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의 고독을 빛으로 건너는 화가, 이성아 작가의 조용한 서사
도시는 누구에게나 열려 있는 공간 같지만, 정작 그 안을 걷는 사람들은 저마다의 침묵을 품고 있다. 이성아 작가는 바로 그 침묵의 결을 바라본다. 화려한 간판과 빽빽한 건물, 무심히 지나가는 사람들 사이에서 그는 가장 크게 들리지 않는 감정, 곧 한 개인이 자기 자신과 마주하는 순간의 조용한 독백을 포착해 화면에 옮긴다.

이성아 작가는 서울디지털대학교 회화과 학사를 졸업했고, 현재 홍익대학교 미술대학원 회화전공에 재학 중이며, 2023년부터 2025년까지 도시와 인물의 내면을 탐색한 작업을 꾸준히 발표해 왔다.
그의 작업노트는 작가 세계를 가장 분명하게 보여준다. 작가는 “도시의 풍경 속에서 익명의 개인이 자아내는 고독한 서사”를 포착한다고 밝힌다. 그에게 침묵은 단순한 공허가 아니다. 소란한 세상으로부터 한 걸음 비켜서서, 비로소 자기 자신과 깊이 대면하는 시간이다. 그래서 그의 화면 속 인물들은 종종 얼굴이 선명하게 드러나지 않는다. 뒷모습이나 실루엣, 혹은 멈춰 선 자세만으로도 충분히 많은 감정을 전한다. 설명보다 분위기, 사건보다 여운이 먼저 다가오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성아 작가의 회화는 도시의 차가운 구조와 인간의 따뜻한 체온이 만나는 경계에서 힘을 얻는다. 대표작으로 확인되는 「Grey」, 「October」, 「Afterglow」, 「도시의 그림자」는 회색의 계단, 붉은 표지판, 넓은 거리와 그림자 같은 도시적 장면을 통해 군중 속의 단절감과 존재의 외로움을 인상적으로 드러낸다.

특히 「Grey」는 익명의 인물들이 하나의 구조 속을 오가면서도 서로에게 닿지 못하는 현대 도시인의 거리감을 보여주고, 「Afterglow」는 거대한 공간 한편에 선 작은 인물을 통해 도시의 광활함과 개인의 쓸쓸함을 대비시킨다. 「October」와 「도시의 그림자」에서는 강렬한 붉은색과 그림자가 서로 부딪치며 도시가 품은 긴장과 감정의 잔상을 남긴다.

최근작에서는 그 시선이 더욱 섬세해진다. 2024년 작품 「이별」은 창문 앞에 선 한 인물의 뒷모습만으로도 떠남과 남겨짐의 정서를 응축해 보여주고, 「Old man」은 실내에 홀로 앉아 있는 노인의 옆모습을 통해 시간의 무게와 적막을 담아낸다.

2025년 작품 「붉은색 건물을 지나는 길」과 「기다림 너머로」에서는 건축적 구조, 빛의 방향, 단독 인물의 배치가 더욱 극적으로 정리되며 도시의 풍경 자체가 심리적 무대처럼 작동한다. 「또 다른 공간속으로」 역시 한 인물이 다른 차원으로 건너가는 듯한 인상을 남기며, 익숙한 거리 풍경 안에서 낯선 감정의 문을 연다. 포트폴리오에 수록된 작품 목록과 연도는 이 같은 변화의 흐름을 보여준다.

그의 작품을 지배하는 색채 또한 인상적이다. 작업노트에 언급된 코발트블루와 인디고, 붉은 빛과 차가운 회색의 교차는 단순한 도시 재현을 넘어 감정의 기후를 만든다. 빛은 사물을 설명하기보다 감정을 드러내고, 그림자는 어둠이 아니라 인물의 내면을 비추는 또 하나의 언어가 된다. 그래서 이성아 작가의 도시는 실제 장소이면서 동시에 심리적 풍경이다. 관객은 그 앞에서 도시를 보기보다 자신을 돌아보게 된다.

이성아 작가의 작업이 특별한 이유는 도시인의 고독을 과장된 비극으로 소비하지 않는 데 있다. 그는 외로움을 조용히 바라보고, 그 안에 남아 있는 인간의 온기와 사유의 시간을 끝내 놓치지 않는다. 그의 그림은 말이 적지만 결코 비어 있지 않다.

오히려 바쁘게 흘러가는 오늘의 삶 속에서 잠시 멈춰 서서, 자기 내면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게 하는 힘을 지닌다. 그래서 이성아 작가의 회화는 도시 풍경을 그린 그림을 넘어,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 모두의 내면 풍경에 관한 이야기로 읽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