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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선호의 時부렁調부렁 9】오월 소묘
문학/출판/인문
[김선호의 時부렁調부렁]

【김선호의 時부렁調부렁 9】오월 소묘

시인 김선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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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시조】

  오월 소묘

  김선호 


 

  오만가지 곱씹으며 오월이 저문데이

 

  비눗방울 쫓는 손자 눈망울 좀 보거레이 사슴처럼 맑은 기 명경지수 아니드나 사납던 심사도 말캉 봄눈처럼 녹는데이 땅에 절로 손이 닿는 어무이 허리 봤나 꼿꼿하기 청죽靑竹인디 와 저리 굽었겠노 자식들 어깨 필라꼬 당신은 숙인 기라 그림자도 못 밟는다는 선상님 뵌 적 있나 바담 풍커녕 바람풍 해도 틀맀다고 난리드만 윈드(wind) 풍 정도는 해야 쌤 소릴 듣는다데 하나에 하날 더하믄 둘이믄서 하나인 기라 일가라고 이뤘으믄 한길로 가야 하는디 와 이리 갈라서는지 시월도 참 요상하드만

 

  사람 사는 기 말캉 관계로 안 엮이나 어른 아이, 부모 자식, 스승 제자, 남편 아내 오월엔 돌아볼 일이 참으로 많은 기라 성깔 급한 오동꽃은 가야금 하마 뜯고 욕심 많은 오미자는 다섯이나 뱄다카데 오곡 중 으뜸인 베는 논배미에 퍼렇드만 시시비비 가려봐야 오십보백보 아니드나 오메기떡 노나 묵고 오메가쓰리도 챙기믄서 오로라 신광神光에 쐬어 오만상은 쫙 피거레이

 

  오월吳越도 한 배 타는디 뭉치믄 좀 안 되겄나

오월 소묘 [ 이미지 : 류우강 기자]

  ‘The Child is father of the Man- 어린이는 어른의 아버지라고, 윌리엄 워즈워드는 부르짖는다. 그 유명한 시「무지개」를 통해서다. 오월은 어린이날을 시작으로 어버이날과 스승의날을 거쳐 부부의날까지, 그야말로 가정의 달이다. 아이에게 희망을 심어주고 어버이와 스승 은혜를 생각하며, 부부간의 신뢰와 결속을 다지는 달이다.

 

  눈살 찌푸리는 패륜이나 결별 같은, 씁쓸한 사건들이 잊혀질 만하면 재발한다. 모자 푹 눌러쓴 장본인은 대부분 어른이다. 간혹 청소년이 있지만, 어린이는 아니다. 그들도 소싯적에는 천진난만한 아이였다. 세파에 시달리면서, 살아내면서 물들었을 것이다. 보고 자라게끔 학습시킨 어른들의 잘못이다.

 

  게다가 올해는, 대선 앞에 무색한 가정의 달이다. 요란한 선거판은 은혜로 넘쳐야 할 오월을 점령했다. 극단으로 치닫는 힘겨루기가 살벌하다. 대내외적으로 몰아치는 격랑은 기상관측 이래 최고조다. 철천지원수인 오나라와 월나라도 그럴 때는 함께 노를 잡는다는데…. 오월동주를 떠올리는 오월이 저문다. 시끄러운 세상인데도 오동꽃은 환하고 논배미는 푸르다.
 

김선호  시인,  코리아아트뉴스 문학전문기자  
 

김선호 시인

조선일보 신춘문예(1996)에 당선하여 시조를 쓰고 있다시조를 알면서 우리 문화의 매력에 빠져 판소리도 공부하는 중이다직장에서 <우리 문화 사랑 운동>을 펼치기도 했다『으밀아밀』등 네 권의 시조집을 냈다. 코리아아트뉴스 문학전문기자로 활동하며, 충청북도 지역 문화예술 분야를 맡고 있다. 

시인 김선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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