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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계를 빚어내는 세라미스트, 김민정...시선이 달라지면 세계도 달라진다

임만택 전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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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선이 달라지면 세계도 달라진다

 

어떤 작품은 보는 순간 아름답고, 어떤 작품은 보고 난 뒤 오래 마음에 남는다. 세라미스트 김민정의 작업은 후자에 가깝다. 그의 작품은 단순히 도자 오브제를 보여주는 데서 멈추지 않는다. 오히려 관람자에게 조용히 질문을 건넨다. “지금 당신은 어떤 관계 속에 서 있는가.” 김민정 작가는 환경과 인간, 시선과 대상, 마음과 세계 사이의 관계를 도예와 설치의 언어로 풀어내며 자신만의 조형세계를 구축해 왔다.

세라미스트 김민정 작가

김민정 작가의 작업은 ‘관계’에 대한 사유에서 출발한다. 작가는 자신의 작업이 “환경과 인간의 관계에 대한 고찰”에서 시작된다고 말한다. 여기서 관계는 단지 사람과 사람 사이의 감정만을 뜻하지 않는다. 물리적 환경과 인간의 관계일 수도 있고, 정신적 거리와 내면의 연결일 수도 있다. 그의 작품 안에서 산은 자연을, 건물은 인간을, 그리고 그 둘을 감싸는 하늘은 그 사이를 이어주는 보이지 않는 흐름을 상징한다. 이처럼 김민정의 작업은 복잡하고 추상적인 관계를 단순한 형상으로 환원하면서도, 그 안에 깊은 사유의 결을 담아낸다.

세라미스트 김민정의 작품 세계관

김민정의 작품들은 바로 그 ‘관계의 풍경’을 가장 절제된 방식으로 보여준다. 작품 위에 놓인 기하학적 구도, 청록과 백색이 교차하는 담백한 색면, 육면체와 평면이 교차하는 구조는 한눈에 미니멀하고 정제된 인상을 준다. 그러나 조금 더 오래 들여다보면, 단순한 형식 속에 시점의 이동과 감정의 변화가 숨어 있음을 알게 된다. 같은 형상이더라도 어디서 보느냐에 따라 산처럼 보이기도 하고, 건물처럼 보이기도 하며, 때로는 어떤 기억의 풍경처럼 읽힌다. 그 지점에서 김민정의 작품은 단순한 조형이 아니라, 관람자의 해석에 따라 살아 움직이는 관계의 은유가 된다.

마음이 보는 대로 달라진다.1캔바스, 아크릴 2025 32×32 cm (6점) 
마음이 보는 대로 달라진다.2도자 점토, 판성형,도자 안료, 유약, 고화도 소성, 이끼 2025 7×7×7 cm (6점)

대표 작업인 「마음이 보는대로 달라진다. 1,2」는 이러한 작가의 세계관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제목부터가 강렬하다. 세계는 고정되어 있지 않고, 보는 마음에 따라 달라진다는 것. 김민정 작가는 같은 대상이라도 관점이 바뀌면 전혀 다른 의미로 다가올 수 있음을 시각적으로 제안한다. 마치 카메라 앵글을 돌리듯, 삶의 관계 역시 한 방향에서만 바라보지 말고 여러 각도에서 들여다보길 바라는 것이다. 이 메시지는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 모두에게 유효하다. 관계로 인해 지치고, 오해로 인해 멀어지고, 해석의 차이로 인해 흔들리는 시대이기에, 그의 작품은 단순한 미술품을 넘어 하나의 사유의 장치로 다가온다.

마음이 보는 대로 달라진다.3캔버스,아크릴 2025 60×52.5 cm (1점)
40×35 cm (1점) / 마음이 보는 대로 달라진다.4도자 점토, 판성형, 도자 안료, 유약, 고화도 소성, 이끼 2025 13×13×13 cm (3점)

작가는 직접 이렇게 말한다. 

 

삶 속에는 관계가 중요하지 않은 사람도 있고, 무엇보다 중요한 사람도 있다고. 그리고 지금 자신의 작품을 바라보는 관객이, 그 순간만큼은 자신의 관계를 어떤 각도에서 바라보고 있는지 떠올려보기를 바란다고 전한다. 그 말에는 작가의 진심이 배어 있다. 김민정의 작품은 정답을 말하지 않는다. 대신 멈춰 서서 생각하게 한다. 지금 내 앞의 관계는 정말 보이는 그대로인지, 혹은 내가 서 있는 자리 때문에 그렇게 보이는 것은 아닌지를.

세라미스트 김민정 작가

김민정 작가는 홍익대학교 미술대학에서 도예를 전공하고, 같은 대학 미술대학원에서 예술기획 석사 과정을 마쳤다. 탄탄한 도예 기반 위에 기획적 시각까지 더한 이력은 그의 작품이 왜 조형성과 전시 구성 양면에서 안정감을 갖는지를 잘 보여준다. 그는 업라이징 페스타(세텍), 프롬나드디자인전(DDP), ‘다음 생존을 디자인하다’ 남산 갤러리 초대전, 히즈아트페어 등 다양한 전시에 참여하며 도예의 외연을 확장해 왔다. 특히 평면과 입체, 오브제와 설치 사이를 유연하게 넘나드는 작업 방식은 세라미스트로서의 정체성을 더욱 선명하게 만든다.

관계-가을,겨울,여름 캔버스, 아크릴, 세라믹 2025 10×10 (9점)

제8회 히즈아트페어에서 김민정 작가는 도예 오브제와 설치 구성을 결합해 관람자에게 입체적인 사유의 장면을 선보였다. 벽면 위의 평면 작업과 받침대 위의 입체 오브제가 함께 놓인 전시 구성은, 관계가 결코 하나의 면에서만 설명될 수 없다는 사실을 자연스럽게 드러낸다. 그것은 마치 삶의 관계가 평면적 이해를 넘어 시간, 거리, 감정, 기억이 함께 얽혀 만들어지는 것과도 닮아 있다. 김민정은 그 복합적인 감각을 과장하지 않고 조용하고도 단단한 조형 언어로 빚어낸다.

 

김민정 작가의 작품세계는 화려하게 외치기보다, 담담하게 스며드는 힘을 지닌다. 그 힘은 아마도 도예라는 매체가 가진 물성과 시간성에서 비롯될 것이다. 흙을 만지고, 형태를 만들고, 굽고, 다시 표면을 다듬는 과정은 관계를 이해하는 일과도 닮아 있다. 한 번에 완성되지 않고, 기다림과 조율이 필요하며, 때로는 균열까지 감수해야 한다. 그렇기에 김미정의 작업은 단순히 ‘예쁜 오브제’가 아니라, 관계를 이해하려는 태도 그 자체로 읽힌다.

 

세상을 살아가며 우리는 수많은 관계를 만난다. 가까운 사람, 멀어진 사람, 이해되는 사람, 끝내 이해되지 않는 사람. 김민정은 그 복잡한 감정의 지형을 산과 건물, 하늘이라는 간결한 조형 언어로 다시 번역한다. 그리고 말한다. 보는 자리가 달라지면, 관계의 의미도 달라질 수 있다고.


그 조용한 제안이야말로, 지금 김민정의 작품이 우리에게 필요한 이유인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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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만택 전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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