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은 피난처이자 변형의 장소… Gaa, 뉴욕 캣츠킬서 《Tender Ground》 개최
자연은 때로 안식처가 되고, 때로는 가장 불안정하고 연약한 장소가 된다. 흙은 쉽게 흔들리지만 동시에 씨앗을 품고, 식물은 서로를 감싸면서도 끊임없이 빛을 향해 방향을 바꾼다. 이러한 자연의 양면성과 변화 가능성을 회화와 조각으로 탐구하는 그룹전 《Tender Ground》가 10월 3일부터 11월 15일까지 미국 뉴욕주 캣츠킬의 Gaa에서 열린다.
이번 전시에는 트래비스 보이어(Travis Boyer), 안젤리나 구알도니(Angelina Gualdoni), 렉시아 하흐트만(Lexia Hachtmann), 메블라나 립(Mevlana Lipp), 크시슈토프 스트젤레츠키(Krzysztof Strzelecki) 등 5명의 작가가 참여한다. 개막 리셉션은 10월 3일 오후 3시부터 6시까지 진행된다.
‘부드러운 땅’, 취약하지만 새로운 것을 품는 장소
전시 제목인 《Tender Ground》는 단순히 부드러운 흙이나 자연의 풍경을 의미하지 않는다. 여기서 ‘Tender’는 연약함과 친밀함, 부드러움과 감수성을 동시에 품고 있으며, ‘Ground’는 우리가 딛고 있는 실제 땅인 동시에 경험과 기억, 관계가 만들어지는 기반을 뜻한다.
전시는 자연과 자연 세계를 피난처이자 친밀함의 공간, 은폐와 변형이 일어나는 장소로 바라본다. 잎과 꽃, 뿌리, 몸체와 생물형태는 단순한 자연의 재현이 아니라 감정과 경험이 축적되고 재구성되는 유동적인 구조로 등장한다.
부드러운 땅은 무게를 견디기 어려운 불안정한 지형이면서도 씨앗을 받아들이고 성장을 가능하게 하며, 누군가 지나간 흔적을 오래 간직할 수 있는 장소다.
이러한 의미에서 《Tender Ground》는 취약함을 결핍으로만 보지 않는다. 오히려 부드럽고 불안정하기 때문에 다른 존재를 받아들이고, 새로운 형태로 변화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드러낸다.
자연과 몸, 사물의 경계를 흐리는 작업들
전시 속 자연은 정돈된 풍경이라기보다 여러 형태가 서로 겹치고 밀고 당기는 조밀한 공간으로 나타난다. 잎과 줄기, 뿌리, 꽃과 신체를 연상시키는 형상들은 서로 중첩되고 연결되며 몸과 사물, 안식처와 노출 사이의 경계를 흐린다. 특히 숲의 하층 식생처럼 큰 나무 아래 부분적인 빛만을 받으며 성장하는 존재들은 이번 전시를 이해하는 중요한 이미지다.
《Tender Ground》는 모든 것이 환하게 드러나는 공간보다 부분적인 빛과 그림자 속에서 형태가 축적되고 겹쳐지는 장소에 관심을 둔다. 서로를 보호하면서도 완전히 고정되지 않고, 친밀함과 노출이 동시에 존재하는 상황을 보여준다.
안젤리나 구알도니, 자연과 기억 사이의 유동적 풍경

안젤리나 구알도니는 자연과 내면의 감각이 서로 스며드는 회화적 풍경을 보여준다.
전시에 출품된 《The Heavenly Tree Grows Downwards》(2024)는 아크릴과 유채로 제작된 작품으로, 제목부터 일반적인 성장의 방향을 뒤집는다. 하늘을 향해 자라는 나무라는 익숙한 이미지 대신 ‘아래로 자라는 천국의 나무’를 제시하며 자연과 중력, 성장과 추락 사이의 관계를 새롭게 상상하게 한다.
Gaa가 공개한 출품작에는 이 작품 외에도 《Like Mercury Through the Graveyard》(2025), 《Song of Ulmi》(2025), 《The Crossing》(2024) 등이 포함돼 있다. 그의 회화에서 자연은 단순한 배경이 아니라 기억과 감정이 이동하고 형태를 바꾸는 심리적 공간으로 작동한다.
크시슈토프 스트젤레츠키, 흙으로 피워낸 생물적 형태

크시슈토프 스트젤레츠키는 석기 도자기를 이용해 유기적이고 신체적인 조각을 선보인다.
《Crocus》(2026)는 유약을 입히지 않은 석기 도자기로 제작됐으며, 식물의 꽃과 신체 내부 기관을 동시에 연상시키는 형태를 지닌다. 단단하게 구워진 흙이라는 물성과 성장 중인 생명체를 닮은 형태 사이에 긴장감이 형성된다. 작품 크기는 38×41×16.5cm다.
이와 함께 《Pelops and the Horses Rising from the Sea》(2026), 《VI – Stymphalian Birds》(2026), 《Cherry Glow》(2025) 등도 선보인다. 도자라는 오래된 매체를 통해 식물과 동물, 신화적 이미지와 신체적 감각을 오가는 작업이다.
메블라나 립, 식물과 장식 사이에서 확장되는 회화

메블라나 립은 식물과 생물학적 형태를 연상시키는 이미지를 회화 속에서 증식시킨다.
이번 전시에는 2026년작 《Adaption》을 비롯해 《Rest》, 《Ambition》 등이 포함된다. 《Adaption》은 캔버스에 아크릴로 제작된 100×80cm 규모의 작품이다.
식물적 형상은 화면 안에서 반복되고 중첩되며 하나의 명확한 대상을 재현하기보다는 스스로 확장되는 생태계와 같은 감각을 만들어낸다.
전시 전체의 맥락에서 이러한 작업은 자연을 고정된 대상으로 바라보는 대신, 끊임없이 적응하고 다른 존재와 관계를 맺으며 형태를 바꾸는 살아 있는 구조로 바라보게 한다.
‘Tender Ground’가 말하는 친밀함과 불안
이번 전시는 자연을 낭만적인 치유의 장소로만 제시하지 않는다.
부드러움과 풍요, 유혹과 친밀함의 이면에는 언제나 불안과 노출의 가능성이 존재한다. 표면은 가까이 다가가고 싶은 충동을 불러일으키지만 동시에 쉽게 소유하거나 완전히 이해할 수 없는 상태로 남는다.
작품 속 자연 역시 마찬가지다. 관객에게 친숙한 잎과 꽃, 뿌리의 형태를 제시하면서도 이들은 끊임없이 다른 모습으로 변형되고 결합되며 익숙함을 낯설게 만든다. 결국 《Tender Ground》가 말하는 ‘땅’은 안정된 기반이라기보다 변화가 시작되는 자리다.
그곳에서는 형태와 감정, 신체와 자연, 보호와 노출이 서로 겹친다. 약하고 부드러운 곳에서 오히려 새로운 생명과 관계가 시작될 수 있다는 역설이 전시 전체를 관통한다.
뉴욕과 쾰른을 잇는 Gaa
Gaa는 미국 뉴욕주 캣츠킬과 독일 쾰른을 기반으로 국제적인 현대미술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갤러리다. 현재 캣츠킬 공간은 111 Water Street에 자리하며 방문객은 107 Water Street를 통해 입장한다. 금요일부터 일요일까지 오전 11시부터 오후 5시까지 운영하며, 그 외 시간은 사전 예약을 통해 방문할 수 있다.
갤러리는 뉴욕과 유럽을 오가며 회화, 조각, 설치 등 다양한 매체를 다루는 동시대 작가들의 전시를 이어왔다. 2026년에는 Wendy White의 《Laguna Seca》, 그룹전 《A Room That Once Was》 등을 캣츠킬에서 선보였으며, 쾰른 공간과 국제 아트페어를 통해서도 프로그램을 확장하고 있다.
Gaa는 New Art Dealers Alliance(NADA)의 회원 갤러리이기도 하다. 공식적으로 Bettina Rosarius와 Alex Hecker가 갤러리를 이끌고 있다. 특히 Gaa는 2026년 프리즈 서울에도 참가해 Johanna Seidel의 작업을 소개하는 등 미국과 유럽뿐 아니라 한국을 포함한 국제 미술시장과의 접점을 넓혀가고 있다.
《Tender Ground》는 이 같은 Gaa의 국제적 프로그램 가운데 자연과 신체, 재료와 감정을 연결하는 작가들을 한자리에서 조명하는 전시다.
전시 개요
전시명: 《Tender Ground》
기간: 2026년 10월 3일~11월 15일
개막 리셉션: 2026년 10월 3일 오후 3시~6시
참여작가: Travis Boyer, Angelina Gualdoni, Lexia Hachtmann, Mevlana Lipp, Krzysztof Strzelecki
장소: Gaa, Catskill
주소: 111 Water Street, Catskill, NY 12414, USA
입구: 107 Water Street
관람시간: 금~일 오전 11시~오후 5시, 그 외 시간 예약 관람
문의: [email protected]
홈페이지: Gaa Gallery 공식 홈페이지 Gaa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