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하의 하루에 시 한 편을 177] 이준관의 "고양이하고만 노는 아이"
고양이하고만 노는 아이
이준관
유미는 아파트 놀이터에
고양이를 안고 나온다
유미는 고양이하고만 논다
아이들이
고양이를 부러운 듯
쳐다보지만
유미는 뽐내듯
고양이를 품에 안고 있지만
야옹-
한마디밖에
할 줄 모르는
고양이하고만 노는 유미가
나는 하나도 부럽지 않았다
하루 종일
고양이하고만 노는 유미가
고양이처럼 외로워 보였다
—『얘들아, 우리 아파트에 놀러 와』(고래책빵, 2023)

[해설]
외로운 아이들이 있단다
동시가 다 따뜻하냐 하면 그렇지 않다는 것을, 동시집을 읽으면서 알게 되었다. 아이들이 마냥 행복하고 즐거운 나날이냐 하면 그렇지 않기 때문이다. 이 동시에 등장하는 유미가 제 또래의 동무 하나 없이 고양이하고만 노는데, 그 이유가 어디에 있는지 시인은 얘기해주지 않는다. 독자는 추리를 할 수 있을 뿐이다. 아이가 발달장애아인가? 자폐증이 있는가? 신체나 정신에 다른 이상이 있는가?
다문화 가정의 아이가 우리말이 서툴러 동무를 잘 못 사귈 수도 있다. 몸이 너무 약해 놀이터에서 놀 정도가 아닐 수도 있다. 아무튼 놀이터에도 고양이를 안고 와서 고양이하고만 있는 유미를 이 동시의 화자인 아이는 안타까운 마음으로 쳐다보고 있다. 구경만 하는 유미의 외로운 심정을 알 듯도 하다.
예전에는 아이들이 놀이터에서 놀지 않고 골목길에서, 공터에서, 들에서 놀았다. 지금 아이들 중 자치기, 비사치기, 물수제비뜨기, 줄넘기, 숨바꼭질, 땅뺏기, 기차놀이, 말뚝박기, 구슬치기, 딱지치기, 제기차기, 바람개비놀이, 굴렁쇠 굴리기, 닭싸움을 해본 아이들이 얼마나 될까? 지금 이 땅의 대다수 아이가 외동으로 자라면서 강아지나 고양이를 동무 삼아 살아가고 있는 게 아닌가?
이준관 시인은 이 땅의 많고 많은 유미가 불쌍해서 이 동시를 쓴 것이리라. 방과 후에 학원을 순례할 것이 아니라 동무들끼리 이런 놀이를 하고 지내면, 놀이터의 기구들이라도 타면서 지내면 얼마나 좋을까. 유치원이나 학교에서 체육 시간에 아이들이 이런 전래 놀이를 배울 수 있으면 정말 좋겠다.
[이준관 시인]
1949년 전북 정읍에서 태어나 1971년 서울신문 신춘문예 동시 당선과 1974년 《심상》 신인상 시 당선으로 등단하여 시와 동시를 써오고 있습니다. 쓴 책으로는 동시집 『씀바귀꽃』『내가 채송화꽃처럼 조그마했을 때』『쥐눈이콩은 기죽지 않아』『웃는 입이 예쁜 골목길 아이들』『흥얼흥얼 흥부자』, 시집 『가을 떡갈나무 숲』『부엌의 불빛』『천국의 계단』『험한 세상 다리가 되어』, 동화집 『눈이 딱 마주쳤어요』『풀꽃 같은 아이』 등이 있습니다.
초등학교 국어교과서 1-2학기에 동시 「너도 와」, 3-1학기에 「그냥 놔두세요」, 중학교 국어교과서에 시 「딱지」, 고등학교 문학교과서에 시 「구부러진 길」이 실려 있습니다. 받은 상으로는 동시집으로 대한민국문학상, 방정환문학상, 소천아동문학상, 펜문학상, 한국아동문학상, 이주홍아동문학상, 어린이문화대상을, 시집으로 김달진문학상, 영랑시문학상을 받았습니다.
이승하 시인, 중앙대학교 문예창작학과 교수
1984년 중앙일보 신춘문예 시 당선
1989년 경향신문 신춘문예 소설 당선
시집 『우리들의 유토피아』『욥의 슬픔을 아시나요』『생명에서 물건으로』『나무 앞에서의 기도』『생애를 낭송하다』『예수ㆍ폭력』『사람 사막』 등
평전 『청춘의 별을 헤다-윤동주』『최초의 신부 김대건』『마지막 선비 최익현』『진정한 자유인 공초 오상순』
지훈상, 시와시학상, 편운상, 가톨릭문학상, 유심작품상, 서울시문화상 등 수상
코리아아트뉴스 전문위원
중앙대학교 문예창작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