 느낀 빛과 공기, 떠난 뒤에도 남아 있는 기억과 감정이 강렬한 색채와 중첩된 물감의 질감을 통해 새롭게 태어난다.
이번 전시의 중심을 이루는 물과 빛, 길과 다리는 서로 다른 시간과 공간을 이어주는 상징이다. 다리는 이곳과 저곳, 과거와 현재를 연결하고, 물은 멈추지 않는 삶의 흐름을 보여준다. 빛은 사라진 듯한 기억을 다시 불러내며, 길과 트램은 끊임없이 앞으로 나아가는 인간의 시간을 암시한다.



특히 포르투를 소재로 한 작품들은 도시를 가로지르는 철교와 강, 붉은 지붕과 배, 트램을 다채로운 시선으로 담아낸다. ‘포르투, 청춘’에서는 푸른 강과 배, 웅장한 다리가 생동감 넘치는 화면을 이루며 청춘의 에너지를 전한다. ‘포르투, 인생’은 붉고 짙은 밤의 풍경을 통해 삶의 열정과 깊이를 드러내고, ‘포르투, 희망’에서는 노란빛으로 가득 찬 도시와 다리 위를 지나는 열차가 새로운 시간으로 향하는 움직임을 보여준다.


‘포르투, 연결2’에서 철교는 화면을 가로지르는 강력한 조형적 구조인 동시에 사람과 사람, 기억과 현재를 잇는 통로로 자리한다. ‘포르투, 다시 간다면’과 ‘알함브라의 추억’에서는 화면 앞쪽에 놓인 커피잔이 눈길을 끈다. 커피잔은 여행지의 풍경을 바라보던 한때의 시간과 그 순간을 다시 떠올리는 현재의 시선을 연결한다.

‘알함브라의 시간’에 등장하는 흰 고양이 역시 풍경을 바라보는 또 하나의 시선이다. 고요히 앉아 먼 곳을 응시하는 고양이를 통해 관람객은 여행자의 자리로 자연스럽게 이끌린다. 푸른빛으로 물든 알함브라의 전경은 실제 장소이면서도 기억 속에서 정제된 내면의 풍경으로 다가온다.


‘그라나다, 머물고 싶은 시간’은 노을빛으로 붉게 물든 도시를 통해 떠나고 싶지 않은 순간의 감정을 담아낸다. ‘꿈꾸는 호이안’에서는 깊은 밤의 푸른색과 등불의 노란빛이 강렬하게 대비되며, 물 위에 떠 있는 배와 반사된 빛이 꿈과 현실의 경계를 흐린다.
작품에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도시와 다리는 색채에 따라 서로 다른 정서를 획득한다. 청색은 고요와 그리움, 내면의 성찰을 불러일으키고, 붉은색과 주황색은 생명력과 열정을 드러낸다. 보라색은 기억과 환상의 층위를 만들며, 노란색은 희망과 새로운 출발의 감정을 강조한다. 사실적인 건축의 윤곽 위로 겹겹이 쌓인 물감과 흩뿌려진 색점은 풍경에 시간의 흔적을 더한다.

2025년작 ‘사유의 유영’은 정은하 작업의 최근 변화를 보여주는 작품이다. 오래된 건축물과 물 위의 작은 배, 배에서 자라난 한 그루 나무가 현실과 상상의 경계를 넘나든다. 나무를 품은 배는 어딘가로 떠나기 위한 이동 수단인 동시에 한자리에 머물며 생명을 키우는 공간이다. 흐름과 머무름, 떠남과 정착이라는 상반된 감정이 한 화면에 공존한다.



작가는 “머물고 싶지만 끊임없이 앞으로 나아가는 마음, 사라지는 듯하면서도 기억 속에서 다시 빛나는 시간들은 누구나 품고 살아가는 삶의 일부”라며 “빛과 물, 다리를 따라 흐르는 삶의 여정을 통해 관람객이 서로 다른 시간과 기억 속의 자신을 만나고 그림과 대화하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정은하는 경희대학교 대학원에서 미술교육을 전공했으며, 2011년 첫 개인전을 시작으로 ‘생명-빛이 되다’, ‘꿈꾸는 여행자’, ‘아직도 그 여행 중’, ‘살아보고 싶은 시간’, ‘나의 해방 여행’, ‘여행자의 시간’, ‘사유의 유영’ 등 삶과 여행, 빛과 기억을 주제로 꾸준히 작업해왔다. 지금까지 개인전 25회와 부스 개인전 2회, 아트페어 17회, 200여 회의 단체전에 참여했다. 현재 한국미술협회, 한국여류화가협회, 건지전, 人-D전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이번 ‘사유의 여정’은 여행의 풍경을 따라가는 전시이자 한 작가의 시선이 외부의 장소에서 내면의 시간으로 이동해온 과정을 보여주는 작업의 연대기다. 관람객들은 다리와 길, 물과 빛을 따라 걸으며 자신의 기억 속에 남아 있는 도시와 사람, 지나간 순간을 다시 마주하게 된다.
전시 개요
- 전시명: 갤러리24K 초대 제25회 정은하 개인전 ‘사유의 여정’
- 영문명: A Journey of Thoughts
- 전시 기간: 2026년 8월 21일~9월 5일
- 관람 시간: 오전 11시~오후 7시
- 휴관: 매주 일·월요일 및 공휴일
- 전시 장소: 갤러리24K B관
- 주소: 서울시 강서구 마곡중앙8로 79, 1층
- 전시 작품: ‘꿈꾸는 여행자’, ‘사유의 유영’ 연작 등 39점
- 문의: 02-2658-02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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