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o
【강영임의 시조 읽기 28】 오승철의 "귤꽃"
문학/출판/인문
[ 강영임의 시조 읽기]

【강영임의 시조 읽기 28】 오승철의 "귤꽃"

시인 강영임 기자
입력
귤꽃 / 오승철 사진: 강영임 기자
귤꽃 / 오승철 [사진: 강영임 기자]

귤꽃

 

오승철

 

해마다 이 철이면

마당을 쓸어놓고

반가운 까치라도

오는 걸로 하겠다

아침상 두고 간 아내의

발등에 지는 꽃잎

 

꿩소리도 더러는

놓치며 살기로 하지

살붙이 그릇이사

몇 없으면 어쩌리

한마당 환한 그 기약

초가까지 닿는걸

 

『봄날만 잘도 간다 – 오승철 유고시집』   (2024. 다층)

 


4월 말 제주는 향기로 뒤덮인다. 밭담 사이로 뱉지 않으면 참을 수 없다는 듯, 뱉어내고 뱉어낸다.

 

귤꽃이 피면 시인은 마당을 쓸며 기다린다. 누구랄 것도 없다. 아침상을 차리고 나간 아내의 빈자리를 까치라도 와서 채워주면 좋겠다. 아내의 발등에 지는 꽃잎 하나에 미안함과 고마움, 말하지 못한 사랑과 감정이 소리 없이 내려앉는다.

 

세상은 바쁘고 삶은 빠르게 흘러간다. 살붙이 몇 없는 외로운 살림이며, 꿩 소리조차 놓쳐 살아가는 날들이다. 그러나 담담하다. 삶은 원래 다 헤아릴 수 없는 결핍으로 이루어진다는 것을 시인은 알고 있기 때문이다.

 

삶은 고단함과 결핍이지만 귤꽃은 부족함이 없다. 마당은 환하고 그 기약은 초가집 끝까지 닿는다. 그 향기 하나로 삶을 살아낼 수 있을 것이다.

 

「귤꽃」 은 곤궁한 부부의 삶에서, 사랑이 얼마나 조용하고 깊을 수 있는지 보여준다. 그 어떤 찬란한 언어보다 발등에 지는 꽃잎 하나가 더 진실한 위로가 될 것이다.

 

귤꽃은 금세 지고 계절은 또 흘러간다. 하지만 그 짧은 시간 속에 시인을 그리워하는 가족, 지인, 독자들에게 오승철 시인은 현재며, 미래 진행형이다.

 

오승철 시인의 떠난 지 두해가 지나고 있다. 봄이면 꿩 울음이 들판을 뒤흔드는데, 시인은 보이지 않는다. 그러나 그가 남긴 시들은 초가지붕 끝까지 닿는 귤꽃 향기처럼, 우리 곁에 늘 머물 것이다.

 
강영임 시인, 코리아아트뉴스 전문 기자
 
강영임시인
강영임시인

서귀포 강정에서 태어나 2022년 고산문학대상 신인상을 수상.

시집 『시간은 한 생을 벗고도 오므린 꽃잎 같다』

 

[편집자주: "강영임의 시조 읽기"는 매주 수요일에 게재됩니다]

시인 강영임 기자
share-band
밴드
URL복사
#오승철시인#강영임시조읽기#좋은시조읽기#시조감상#코리아아트뉴스시조#kan시조#친구에게들려주는시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