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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시 해설] 김윤환의 "평화의 소녀상"
문학/출판/인문
[ 이승하의 하루에 시 한 편을 ]

[동시 해설] 김윤환의 "평화의 소녀상"

이승하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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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하의 하루에 시 한 편을 142]

 

평화의 소녀상

 

김윤환

 

그 작은 주먹에

꽃을 주고 싶어요

 

그 눈물 꽃수건으로

닦아주고 싶어요

 

그 잘린 머리카락에

꽃핀을 달아주고 싶어요

 

그 맨발에

꽃신을 신겨주고 싶어요

 

하지만 누군가

눈물로 마음 깊이

사죄할 때까지

 

그 꽃도 꽃수건도

꽃핀도

싫어요 싫어요

소녀는 말해요

나는 나는

용서할 거야

 

그들이 눈물로

편지를 써온다면

마음의 꽃을 가져온다면

웃으며 맞이할 거야

 

―『내가 밟았어』(시와동화, 2018)

 

평화의 소녀상 [이미지:류우강 기자]

  [해설]

 

   평화의 소녀상 앞 농성이 중단된다
 

   ‘반일행동이라는 시민단체가 서울 종로구 옛 주한일본대사관 앞 평화의 소녀상앞 노숙 농성을 중단한다고 어제 밝혔다. 반일행동이 노숙 농성장에서 철수하는 것은 3490, 10년 만이다. 이들은 지난 201512월 박근혜 정부가 추진한 한일 위안부 합의에 반발하며 농성을 시작했다. 정말 고생 많았고, 수많은 평화의 소녀상의 주인공들은 위로를 받았을 것이다.

 

   평화의 소녀상(Statue of Peace)은 일본군 위안부피해자들을 기리고 올바른 역사 인식을 확립하기 위해 세운 조형물이다. 일본군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한 수요집회 1000회째인 20111214일 서울 종로구 일본 대사관 앞에 처음으로 세워졌다. 비를 직접 제작한 김서경ㆍ김운성 부부 작가는 위안부 피해자에 대한 기념물을 만들 생각을 하고 있었다. 김서경 작가는 위안부 피해자들이 지금은 할머니지만 끌려가던 그때에는 소녀였던 경우가 많았다는 점에 착안해 그냥 소녀상을 앉혀놓기만 해도 수요집회의 역사를 알려 낼 수 있다고 생각, 앉아있는 소녀상을 디자인하고 미니어처를 제작했다. 이후 김서경ㆍ김운성 작가는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와 여러 차례 협의를 통해 지금의 평화의 소녀상 모습을 결정하고 청동상을 제작했다.

 

   김윤환 시인 겸 목사는 동시집을 내면서 아이들에게 평화의 소녀상에 대한 이야기를 해주어야겠다고 결심했다. 또한 이제 할머니가 된 이들에게 한마디 위로의 말이라도 해드려야겠다고 결심했다. 일본인들이 사과를 해오면 나(위안부)를 속인 총독부 관리들, 일부 조선인들, 일본 군인들을 용서할 준비가 되어 있다고 말한다. 그런데 웬걸, 지금까지 공식적인 사과나 사죄는 없었다. 그들은 강제로 끌고 간 일은 전혀 없었다고 말한다. 그리고 평화의 소녀상은 이제 사람들의 관심사에서 완전히 멀어진 조형물이 되고 말았다.

 

   2018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정대협)일본군성노예제 문제 해결을 위한 정의기억재단’(정의기억재단)이 '일본군성노예제 문제 해결을 위한 정의기억연대'(정의연)로 통합되었다. 다행스러운 일이다. 꾸준히 따지고 사과를 요구해야 한다. 그리고 일본의 반응과 대책과 상관없이 우리는 통일을 준비해야 한다. 한반도에 평화가 찾아올 조짐이 안 보일지언정 시인은 시를 써야 하고 학자는 논문을 발표해야 한다. 동시의 마지막 연은 이제 몇 분 안 남은 할머니 각자의 솔직한 마음을 반영한 것이다.

 

  [김윤환 시인]

 

  1963년 경상북도 안동에서 태어났다. 1989년 《실천문학》에 시를 발표하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으며, 시집 『그릇에 대한 기억』『까띠뿌난에서 만난 예수』『이름의 풍장』『내가 누군가를 지우는 동안』과 동시집 『내가 밟았어』를 냈고, 논저 『박목월 시 나타난 모성 하나님』『한국 현대시의 종교적 상상력』 등을 펴냈다. 계간 《생명과 문학》 편집주간이며 사랑의 은강교회 담임목사다.

 

이승하 시인, 중앙대학교 문예창작학과 교수


1984년 중앙일보 신춘문예 시 당선

1989년 경향신문 신춘문예 소설 당선

 

시집 『우리들의 유토피아』『욥의 슬픔을 아시나요』『생명에서 물건으로』『나무 앞에서의 기도』『생애를 낭송하다』『예수ㆍ폭력』『사람 사막』 등

 

평전 『청춘의 별을 헤다-윤동주』『최초의 신부 김대건』『마지막 선비 최익현』『진정한 자유인 공초 오상순』

 

지훈상시와시학상편운상가톨릭문학상유심작품상서울시문화상 등 수상

 

코리아아트뉴스 전문위원

중앙대학교 문예창작학과 교수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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